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인 임 변호사가 말했다.
그는 4․11 총선이 있을 무렵,
그 한 달 전에 외국에 나가 있다가 당일 날, 와서 투표를 했다.
그렇게 외국에 가 있던 동안의 이야기였다.
『외국에 있었지만 그 때 내 눈에는 어떻게 보아도 승부는 끝난 것 같았다. 나는 죽어라고 한 가지 기도만 했다. 「하느님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나라가 공산주의 손에 넘어가 새빨개지는 일만은 막아주세요. 제발…」하면서 빌었다. 아이고!! 그 때의 절실함이라니.』
임 변호사의 말을 들으며 우리는 모두 웃었다. 가슴이 메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웃었다.
가톨릭 신자인 「임 변호사의 하느님」은 그의 말을 들어 주었다고 우리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한가.
들어주셔. 하느님은 들어주셔
『이건 사람이 한 일이 아니야. 하느님이 한 일이야. 정말 하느님 감사합니다. 할 수 밖에 없어.』
임 변호사의 말에 우리 모두는 너무 너무 공감했다.
선거 개표가 시작되기 전의 TV 화면은 샛노란 빛깔이 온통 칠갑을 하고 있었다. 「박빙」인 지역이 많은데 「오차」범위 내에서 노란색이 우세하다는 출구조사 결과를 그렇게 노란색 칠갑으로 띄워 놓고 희희낙락하는 번들번들한 야당 당사의 얼굴들이 비춰댔다. 그런 것을 보며 TV를 「탁」꺼버리고 들어가 자버렸다가 새벽 4시에야 밤사이에 일어난 「기적」을 알게 되었다는 바오로 ㄹ씨도
『들어주셔. 하느님은 들어주셔.』
하고 말했다. 우리 모두는 또 끄덕끄덕 하며 심오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자 좀 엉뚱한 소리를 잘하는 미카엘 ㅂ씨가 말했다.
『곽 노현이라는 자가 말한 거는 어떻게 생각해. 하느님도 저를 보고 참 잘 했구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잖아.』
우리는 모두 맥이 풀렸다. 여기서 그 이야기가 왜 나오나. 돈으로 후보 단일화를 사고 그것을 「善意(선의)」 타령을 해서 재판에 이기겠다고 꼼수를 부리는 그런 자가 「하느님」을 들먹이는 일을 지금 어디다 견주는 것인가.
오만방자, 방약무인의 「그 자」
우리는 모두 미카엘 ㅂ씨가 「그 자」이기라도 한 것처럼 분통이 터져 하며 공격했다. 「그 자」는 정말 하는 말마다 너무 오만 방자하고 방약무인하다. 그리고 세상을 너무 우습게 본다. 간교하게 발달한 제 얕은 수만 믿고 법이나 민심을 조롱하고 있는 「그 자」가 너무 얄미워서 『어디 빈방에 가둬놓고 한 대 갈겨 줬으면 좋겠다.』고 글라라 ㅅ씨가 말했다.
그것에도 우리 모두는 「동감」했다. 그 때였다. 『아 참!』하며 로사 ㅇ씨가 사방을 둘러보며 「이 자리서만」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평소의 로사답지 않게 목소리도 내리고 은근하게 조심스런 표정으로 그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이런 이야기였다.
열심 한 가톨릭 신자인 나이 지긋한 전직 교장 선생이, 자신이 직접 한 일을 이야기해 준 것이다. 그가 다니는 가톨릭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그 성당에는 평소에도 「정구사」경향의 강론을 하는 신부가 있었다고 한다.
어느 주일, 그 신부가 신도들에게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야 한다는 강론을 한 날이었다. 신도들은 착하니까 성당에서 나와서 꼬박 꼬박 절을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 행렬이 오래 이어진다. 그 신도는 다른 신도들이 다 돌아가고 신부만 혼자 남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뭔가 긴한 이야기가 있느냐는 듯 궁금해 하는 신부를 으슥한 뒷곁으로 유인했다. 그곳에서는 십자가상도 마리아 상도 눈에 띄지 않았다. 신부와 그 신도는 자연인인 개인과 개인이 되었다.
그렇게 개인과 개인이 된 신도는 다짜고짜 개인 사제의 멱살을 잡았다.
혼내준 장년 꼼짝 못한 신부
『제주 해군기지는 나라가 국방을 위해서 만드는 기지다. 우리의 안보는 함부로 장난질을 하며 반대를 하느니 마느니 할 일이 아니잖아. 신도들에게 그런 강론을 하면 어떻게 되나. 나한테 혼 좀 나볼래? 한번만 또 그러면 내손에 정말 혼날 줄 알아라.』
신부의 얼굴이 빨개지도록 목을 조르며 한바탕 혼을 내주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손을 털고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나이도 지긋하고 평소에 열심히 미사 참여를 하고 사목 회 일도 많이 거드는 그를 마음씨 좋은 신도 한사람쯤으로 여기고 있던 신부는 혼비백산한 채 눈을 못 들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 신도는 나이는 들었지만 힘도 있고 운동 살이 붙은 아주 실팍한 장년이라고 한다.
로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리는 모두 아주 이중적인 표정이 되었다.
『그것 참 잘 해줬다.』 그러기에는 좀 면구스럽지만 속이 좀 후련해지는 느낌을 다 함께 맛보았기 때문이다.
오도된 안목가진 신부 너무 많아
「그 자」를 어디 빈방에 가둬놓고 한 대 갈겨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글라라는 자꾸만 웃었다. 『그래 「이 자리서만」 얘기하기로 하자. 그것 참 속이 후련한 일이네』하고 말해 버렸다. 모두가 빙글빙글 웃으며 동감했다.
우리 친구 임 변호사는 조용히 결론을 내렸다.
『그 신자가 한 일이 절대로 잘 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얼마나 분통이 터졌으면 그랬겠는가 싶네요 신도들을 이렇게까지 만드는 그런 신부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걱정스러운 것은 사회를 향한 그런 오도된 안목을 지닌 신부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지요. 그런 것을 바로잡아 주시라고 기도해야지요.』
그런 결론을 내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편집자 주 = 이 글은 한국논단 6월호에도 실린 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