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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배급소로 되어 가는 학교
임광규  
 지난 2005. 12월에 국회에서 의결 통과한 사립학교 관련법들(사립학교법, 초중등교육법)의 고친 부분이 무리하다고 하여 여야 사이에 다시 고치기로 하고서 약속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고친 부분의 가장 무리한 점이 학교를 교육배급소로 몰고 가는 부분입니다.
 
 이미 배급소 다 된 학교를 고치기는커녕, 더 심한 배급소로 만드는 규정이 들어갔습니다. 학부모들의『학교선택』을 가로막는 현재의 초중등교육법 47조 2항 초중등교육법시행령 68조 81조를 고치기는커녕, 더 심하게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을 가로 막고 배급소신세를 지게 만들었습니다. 학교의 입장에서 바꾸어 말하면, 학교가 전문 직업 훈련을 희망하는 학생을 선발할 것인지, 자연과학도가 되고자 희망하는 학생을 선발할 것인지, 사회과학 또는 인문학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을 선발할 것인지, 학부모로부터 일탈자녀(逸脫子女)에 대한 대안(代案)교육을 의뢰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가 없는 현실을 개선하지 않는 대신, 아예 노동조합운동을 하는 교사들에게 배급소의 실력자가 되게 하였습니다.
 
 작년 년말에 고친 사립학교법 14조3항 초중등교육법 31조2항에 따르면, 사립학교이사회의 4분의 1이상은 교원노동조합이 조직적으로 활약하게 되어 있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지명하는 2배수 중에서만 선임하게 만들었습니다. 제자의 성적을 훌륭하게 올린 교사에 대비하여, 학생교육보다 학교 내 소정치판에서 적응력을 갈고 닦은 교사가 더 영향력을 행사하는 판세가 되었습니다. 교사의 제자교육노력을 독려하는 이사회는 이제 없게 됩니다.
 
 외국에 비하여 별로 차등 같은 액수도 못 되는 성과급을 막자고 난리를 치는, 바로 그 교원들의 노동조합이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의 예산을 심의하도록 사립학교법 29조4항을 새로 만들어 넣었습니다.
 
 이걸 민주주의라고 포장하는 것은 가당치 않습니다.
 
 민주주의, 더 정확히 말해서, 오늘의 자유세계로 발전해온『보편적인 민주주의』란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 지역자치제의 행정지도자를 국민들, 주민들이『자유토론』『정보소통』『경쟁자선택』의 절차를 거쳐『자유선거』로 선출하여 그 정치지도자, 그 행정지도자가 국가공동체, 지역자치제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러시아 혁명 후에 모든 기업소, 농장, 학교에 소비에트를 구성하여 기업소노동자들, 농장노동자들, 학교교사들로 위원회를 만들어서 기업소, 농장, 학교를 운영하게 한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고 민주주의의 파괴였습니다.
 
 공산중국에서 모든 기업소, 농장, 학교에 문화혁명소조를 만들어 노동자들, 농민들, 교사들의 이름으로 인민공사, 학교를 운영하도록 해본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고 민주주의의 말살이었습니다.
 
 각 기업소, 각 농장, 각 학교의 운영위원회들이나 운영소조들은 전국에 지침을 내리는 노동자총동맹의 지시와 지휘를 받고, 그 총동맹이라는 것은 당의 정치국으로부터 지령을 받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학교는 배급소를 감독하는 교육관청에 더 추가하여, 교직원노동조합 전국 지휘부의 감시 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배급을 강요하는 현제도(現制度)에서도 이미 게으름과 속임수가 급격히 늘어왔습니다.
 
 교육배급수령자(敎育配給受領者)들인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가르침에 진력(盡力)하는 스승들이 줄어 들어가는 대신, 시간 때우기, 학급주임 반담임 기피하기, 스승들의 수업일수 수업시간 줄이기 투쟁, 교사별 선의의 경쟁 절대 반대하기가 바로 이른바 참교육이라고 듣고 보고 배우며 지내 왔습니다.
 
 배급(Rationing)이란 재화나 용역의 분배를 통제하여, 어떤 것을 사라, 어느 양만큼 쓰라, 이렇게 명령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괴롭거나 부당하여 사람들은 암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삽니다. 대낮의 학교에 가서 받는 교사의 가르침이 진학에 제대로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는 학생들은 밤에 학원에 가서 부모들이 힘겹게 마련한 돈을 납부하고 그나마 그곳에서 열성으로 가르치는 강사의 서비스를 받습니다.
 
 배급은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원래 전시 중 또는 긴급 재난 시에 식량이나 연료, 옷감이나 신발 등 필수품이 아주 부족하니까 정부가 부득이 매달 배급표로 나누어 주는데서 시작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주의국가는 평시에도 배급소를 운영합니다.
 
 교육서비스의 공급자들인 사립학교들이 부족하지 않은데도 배급제를 주장하고 옹호하는 세력이 상당수 유권자에게 인기를 얻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평준화란 배급제도의 다른 용어입니다. 평준화 즉 배급제도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우선은 편합니다. 편히 일하고 굳이 애써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인생관의 교사도 같은 월급과 신분보장을 받고, 고생하여서라도 제자들의 높은 성적을 보람으로 아는 교사도 같은 월급과 신분보장을 받는 배급소가 내심 평등하고 좋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은 다른 것 같습니다.
 
 『게으른 손 때문에 가난해 지고, 부지런한 손은 재산을 일군다.』(잠언 10장4절). 『여름에 모으는 아들은 지각이 있는 아들이고, 가을걷이 때 잠자는 아들은 집안망신을 시킨다.』(잠언10장5절)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고 말라고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도 명했는데, 듣자하니 여러분 중에 게으르게 살고 남의 일에 참견만하면서 아무 일도 안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이 있다.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명하고 권고하노니 조용히 일하고 제 생계를 스스로 벌도록 하라.』(데살로니카2서신 3장10절-12절)
 
 평준화나 배급제도를 마음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내 아들보다 너무 앞서 공부 잘하는 이웃의 학생을 바라보는 괴로운 심정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앞서 가는 공부를 배척하는 사람도 있을 수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시기의 철학(Philosophy of Jealousy)입니다.
 
 『질투를 누가 당해 내랴.』(잠언 27장4절) 『하느님께서는 이들을 포기하셨다. 온갖 부정, 사악, 탐욕, 악의, 시기, 살인, 싸움, 속임수, 원한등...』(로마서 1장28절29절). 『모든 악의, 속임, 부정직, 시기, 비방을 버리라』(베드로서 2장1절)
 
 공급자가 부족하지 않은데도 배급소를 해야 하겠다는 것은 경쟁을 막겠다는 의도 외에 다른 것이 아닙니다. 국제사회의 경쟁에서 뒤떨어져서 우리나라 전체가 선진국이 되지 못해 낙후되어도 할 수 없으니, 국내에서는 고달픈 경쟁을 하지 말자, 게다가 경쟁하여 누가 앞서 가는 모습을 어떻게 보아 줄 수가 있겠는가 하는 심리입니다.
 
 그러나 인간으로 하여금 적응하여 살아남고 발전하게 하는 추진력은 종족사이 또는 종족안의 경쟁이라는 것이 자연과학자들이나 사회과학자들의 공통된 통설입니다. 경쟁은 혁신(Innovation)을 자극하고, 효율을 촉진합니다. 경쟁하기 때문에 새로운 물건과 용역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기술을 고안해 냅니다. 경쟁 때문에 소비자는 보다 선택할 종류가 많아지고 더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활용하게 됩니다. 경쟁에서 낙후된 사람을 돌보는 것은 그것대로의 방안을 찾는 것이 마땅하고 슬기롭습니다.
 
 촛불을 준비하였다가 신랑을 맞이하는 처녀들이 준비의 경쟁을 하지 못한 처녀들에게 아무런 잘못을 저지른 것이 없다고 성경은 가르치고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준비의 경쟁을 잘 한 처녀들이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급소가 좋다는 사이비 개혁논자들의 눈에는 촛불 준비에서 경쟁을 잘 한 처녀들은 배척되는 케이스일 것입니다.
 
 전쟁 때도 아니고 긴급재난의 시기도 아닌데 배급소에 들어가 일하게 된 사람들은 배급소의 근무가 아예 직업입니다. 월급도 제대로 받고 직원으로서 신분보장을 받으려 합니다. 그러니까 배급소 아닌데서 좋은 상품을 팔아서 소비자들이 많이 몰려들면 이걸 법망에 걸어서 배급소법위반으로 교도소에 보내고 벌금을 물리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회주의입니다. 사회주의에서는 경쟁 없이 배급소생활을 하다 보니 상품과 서비스가 부족하고 질이 열악합니다. 암시장을 감시하는 공무원이 암시장에서 나오는 좋은 것을 가장 많이 얻어 쓰는 가장 부패한 사회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역사에서 여러 번 철없는 혁명가들이나 사이비 개혁가들이 해 본 것입니다. 번번이 실패한 실험을 자꾸 새롭게 해보려는 데 혁명과 사이비 개혁의 미신이 있습니다.
 
 작년 말에 사립학교관련법을 고친 것은 바로 교육현장에서 교직원 노동조합원들의 조직력으로 교육의 배급제도를 강화하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필자 소개
 
 임 광 규 베네딕도 (신관동 본당)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에 봉직하고
 한국필라화학주식회사 대표이사를
 역임함
 
입력날짜 : 2006-06-27 (17:35), 조회수 :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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