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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섬김의 42년, 꽃동네
김원율 안드레아 (송파동 성당)
 

저는 8월 24일 꽃동네에서 1박2일의 피정을 가졌습니다. 꽃동네 피정 이틀째인 8월 25일 홍 야고보 수녀님의 안내로 꽃동네의 여러 곳을 견학할 수 있었습니다. 수녀님으로부터 꽃동네의 출발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감동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최귀동 할아버지는 일제시절 부자집 외동아들로 태어나서 귀여움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러나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북해도 탄광에 끌려가서 극심한 배고픔과 강제노역을 겪께 됩니다. 부자집 외동아들로 태어나서 도저히 노동을 감당할 수 없었던 최귀동 할아버지는 끊임없는 구타와 모욕을 받게 되자 이에서 벗어나고자 탈출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러나 붙잡혀서 온갖 고문을 받아 몸은 왼쪽을 쓰지 못하는 반신불수가 되었고, 물을 끼얹고 전기를 통하는 전기고문으로 뇌를 상하여 정신병에 걸리게 됩니다.


그러자 탄광 책임자는 할아버지의 등에 충북 음성이라는 출신지만 적어서 한국으로 송환하였습니다. 혈혈단신으로 성치 않은 몸으로 한국 땅에 버려진 최귀동 할아버지는 기억상실증에 걸렸으나 동냥으로 목숨을 연명하며 간혹 정신이 들 때마다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물어물어 고향에 도착합니다. 자신이 살 던 집에 도착하니 부모님과 동생은 이미 저 세상 사람이었습니다. 귀한 외동아들을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잃은 부모님은 충격으로 몸져누운 뒤 세상을 뜬 것입니다. 


그 후 최귀동 할아버지는 40년간 오로지 옷 한 벌과 동냥 사발에만 의지한 채 길가에 쓰러져 있는 행려병자들을 다리 밑 움막에 모아 무려 18명을 부양하게 됩니다. 이들은 알콜 중독과 폐결핵 등의 병으로 얻어먹을 기운조차도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쓰러져 가는 움막에서 다른 걸인에게 밥을 먹이고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한 오웅진 신부님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오신부님은 자신이 가진 전 재산 1,300원으로 시멘트 한 부대를 사서 냇가의 모래와 물을 섞어 블록을 만들고 집을 지어 1976년 11월 15일 ‘사랑의 집’ 방 5칸에 걸인을 입주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 병든 노인들을 모아서 꽃동네를 시작한 이후 많은 수도자와 봉사자들이 죽어가는 행려병자들을 거두어 치료, 재활시켜 사회에 복귀시키는가 하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갓난아기에서 임종을 앞둔 노인까지 수용하여 보살피고 있습니다. 지금은 음성 꽃동네에 4000명에 이르는 갓난아기, 병자, 노숙자를 수용하는 사랑의 보금자리를 만들었고 청주, 가평, 옥천, 강화도에 꽃동네를 세웠을 뿐 아니라 자메이카, 우간다, 필리핀, 방글라데시, 아이티, 미국 등 12개국의 꽃동네에 수사를 파견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오신부님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로마에서 알현하게 되었고 꽃동네 방문을 요청하여 2014년 교황님은 꽃동네 ‘희망의 집’을 방문하십니다.


 
꽃동네의 아름다운 영혼들


오요한이라는 34세의 뇌성마비 청년은 세살 때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꽃동네에 맡겨졌습니다. 그는 말 한마디 하려면 온몸을 뒤틀어야 하고 수녀님이 무슨 말이라는 것을 방문자에게 설명해야 할 정도로 중증 장애인입니다. 2014년 교황님이 꽃동네 방문 시에 오요한을 면담하시면서 그의 뺨에 뽀뽀를 하셨고 자신을 위해서도 기도할 것을 청하신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교황님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그는 목에 구멍을 내어 가래가 끓을 때마다 흡입기로 가래를 제거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오요한은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첫째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용서하였고 둘째 기도할 수 있어서 행복하며 셋째 남을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비록 중증 장애인이지만 한 때 철이든 후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해 원망과 분노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머니를 용서하고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어머니가 자신이 비록 성하지 않지만 나아주셔서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니라 남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또한 사람들이 그를 방문하여 무엇이든지 바라는 바를 말하면 들어주겠다고 말하면 그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병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말하는 진정으로 착한 심성을 지녔습니다. 필자가 오요한의 손을 꼭 잡자 그는 너무나 행복한 모습으로 필자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병자들의 쉼터인 자애의 집에는 불행했던 한 여인의 슬픈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여인은 태어나서 한 번도 남으로부터 사랑다운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결혼 후에 일주일에 한번 정도 집에 들렀는데 집에만 오면 항시 때리는 등 끝없는 외도와 구타로 이 여인을 구박하였고 시어머니, 시아버지로부터도 며느리로서 사랑을 받지 못합니다. 사소한 일로 남편에게 한 쪽눈을 심하게 맞아 이 여인의 한 눈은 실명하게 됩니다. 어느 날 이 여인은 남편으로부터 AIDS를 옮겨 받아 병자가 됩니다. 그러자 시댁에서는 이 여인을 내쫓았고 여인은 친정으로 돌아가지만 친정에서도 이 여인을 따뜻하게 보듬기보다는 몹쓸 병에 걸렸다고 하면서 매정하게 내칩니다. 그리하여 서울역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는 이 여인에게 몹쓸 짓을 하고자 하는 남자들이 있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 여인은 끊임없이 고함과 자해에 가까운 난동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꽃동네 수도자들에 의하여 이 여인은 꽃동네로 옮겨지게 됩니다.


처음에 이 여인은 사랑의 손길을 거부합니다. 수녀님들이 식사가 담긴 반합을 가져가면 ‘흥, 사랑! 난 그런 것 몰라.’하면서 반합을 손으로 뿌리쳐 식사가 방안에 흩어집니다. 그러나 끝없이 수녀님들이 사랑의 손길을 내밀며 밥을 떠먹여 주는 등 정성을 다하자 차츰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이 무엇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불행한 이 여인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따뜻한 눈길, 배려, 사랑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그 후 이 여인은 180도 달라집니다. 스스로 다른 병자들에게 손길을 내밀어 지체가 부자유한 병자의 밥을 떠먹여 주고 그들을 씻기고 온갖 사랑과 정성을 다합니다. 이 여인은 죽으면서 한 쪽 남은 안구이나마 실명한 사람의 빛이 되겠다고 하면서 기증하고 자신의 시신을 연구용으로 대학병원에 기증하였습니다. 평생을 사랑과 배려라는 것을 느껴보지 못했던 이 여인은 꽃동네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꼈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죽어갔습니다.

 

사랑은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저는 자원봉사자들과 같이 있는 갓난아기들,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기들을 볼 때 눈에서 눈물이 글썽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아이들은 넓은 보위에서 끊임없이 몸을 뒤집는가 하면 유아카트위에서 방문객인 우리를 보고 생글생글 웃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아이들 중 한 아이를 위하여 디딤씨앗통장 후원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래야만 저와 제 가족에게 베푸신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에 대하여 미약하나마 보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25일 새벽미사에서 오웅진 신부님의 강론 중에서 예수님께서 율법학자와 바리사이에게 내리신 추상같은 말씀 ‘그들은 말만 하고 실천하지는 않는다.’는 말씀이 혹시 저에게 하신 말씀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비록 세상이 혼탁하지만 꽃동네에서 봉사하시는 많은 수도자와 봉사자를 대할 때 저는 이들이 있어 이 나라에 평화가 있으며 하느님의 자비가 결코 이 땅을 떠나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누구든지 세상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 그에게 마음을 닫아 버리면, 하느님 사랑이 어떻게 그 사람 안에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사랑합시다.” (요한1서 4, 17-18)


(첨부 : 디딤씨앗통장 후원신청서-기본서식)


(2018. 8. 25. 김원율 안드레아)


입력날짜 : 2018-08-25 (20:00), 조회수 : 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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