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성가 229번 ‘죽음에서 생명으로’라는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용서로 죄사함의 희망주시는 생명과 부활이신 예수 그리스도’
인생에서 죽음은 삶의 마지막 여정이 아니라 하느님을 만나는 희망의 여정입니다.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중병환자들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이는 호스피스 운동의 창시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여사가 몇 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인생의 암 환자를 다수 면담한 후 내린 결론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은 영어 두음을 따서 DABDA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는 처음에는 ‘Denial’ 즉 강하게 부정합니다. ‘내가 이런 중병에 걸렸을 리 없어. 어제까지만 해도 나의 인생은 찬란한 희망과 미래의 계획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어찌해서 내 생애가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인가’하며 현실을 부정합니다.
두 번째 ‘Anger’ 즉 분노의 과정을 거칩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신은 이런 가혹한 시련을 나에게 내리신단 말인가?’ 하며 신을 원망과 분노에 차서 바라보게 됩니다.세 번째는 ‘Bargain’ 즉 하느님과 타협하면서 하느님께 매달립니다. ‘하느님, 이 병만 낫게 해주신다면 저는 남은 여생을 오로지 하느님께 바치고 교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겠습니다.’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사정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절망합니다. (네 번째 단계 ‘Despair’)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음을 현실로 받아 들입니다. (마지막 단계 ‘Acceptance’) 일가 친지들에게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죽음을 준비합니다.
성가 229번의 다음절은 다음과 같은 가사로 맺어 집니다. ‘죽음의 고통으로 지친 우리는 마음과 눈을 들어 님 향하리다’
그렇습니다. 죽음의 고통에 지쳐있을 때 우리는 마침내 눈을 들어 주님을 바라보게 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을 굳게 믿을 때 메마른 우리 가슴에 희망이 싹트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2007년 11월 30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에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를 발표하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받았습니다”(로마 8,24: Spe Salvi factisumus; In Hope, We were saved)
희망은 하느님 사랑을 굳게 믿기에 가능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몇 차례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르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죽음에 대하여, 희망을 가지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슬퍼하지 마십시오.”(테살로니카1 4,13)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도 주님처럼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부활할 것이라는 희망을 주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인생은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지만, 그리스도의 눈으로 보면 인생은 죽음에서 삶으로 가는 여정입니다.”
(2022.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