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재상이 덕망이 높은 고승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위로는 임금을 잘 보좌하고 백성들에게 인망을 얻는 훌륭한 신하가 될 수 있겠습니까?”
고승은 그 재상에게 물이 가득 담긴 그릇을 주면서, “정해진 시간 내에 그릇에 담긴 물을 쏟지 말고 고을 저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그 재상은 조심조심 물이 담긴 그릇을 운반하며 여러 차례 물을 쏟을 뻔한 위험을 넘기고 돌아왔습니다. 고승은 신하에게 질문하였습니다.
“재상께서 길을 걷다가 길에 떨어진 돈다발을 보셨습니까?”
“아니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고을 길목에서 일단의 궁녀들이 부채춤을 추고 있었는데 보셨습니까?”
“아니 보지 못했습니다.”
고승은 그 신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재상께서는 오로지 물에 담긴 그릇에 모든 정성과 마음을 쏟았고 다른 것에 한눈팔지 않으셨습니다. 이처럼 사적인 이익이나 욕심에 한눈파는 법 없이 오로지 임금님과 백성만 생각하시면 후대에 길이 이름이 남는 명신이 되실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이와 같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사랑과 은총이 가득 담긴 그릇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는 하느님의 계명에 온 마음을 쏟는 것이 충실한 신앙인으로 사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는 인생의 여정에서 중간에 많은 위험과 맞닥뜨립니다. 재물, 명예, 권력이라는 이 세상의 유혹에 끊임없이 우리 자신이 노출되며 또한 많은 사람이 이러한 유혹에서 자유스럽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앙의 길을 걷는 굽이굽이마다 나의 발걸음이 흔들리게 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는 귀중한 사실을 잊고 하찮은 권세욕과 명예욕에 빠져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총과 사랑을 길에서 모두 쏟아버리게 됩니다.
하느님나라라는 최종 목적지까지 한눈팔지 않고 갈 수 있으려면 자신의 믿음을 굳게 가져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무어라고 하던, 개의치 않고, 주변의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하느님 길을 가고자 하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헤로데로부터 신변의 위협도 받으셨고 율법학자, 바리사이 들로부터 온갖 모함을 받으셨지만 오로지 하느님만을 바라보시고 하느님의 길을 가셨습니다. 예수님은 ‘나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 아버지의 길을 가야한다’고 하시며 당당하고 떳떳하게 가셨습니다.
11월은 위령성월입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이 세상을 거쳐 저 세상으로 가야합니다. 고승을 찾아갔던 재상처럼 우리가 이 여정에서 한눈팔지 않고 옆에서 누가 무어라 하던 예수님 말씀을 따르고 하느님의 길을 간다면 최종 목적지에서 우리의 주님이신 하느님께서는 두 팔을 활짝 벌리시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2022. 11.1.위령성월을 시작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