오늘 복음(루카 6,39-45)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복음에서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 납니다. 

70여년 이 세상을 살면서 제가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항상 ‘뿌린 대로 거둔다’는 사실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말합니다.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 즉 원인이 있으면 그에 대응하는 결과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따지 못하고 가시덤불에서 포도를 거두어 들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럼에도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습니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정직하게 원하지 않고, 터무니없이 많은 것을 바라며, 이로 인해 수없이 무리수를 둡니다. 물 흐르듯 순리에 따라 일을 처리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하여 온갖 권모술수를 부리며 남을 깎아내리고 중상모략합니다. 그리하여 악업(惡業)을 산처럼 쌓고, 끝없는 고통의 수레바퀴에 갇혀 이 세상을 번뇌와 비탄에 젖어 살아갑니다. 

계곡을 흐르는 물은 고통이 없습니다. 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도 고통이 없습니다. 이들은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므로 스스로 고통을 만들지 않습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하늘의 법규인 정의와 공정을 외면하고 노력한 것보다 더 가지려고 하면서 수많은 고통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그 고통속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이 뿌린만큼 거두어 들여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외면하고 그 이상을 거두어 들이려는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착한 심성을 가지고 남에게 해꼬지를 하지 않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갖은 고생을 하고 악인에게 핍박을 받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 지혜서는 (3,1-9)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비록 의인들이 세상에서 고난을 받고 불행하게 죽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저 세상에서 하느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불교에서는 업(業)이라는 말로 이를 설명합니다. 현세에서 당하는 고통은 전생의 업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업이란 나의 생각과 말과 행위가 원인이 되어 쌓아올린 결과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원인을 만들지 않으며 따라서 이에 따른 결과도 만들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현세에서 당하는 고통은 전생에 내가 악업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현세에서 당하는 고통, 이로 인한 번민, 마음의 갈등을 없애기 위해 불교에서는 수행을 권합니다. 진정 내 마음이 괴롭고 평정을 찾지 못하면 침잠(沈潛)하여 묵언수행하면 종국에는 자신의 전생이 보이게 됩니다. 그때에 모든 것이 자신의 업이라는 것을 깨닫고 남을 원망하는 원념(怨念)이 사라지며, 마침내 마음의 평정(平靜)을 되찾게 된다는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의 목적입니다. 고통이 남의 탓이 아니라 자신의 탓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의 운명은 바뀌어 순탄한 삶을 살게 됩니다. 

교회에서도 김수환 추기경님 시절 평신도들이 ‘내 탓이오’라는 운동을 전개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서 인간사회에는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생겨난 것은 부자의 착취때문이라는 선전 선동으로 인해 20세기를 유혈낭자한 혁명과 파괴가 휩쓸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가 이토록 심각하게 불안과 소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뿌린대로 거두는’ 것이 아니라 놀고 먹으면서 자신의 노력 이상으로 과실을 취하려는 인간군상때문입니다. 정부의 공짜 돈에 빨대를 꽂고 무위도식하는 흡혈귀같은 인간들 때문에 열심히 일하며 노력하는 사람들만 엄청난 희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거짓 명분을 내세워 서민들을 선동하고 명성을 얻어,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잠언에서 지혜란 하느님의 정의와 공정을 따르는 것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잠언은 인간의 노동을 신성시하여 “게으른 손바닥은 가난을 지어내고 부지런한 이의 손은 부를 가져온다(10,4). 게으름뱅이는 손을 그릇에 넣고도 입으로 가져가려 하지 않는다(26,15).”고 하였습니다. 판관기의 ‘요탐의 노래(9,7-15)’에서 나오듯이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처럼 사람에게 유익한 과실을 제공하는 나무는 남들 위에서 건들거리며 세력을 행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시나무처럼 백해무익한 나무는 스스로 임금이 되고, 다른 나무들위에 군림하며 다른 나무들을 불태어버리겠다고 협박합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거짓 선전 · 선동을 일삼는 정치인들이 바로 가시나무 같은 쓸모없는 존재입니다. 

(2025.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