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사제들의 해군기지 반대의 반국가성
들어가는 글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은 1993년 합동참모회의가 ‘핵심 해상수송로 감시‧보호를 위한 해군기지 건설 안건’을 통과시킴으로써 공식화되었다. 이후 상당기간 동안 답보상태를 거듭했으나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었, 노무현 정부 시절에 확정되었다. 이 당시에는 화순항이 유력 후보지로 검토되었으나 반대 움직임에 직면하면서 해군기지 건설 건은 일시 답보상태에 빠졌다. 이후 2007년 2월 강정마을회가 해군 및 제주도에 기지유치를 건의하면서 해군은 그해 6월 강정항을 후보지로 최종 결정했다. 이후 강정항을 민군 복합항으로 건설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결정되었고, 2009년 1월에는 2007~14년에 걸쳐 총 9,800억 원을 투입하는 사업계획이 수립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주 해군기지는 2010년 1월에 착공되었으며, 이후 2012년 2월에는 국가정책조정회의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 지역발전사업을 합쳐 총 37개 사업에 1조 771억원(국비 5,787억, 지방비 1,710억, 민자 3,274억)을 투입하는 것으로 계획을 조정했다. 이후 동 사업은 2015년까지 총 1조 294억 원을 투자하여 49만㎡(14.9만평)에 함정 20여 척과 15만톤급 크루즈선 2척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되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서 해군기지 건설사업은 현지 주민, 환경단체, 종교지도자 등이 주도하는 숱한 반대에 직면해야 했다. 도지사, 도의회, 강정마을회 등이 반대활동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10차례나 공사중단을 요청했고, 이로 인해 공사기간은 15개월이나 지연되고 막대한 예산낭비가 초래되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명분들이 모두 같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책사업으로 인해 재산상의 손해를 볼 수 있는 주민들이 항의하고 나서는 것은 정당하지만 이는 국가가 합당한 보상정책을 통해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해군기지 건설에는 당연히 환경훼손이 수반되기에 환경보호 역시 정당한 반대 명분이 될 수 있지만, 기지건설이 가져올 안보이익과의 환경파괴로 인한 손실 간의 타협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다시 말해, 개인재산을 침해한다는 이유 또는 환경을 훼손한다는 이유만으로 국책사업을 추진하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 드러난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이념적ㆍ정치적 목적을 가진 제3의 세력들이 가세하여 주민갈등을 부추기고 해군기지 사업을 정쟁화하도록 유도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입으로는 환경보호나 주민보호를 앞세우지만 사실은 미군철수, 보안법 철폐,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등을 관철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활동해온 NGO들이 제주도를 ‘남남갈등의 전장’으로 만들려고 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부 NGO들이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제주도가 공격목표가 된다”라는 주장을 펼친 것도 지역이기주의를 선동한 심각한 사태라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반대는 적법하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다. 제주 해군기지가 신속한 해양분쟁 대처와 남방해상로 보호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에 대한 정당하지도 적법하지도 않은 방법의 반대를 위한 반대는 국가안보 차원에서의 반국가성(反國家性)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천주교 사제들의 해군기지 반대에는 유념해야 할 점들이 많다. 천주교 제주교구가 2006년 12월 해군기지 반대 입장을 표명한 이래 일단의 사제들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지건설을 훼방해왔는데, 이러한 행위는 천주교 평신도들 사이에서 교회법 위반 시비를 촉발했고 한국사회에서도 많은 논란을 초래했다. 특히, 한반도 내외의 열악한 안보환경과 해양안보의 취약성을 인식하면서 국가생존 문제를 고심해야 하는 안보전문가들의 입장에서는 비전문가인 천주교 사제와 수녀들이 시급한 국가 안보사업을 훼방하고 나서는 행동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천주교 사제를 포함한 종교단체, 다양한 외부단체 그리고 현지주민과 합세하여 벌인 해군기지 반대활동은 2011~12년동안 최고조에 달했지만, 대부분의 외부 단체들이 떠난 현재에도 일부 천주교 사제 및 수녀들의 반대활동은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또 한 가지는 강우일 베드로 주교의 역할이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자 제주도 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는 이명박 정부동안 4대강 사업에 반대했고,1) 박근혜 정부 이후에는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법 위반 건을 문제삼아 ’국정원 해체‘와 ’대통령 사퇴‘를 주장하는 정의구현사제단 및 정의평화위원회의 ’시국미사‘에 대해 ’성령께서 하시는 일'로 두둔하는 등 사실상 정치에 개입해왔다. 이에 본고는 제주 해군기지 반대를 주도한 천주교 사제들에게 사실상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왔던 강 주교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면서 천주교 사제들의 해군기지 반대가 내포하는 ’안보 차원에서의 반국가성‘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천주교 사제들의 해군기지 반대
그동안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해온 세력으로는 마을주민 50여명으로 구성된 ‘강정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강정반대위),’ 제주참여연대를 위시한 21개 단체로 구성된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군사기지범대위),’ 성공회 신부, 승려 등으로 구성된 ‘생명평화결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기독교 단체를 자처하는 ‘개척자들’ 등이 있다. 이들은 공유수면내 불법시설물(현수막, 천막 등) 설치, 사업부지내 무단 점거, 공사 방해활동, 도지사 주민소환투표 촉구, 강정해안 지키기 100배 운동, 공사차량 진입 방해 등 다양한 방법으로 건설공사를 방해하면서 제주도민들의 반대를 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2007년 5월 천주교 제주교구는 참여연대 등과 함께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활동을 본격화했다. 2011년이 되면서 문정현, 문규현 등 외부 사제들이 강정마을에 상주하면서 제주교구의 반대운동에 동참했다. 2011년 10월 제주교구는 ‘제주해군기지 반대’를 주교회가 의제로 상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사제, 수도자 등 3,000여 명으로 구성된 ‘제주 평화의 섬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를 출범시켰는데, 여기에는 임문철, 현문권, 고병수, 강형민, 김기웅, 김창훈 등 다수의 제주교구 사제들이 참여했다. 고병수 신부는 군사기지범대위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2011년 8월 24일 경찰이 강동균 반대대책위 공동위원장을 연행했을 때 서귀포 경찰서장과의 협상을 주도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맡았고, 임문철 신부는 2013년 11월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강정 인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2011년 7월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동참한 문정현 신부는 매일 오전 11시에 해군기지 공사현장 출입구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방법으로 공사를 방해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반대운동은 2011이후 빈도와 규모면에서 수그러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천주교 제주교구의 반대운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천주교 사제 및 수녀들은 매일 11시에 미사집회를 열고 연좌를 하면서 공사차량의 출입을 방해했고,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집회시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강우일 주교의 반대논리
강우일 주교는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 발족을 포함하여 천주교의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주도한 성직자로서 2011년 6월부터는 사업부지내 중덕해안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강 주교의 언행은 이후에도 지속되었는데, 2013년 9월 30일에는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2주년 미사에서 강우일 주교는 "주님께서 미워하는 정치인이 되지 마십시오" 제하의 강론을 통해 “전쟁을 통해서는 결코 정의와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그래서 우리는 전쟁에 대비하는 새로운 군사기지를 반대한다”고 설파했다. 이어서 강 주교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그것을 제한하고 위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함으로써 오히려 평화를 해치고 있다고 강변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2)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 주교의 입장은 2011년 9월 「경향잡지」에 게재된 특별기고문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3) 이 기고문에서 강 주교는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네 가지 이유들을 밝히고 있다. 강 주교가 밝힌 첫 번째 이유는 제주도의 자연유산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군사기지를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둘째 이유는 강정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하는 과정과 절차가 지나치게 비민주적이고 탈법적이어서 주민의 의사가 무시되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4.3 사태의 아픔을 간직한 제주도이기에 군사기지를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강 주교 스스로 이것이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서는 안 되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강 주교는 “남로당 무장세력에 의해 4.3 사태가 촉발되었지만 대응과정에서 국가와 공권력은 정당한 재판절차도 없이 무장세력이 아닌 민간인들을 무차별 학살하는 제노사이드(genocide) 범죄를 저절렀다"면서, “3만 명에 달하는 희생자들의 죽음을 무의미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는 군사기지가 아닌 평화의 바위섬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했고, “수많은 무고한 피에 물든 이 섬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군사기지를 세우는 것은 희생자들의 무덤을 짓밟는 행위이자 그들의 죽음을 무위로 돌리는 행위”라고 단언하고 있다.4)
강 주교는 넷째, “군비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있다”고 명시한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2315항을 인용하여 해군기지의 반평화성을 주장하고 있다.5) 이와 함께 강 주교는 군비축소를 통한 평화를 호소해온 역대 교황들을 인용하면서 ”1조 원의 기지건설비, 수천억 원짜리 전함들과 고성능 무기 등을 배치하기 위해 필요한 천문학적인 재정지출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가“라고 꼬집고 있으며, ”노후대책도 없이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된 사람들,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수많은 저소득층 국민들의 고통과 좌절을 못 본 체하며 이런 무력증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요컨대, 강 주교는 ”칼을 든 자는 칼로 망한다“는 논리로 제주도 해군기지에 반대하고 있다.
해군기지 반대의 문제점
강우일 주교를 위시한 천주교 사제들이 펼치는 해군기지 반대운동에는 다양한 무리와 비논리가 내포되어 있다. 첫째, 강우일 주교는 제주의 환경자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걸고 있지만, 국책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환경에 여하한 영향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식의 환경절대주의를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 돌이켜보건대, 인류문명의 역사는 그 자체가 환경파괴의 역사이다. 사람들은 자연지를 훼손하여 도시와 도로를 건설했고 산림지에 필요한 시설들을 만들어 문명생활을 영위해왔다. 때문에 이런 문제는 결국 손득계산으로 판가름할 수밖에 없다. 고속철을 건설한 것은 천성산의 도룡용을 보호하는 것 보다는 더 큰 경제이익이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강을 막아 댐을 만들고 자연해안을 파괴하면서 항구를 만드는 것이나 광활한 농경지를 파괴하고 비행장을 만드는 것은 그것들이 가져올 경제적 이익이 환경적 손실보다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환경보호를 이유로 한 해군기지 반대에는 무리한 논리들이 내포되어 있다. 반대자들은 희귀한 자연유산인 ‘구럼비 바위’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유사한 현무암 바위들은 제주도 곳곳에 널려있다. 이는 물론 자연석 현무암들을 함부로 파괴해도 된다는 논리는 아니지만, 환경절대주주의적 주장도 곤란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해군도 최소한의 환경훼손을 위해 노력했다. 해군은 환경단체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그들이 선임한 환경평가 용역업체의 평가를 받았으며, 잠수부를 동원하여 보호해야 할 연산호 서식지가 있는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여 공사장 일대에 서식하는 ‘붉은 발말똥게’를 유사한 조건의 서식지로 옮기기도 했다. 요컨대, 제주도 해군기지는 환경손실보다 더 큰 안보이익을 얻을 수 있기에 건설하는 것이기에 사업 정부에게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할 의무를 부과함은 당연하지만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무타협·무조건적인 해군기지 반대는 정당하지 않다. 미국의 산디에고, 호주의 시드니, 프랑스의 똘롱, 싱가폴의 창이 등도 이런 타협을 거쳐 건설된 훌륭한 민군 겸용항들이다.
둘째, 강정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하는 과정과 절차가 비민주적이고 탈법적이라는 주장에도 과장이 포함되어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도민 및 후보지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2007년 5월)와 대법원의 ‘적법’ 판결(2012년 7월)을 거쳐 시행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개인재산에 대한 보상절차도 적법하게 이루어졌다.6) 정부는 안보사업과 함께 지역발전을 통한 주민혜택을 늘리기 위한 지역발전계획을 확정했고(2012년 2월), 군항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현지주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민군복합항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항만법과 군사시설보호법을 개정했으며(2012년 6월), 15만톤 크루즈선 2척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건설을 위한 시뮬레이션 검증을 완료하고7) 서귀포 강정을 크루즈 산업 진흥특구로 조성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반대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도지가, 도의회, 강정마을회 등의 잠정적 공사중단 요구를 수용하여 10차례나 공사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강우일 주교는 이런 과정을 거쳐 진행되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비민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강 주교가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밝힌 4.3 관련 주장은 매우 비논리적이다. 4.3 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국가권력의 무차별적인 작전으로 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은 제주도민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뼈아픈 역사이며, 때문에 이와 같은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진실을 규명하고 필요한 명예회복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필요하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4.3의 아픔을 되새기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과 국토의 남단에 해군기지를 건설하여 해상수송로를 보호하고 점증하는 해양위협에 대비하는 것 사이에는 어떠한 상충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해군기지는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건설하는 것이고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일부이며 제주도민 역시 국민이다. 다시 말해, 해군기지 역시 제주도와 제주도민을 위한 시설의 하나인 것이다. “제주도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희생자들의 무덤을 짓밟는 행위이자 그들의 죽음을 무위로 돌리는 행위”라는 강 주교의 주장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기 위한 견강부회(牽强附會)에 지나지 않는다.
넷째, “군비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키므로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한다”라는 강 주교의 주장은 범세계적 차원에서는 종교지도자들의 덕목을 드러내는 발언이 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특정국가를 향해 이런 주문을 하게 되면 순진한 주장이 되고 만다. 다시 말해, 강 주교가 인용한 가톨릭교회 교리서 2315항이나 전세계를 향해 군비를 축소하고 평화를 지향할 것을 호소하는 교황의 발언은 특정 국가들을 지칭하지 않는 일반론적 원칙으로서 아무런 하자가 없다. 하지만 강 주교는 일반론을 특정한 여건에 처해 있는 특정 국가에 대입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지금 한국은 북한의 멈추지 않는 무력도발과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함과 동시에 이어도 수역을 자신의 관할구역이라고 주장하면서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한중(韓中)간 경계선 획정마저 거부하는 중국을 의식해야 하고, 군사적 재무장을 추구하면서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넘보는 일본도 의식해야 한다. 동중국해와 남해에서의 해양위협에 대처하면서 해양주권과 해양자원을 지켜내야 한다. 이렇듯 한국은 특정한 상대들과 있고 특정한 안보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안보와 번영을 영위해나가야 하는 처지에 있다. 해군기지가 오리혀 안보를 해친다는 주장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대한민국의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 자신의 조국이기도한 대한민국을 향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강 주교가 역내 평화를 갈망한다면 북쪽의 위협세력과 주위의 잠재적 위협요인들을 의식하면서 생존해온 대한민국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군사기지를 만드는 것을 시비할 것이 아니라, 주변 나라들에게 한국에게 위협이 되지 말 것을 충고해야 마땅할 것이다. 북한에게는 대남도발을 멈추고 한국과 상생하는 길을 찾으라는 충고를, 중국에게는 팽창주의적 해양정책으로 주변국을 불편하게 만들기보다는 공영의 길을 찾으라는 충고를 그리고 일본에게는 군국주의 과거를 사죄하고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하여 사이좋게 지내라고 충고함이 마땅할 것이다. 의사가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질병을 연구하듯 국가는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에 대비하며, 온갖 위협에 둘러싸인 한국에게 있어 군대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죽임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미 태평양사령부와 7함대 사령부 때문에 하와이의 평화가 깨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제주도 해군기지도 제주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건설되는 것이다.
해군기지 반대의 반국가성(反國家性)
한국이 처한 안보환경을 종합하면 제주 해군기지의 중요성은 실로 막중하며, 그에 비추어 볼 때 해군기지 건설은 오히려 늦은 감이 적지 않다. 한국이 처한 안보환경은 한 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요약된다. 밖에서는 중국의 정치군사적 부상, 동맹국 미국의 상대적 쇠퇴, 일본의 재무장, 러시아의 강대국 회귀 움직임, 일초다강(一超多强) 국제질서의 가시화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에서는 미중간 패권경쟁과 중일간 지역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 와중에 아시아 해역은 힘이 지배하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인구 세계1위, 국토 크기 세계4위, GDP 세계2위, 무역액 세계2위, 외환보유고 세계1위, 국방비 세계2위, 군사력 세계3위 등의 위상을 가진 거대국가로 성장한 중국은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자존심 경쟁을 벌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팽창주의적 해양전략을 앞세우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내해화(內海化)과 시도하여 주변국가들과 빈번한 도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팽창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일본, 호주, 인도, 미안마, 몽골 등 주변국들과의 쌍무적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 아태지역으로의 군사력의 재조정을 의미하는 '재균형(Rebalancing)' 또는 ’아시아축(Pivot to Asia)' 전략을 표방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재정력과 의지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역시 급속한 우경화와 재무장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과의 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간 갈등은 나날이 가열되고 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대미(對美) 견제를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북중러 삼각체제의 재부상이 감지되고 있지만, 일본의 파렴치한 역사인식과 그에 따른 한일관계의 파탄으로 북방삼각을 견제하던 과거의 한미일 남방삼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한국의 안보는 고립화(isolation)와 주변부화(marginalization)의 위기에 처해 있다.
무역에 국가경제의 명운을 걸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특히 해양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한국은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앞세운 서해도서 강점 또는 제2의 천안함 사태,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거센 도전과 일본 우익세력의 기습적 독도 상륙, 중국 해군에 의한 이어도 인근수역 장악 시도, 중일간 센카쿠 충돌로 인한 해상로 차단, 해양자원을 둘러싼 한중일 간의 분쟁, 한국 석유수송로에 대한 해적 위협의 증가 등 다양한 해양위협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특히, 제주도 남쪽에서 대만 해역을 거쳐 인도양과 중동으로 향하는 남방해상로는 한국경제의 생명줄이다. 수출입 물량의 99.7%와 수입원유 및 수입 식량의 전부가 이 해상로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매일 2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해야 하고, 한국의 유조선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중동에서 원유를 싣고 해적들이 활동하는 인도양과 말라카 해협 그리고 영유권 분쟁이 진행 중인 남중국해와 미일중 삼국간 세력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동중국해를 거쳐 인천, 목표, 부산 등지로 들어오고 있다. 해상로 차단 등의 사태로 인해 이 유조선들의 행렬이 멈추는 순간 한국경제의 숨결도 멈추고 말 것이다.
그래서 한국 해군이 짊어진 임무는 실로 막중하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에게 있어 비적대적 우호관계를 유지·발전시켜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들이지만, 한국이 이어도 문제, 독도 문제, 불법 어로, 배타적경제수역 획정, 해양자원 개발 등의 이유로 인하여 이들 나라들과 해양대치를 해야 하는 상황을 의식한다면, 이는 결국 한국 해군(16만톤)이 대만(21만 톤)보다 작은 해군력으로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의 해상도발을 저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 2위의 중국 해군(133만톤)과 세계 3위의 일본 해군(35만톤)을 견제해야 하는 힘겨운 임무를 담당해야 함을 의미한다.8) 이런 상황에서 제주 해군기지의 중요성은 필설로 표현하기조차 어렵다. 제주 해군기지는 해군의 기동전단 모항으로 현재 부산과 진해에 분산 배치되어 있는 기동전단 함정을 통합 수용할 수 있어 해상위기가 발생할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진기지이다. 유사시에는 동·서·남해 全해역으로의 신속한 군사력 투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국가경제의 생명선인 남방해상로 보호에 유리하며,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보호하고 제주남방 배타적경제수역에 매장된 천연가스, 원유 등 해양자원의 확보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은 지난 수세기 동안 이룩한 경제기적에 힘입어 조선 세계 1위, 컴퓨터 보급률 세계 1위, 초고속 통신망 보급률 세계 1위, 자동자 세계 5위, 철강 및 제조업 세계 5위 등 자랑스러운 기록들을 보유한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럼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이 세계 최강국들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은 여전히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새우’와 같은 존재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생존과 번영을 영위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주변국들과의 비적대적 공생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동시에 주변국들로부터의 위협에 대처함에 있어서도 협소한 국토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제주도와 같은 도서들의 안보적 역할은 해군기지로만 국한될 수 없다. 현재 제주도에는 건설 중인 민군복합형 해군기지 이외에 제주도방어사령부가 주둔하고 있으며, 공군 레이더 기지와 제1함대 산하 조기경보전대가 주둔하고 있는 울릉도에는 차기호위함과 고속정이 계류할 해군전진기지가 건설 중이다. 그러나, 먼 안목으로 보면 제주도와 울릉도에 건설 중인 기지들은 미래 안보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 장기적으로는 제주도에 공군기지가 추가로 건설되어 이어도 및 해양분쟁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제주공항을 민군 겸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울릉도에도 건설 중인 해군전진기지에 더하여 소규모의 해군 특수전 전담부대(UDT 또는 SEAL)와 해병대, 잠수함 탐지장비 등을 추가로 배치하고 공격헬기‧수직이착륙기용 기지가 필요할지 모른다. 다시 말해, 언젠가는 울를도가 ‘독도 수호’ 의지를 보여주는 불침항모의 역할과 함께 북한 잠수함의 활동을 탐지‧견제하는 종합 전진기지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제주 해군기지는 대한민국의 국가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안보의 보루이다. 이 기지가 창출할 안보적 가치는 구럼비 바위나 연산호 군락을 보호하는 문제와는 격이 다르며, 절차의 민주성 또는 보상정책의 적절성이 해군기지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적 변수가 되어서도 안 된다. 이는 결코, 환경보호나 민주적 절차 또는 보상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지도자들이라면 해군기지 건설과 국가안보사업의 실행 여부는 정 부와 전문가들의 결정에 맡기고 시행과정에서 환경보호, 민주적 절차, 보상 등에서 부당한 사례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관련 주민들을 돕는 역할을 담당했어야 옳다는 의미이다. 이런 맥락에서, 강우일 주교를 위시한 천주교 사제들이 환경논리나 비민주성 논리를 앞세워 동서남해를 동시에 감시할 수 있는 길목(Choke Point)에 해양주권을 지킬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가로 막는 행위는 가히 반국가적이라 할 수 있다. 4.3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서 군사기지는 안 된다는 주장 역시 국민의 안보의식을 호도하는 반국가성을 내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주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을 제대로 지켜내는 것이 4.3 희생자들을 제대로 기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칼을 든 자는 칼로 망하니 해군기지를 건설하지 말라”는 강 주교의 논리도 그렇다. 이는 외부세력이 한국의 주권이나 국익을 침탈하려 하더라도 저항하지 말고 그냥 내어주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서, 강 주교는 개인 간의 관계에서의 덕목과 국가 간의 관계에서 덕목을 구분하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양보의 미덕을 가르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각박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국제관계에서 수천만 명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진 정부를 향해 양보의 미덕을 설파하는 것은 유치함을 넘어 반국가적인 무책임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강 주교가 해군기지 건설을 들어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그것을 제한하고 위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대한민국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발언이다. 국가가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을 통해 평화를 해치고 있다고 강변하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맺는글: 논란과 갈등을 넘어
천주교 사제들에 의한 제주 해군기지 반대는 좀 더 큰 시각에서 보면 한국 천주교회의 위기를 반영하는 사태이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하 정구사)과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가 천주교회를 좌우분열의 기로로 내몰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구사는 1974년 일단의 사제들이 만든 임의단체이고 정평위는 1984년에 출범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산하의 공식 조직이다. 그동안의 활동들을 종합할 때 정구사는 사실상 ‘천주교 좌파세력’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9) 정평위는 정구사의 이념과 목표들을 상당부분 공유하면서 상호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해왔다.10) 또한 동일한 사제들과 수녀들이 정구사 및 정평위가 단독 또는 공동으로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양 단체의 하부 구성원들이 상당부분 중첩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들 두 단체는 북한의 인권참상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서는 가혹한 비난을 쏟아내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천주교 사제들의 친북‧반정부‧반미 성향의 사회활동에 대해 천주교 내부에서 반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음도 사실이다. 바야흐로 한국천주교회가 좌우분열의 기로에 선 것이다. 정구사 사제들의 ‘정치강론’으로 인하여 미사 참여를 거부하는 냉담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보수성향 평신도들은 정구사와 정평위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천주교회를 분열시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 평신도들은 공조직인 정평위가 교인들이 납부하는 교무금을 사용하면서 교회조직을 이용하고 주보 간지에 이념적으로 편향된 글을 게재하면서11) 수녀들과 수도사들까지 정치성 시국미사에 끌어들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좌파 사제들의 언행을 교회법을 위반한 정치행위로 보고 있으며, 좌파 사제들은 ‘양심에 입각한 정당한 정치활동’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천주교 사제들의 제주도 해군기지 반대도 결국은 이들 두 단체가 주도한 것으로서, 천주교 좌파세력의 의해 태동된 사회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천주교내의 좌우분열 사태와 이로 인한 해군기지 관련 논란은 사회에도 적지 않은 여파를 미치고 있다. 종교단체가 사회·계층간 갈등을 치유하기보다 더욱 증폭시켰다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으며, 장병과 가족들의 안보․종교관의 혼란을 유발했다. 로만칼라에 사제복을 입은 성직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억지 주장이나 과격한 길거리 행동은 평신도는 물론 일반인들로 하여금 천주교 성직자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갖게 만들었으며, 국가생존이나 안보문제에 전문지식이 없는 수녀들이 시위성 미사에 동참함에 따라 수녀들을 보는 일반인들의 인식도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 천주교 사제들의 좌성향 활동으로 인하여 성직자를 길러내는 신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되었음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이 선진사회라면 성직자들이 존경받는 것이 당연하며, 이런 맥락에서 천주교 성직자들에 대한 교회내외 인식의 악화는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 해군기지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이제 끝내야 한다. 반대활동을 주도해온 천주교 사제들과 이를 규탄하는 평신도들 모두가 더 이상의 상호비방을 자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천주교 사제들의 해군기지 반대운동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온 강우일 주교가 남다른 책임감을 느끼고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는데 솔선수범해야 마땅하며, 정평위를 이끌어 온 이용훈 주교도 응분의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강 주교와 이 주교는 한국 천주교를 대표하는 핵심적 지위에 있는 성직자들로서 국가생존과 안보를 위한 전진기지로서의 제주 해군기지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사제들이 반대를 위한 괴담들을 생산·확산하는 일을 자제시켜야 마땅하다.
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시위성 미사를 주도해온 사제들도 이제는 제대(祭臺)로 돌아와야 한다. 우선은 자신들이 행해온 일들이 ‘정당한 정치개입’이었는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정치개입이 교리에 어긋나는가를 따질 때 사용되는 기준은 ‘Christ in Culture(사회에 순응하는 종교)’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Christ against Culture(사회에 저항하는 종교)’가 되어야 하는가 라는 문제다. 당연히, 종교 지도자들의 정치개입을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 할 수는 없다. 교회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전체가 절대악(惡)이라면 종교는 당연히 저항해야 하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동선(共同善)을 위한 정치개입은 정당하다. 독일의 성직자들이 나치에 저항한 것이나 암울했던 시절 김수환 추기경께서 민주투사들을 보호한 것은 정당한 정치개입이었다. 교황 요한 바로오 2세가 핵무기의 부도덕성을 강조하고 핵폐기를 호소한 것도 지구촌의 공동선을 추구한 정당한 정치활동이었다. 문제는 사제들이 자신들의 정치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절대다수의 행복을 앗아가는 ‘악’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제들이 찬반(贊反)이 존재하는 정치사안들에 개입하여 특정 정파의 편을 드는 것이 정당한 정치개입이 될 수 없음은 이 때문이다. 해군기지 문제도 그렇다. 사제들의 반대운동이 정당한 정치개입이 되기 위해서는 제주해군기지가 대부분 사람들의 행복을 앗아가는 절대악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미사를 포함한 각종 시국미사에 참가하는 수녀들도 이제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스스로 안보문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전문지식을 가지고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자문해야 한다. 평신도들은 수녀들로부터 성모 마리아의 거룩함과 청순함을 느끼기를 원하기에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 연좌하여 공사차량의 출입을 막거나 길거리에서 국정원 해체를 외치는 수녀들을 보면서 깊은 자괴를 느낀다. 이제는 수녀들도 자신들의 행동이 평신도들과 국민에게 어떤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지를 되돌아 봐야 한다.
차제에 천주교회의 장상들께서도 평신도들의 좌절감을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의 변화를 모색해야 마땅하다. 평신도들은 한국 천주교회에 정구사과 정평위 사제들의 정치행각을 자제시킬 그 어떠한 권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한동안 절망했었다. 엄밀히 말해, 교회를 운영하는 주체는 평신도이며 사제들은 성제를 주관하는 영적인 인도자이다. 그럼에도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주임사제들이 교회운영 전반에 가부장(家父長)적인 전횡을 행사하는 것이 일종의 전통이 되어왔고, 그러한 풍토 하에서 일부 사제들은 복음을 전파하는 대신 정치강론을 일삼아왔다. 이는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으로서 바티칸의 사목방침에도 위배되는 일이다.12) 장상들께서는 적지 않은 평신도들이 천주교협회가 발행하는 「경향잡지」나 주보간지에 정치적 편향성이 내포된 사제들의 발언이 실리는 사실이나 천주교 언론들이 정평위나 정구사의 활동을 보도하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좌절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제주교구 사제들이 강정마을 시국미사에 사람들을 동원하기 위해 사제들이 평신도들이 내는 교무금으로 구성된 교회예산을 써왔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평신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시대에 비전문가 사제들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영역에 개입하여 무오류적인 가르침을 행사하려 드는 것이 일반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성찰해야 한다.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런 방식의 자기 성찰을 받아들여진다면, 한국 천주교회는 더 큰 은총을 받을 것이며 평신도의 좌절도 치유될 것이다. 제주교구의 천주교 사제들도 해군기지 사업을 통해 군과 지역주민이 상생 발전하는 민군복합항을 건설하는데 건설적인 가교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주교 사제와 현지 주민 모두가 제주 해군기지가 절대다수의 행복을 빼앗는 악이 아니라 절박한 안보환경에 둘러싸인 한국에게 있어 너무나 중요한 안보사업이라는 사실에 대해 공감대를 나누어야 한다. 이제 천주교 사제와 수녀들은 자신의 영역이 아닌 정치나 전문분야를 떠나 교회로 돌아옴으로서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주여, 날마다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이루는 사제들을 언제나 깨끗하고 거룩하게 지켜주소서. 주님의 뜨거운 사랑으로 세속에 물들지 않게 지켜 주소서. (끝)
김태우 미카엘: 삼성동 본당 defensektw@hanmail.net
1) 2010년 춘계 한국주교회의 직후인 3월12일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기자회견에서 “생명문제와 4대강 사업에 대하여”라는 성명서를 배포하여 사실상 4대강사업에 대한 반대의 뜻을 밝혔으며, 당일 방송들이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고 보도한 바 있음. 그러나, 4대강 사업 반대가 정식 주교회의 만장일치 의결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후문이 있었음.
2) 강 주교는 밀양 송전탑 건설과 관련해서도 자신들의 삶을 지키려는 노인들을 제압하기 위해 30개 중대 3,000명 경찰 병력과 한전 측 용역 1,000여 명이 파견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용납할 수 없는 공권력의 횡포’로 규정함. 웜문 출처: 가톨릭뉴스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
3) 깅우일, “제주의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양심,” 천주교 중앙협의회 발행 「경향잡지」 2011년 9월호, pp. 134-141.
4) 강 주교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4.3은 인종청소에 해당하는 국가적 범죄이지만 전범재판과 같은 역사 바로잡기 작업이 부재했다”며 국가범죄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도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함. 2011년 8월 1일자 한겨례신문 참조.
5)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2315항: “군비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있다. 언제나 새로운 무기를 마련하는 데에 소요되는 엄청난 재원의 낭비는 가난한 사람들의 구제를 막고, 민족들의 발전을 방해한다. 과잉 군비는 분쟁의 원인을 증가시키고, 분쟁이 확산될 위험을 증대시킨다.”
6)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 54.3% 반대 38.2%였음. 대법원은 민군복합항 건설이 적법하다고 판결하고 반대단체들이 제기한 ‘국방·군사시설사업실시계획 승인 및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기각했음.
7) 시뮬레이션은총 3회에 걸쳐 실시되었음. 최종 시뮬래이션(2013.1.17~18)은 반대자들의 요구에 의해 15만톤 크루즈선의 입항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었음. 실험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와 제주자치도에서 추천한 4명의 도선사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참가하여 실시되었는데, 풍속 27kts(시속 50km) 상황에서 15만톤급 크루즈선의 입출항이 가능함을 재확인했음.
8) 김태우, “日 재무장과 막중해지는 海軍의 역할,” 문화일보 2013년 8월 28일자 참조.
9) 정구사는 유신시절 민주화 투사들을 보호하는 ‘사제들의 정당한 정치개입’으로 사회의 양심을 대변하는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현재에 있어서는 다양한 좌성향 활동을 통해 ‘종북(從北)’ 논쟁과 ‘정치개입’ 시비를 유발하고 있음. 정구사는 한미동맹 반대, 주한미군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제주도 해군기지 반대,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 조작설 주장 등으로 북한과 유사한 주장들을 개진해왔음. 이명박 정부 초기 쇠고기 파동 때에는 ‘시국미사’를 통해 반정부 시위를 확산시키는데 앞장섰으며, 박근혜 이후에는 국정원 직원들의 2012년 대선 개입혐의를 이유로 ‘국정원 해체’와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주장하고 있음. 이 단체를 주도했던 함세웅 신부는 재야 원탁회의의 일원으로써 노골적인 정파성(政派性)을 보여왔으며, 2013년 11월 22일 정구사 소속 박창신 신부는 “천안함은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 “연평도 포격은 한국과 미국의 탓이다”라는 취지의 강론을 하여 ‘이적(利敵) 발언’ 논쟁을 촉발하기도 했음. 김태우, “북한도발 두둔하는 천주교 사제들은 어느나라 국민인가,” 2013년 11월 29일자 동아일보 참조.
10) 정평위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배려, 생명의 소중함, 환경보호 등을 명분으로 하는 천주교회의 정식 조직이지만, 원전 건설, 새만금 간척, 4대강 개발, KTX 터널 건설, 송전탑 건설 등 정부가 벌이는 거의 모든 국책사업들을 반대해왔으며, 제주해군기지 반대, 국정원 해체를 위한 시국미사,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등에 있어 전국순회 시국미사를 공동주최하는 등 정구사와 공동보조를 취했음.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해서도 정평위는 제주교구의 요구에 부응하여 2007년 10월 전체 천주교 차원에서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문제를 주교회의에 상정했음. 주교회의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정평위 차원의 반대운동이 전개되었고, 2007년 12월에는 정평위 소속 사제들과 수녀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반대시위에 나서기도 했음. 이후 정평위는 반대운동을 자제했으나 제주교구 차원의 반대는 지속되었음.
11) 예를 들어, 2014년 4월 6일 제주교구 현문근 신부는 주보 간지를 통해 사제들의 해군기지 반대를 비난하는 평신도들의 신문광고를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음. 이 글을 통해 현 신부는 “사제들의 해군기지 반대는 교구장님(강우일 주교)과 주교회의 산하 공식기구인 정의평화위원회가 가톨릭 교회와 역대 교황님들의 가르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면서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거룩한 목자들의 결정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을 순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개진했음. 이에 대해 일부 평신도들은 이념적 편향성을 가진 사제들이 교회의 공조직을 이용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사제들이 자신들도 잘 모르는 전문영역에 월권적으로 개입하여 가부장적이고 무오류적 가르침을 행사하려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난함.
12) 가톨릭교회 교리서 2442: It is not the role of the Pastors of the Church to intervene directly in the political structuring and organization of social life. This task is part of the vocation of the lay faithful, acting on their own initiative with their fellow citizens. 정치구조나 사회 생활의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들이 할 일이 아니다. 이 임무는 동료시민들과 더불어 주도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평신도들의 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