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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심각한 사태를 생생하게 쓰지 못하는 담화문
-가장 처참한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해 인권주일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됩니다-
임광규 베네딕도 (신관동본당)
 

지난 12월 5일은 한국 천주교회의 제29회 인권주일입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주교님의 인권주일 담화문을 보았습니다.

이 54줄의 담화문은, “과학이 발달하고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사회라도 그 중심인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가 존중되지 않는다면,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진정한 안정과 평화를 누릴 수 없습니다.” 로 시작하여, “아동성추행, 연쇄살인, 빈부격차, 배금주의, 사회적 약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 양천경찰서 피의자 가혹행위,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외교통상부 자녀 특채 비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금융기관 수장의 공금유용, 재벌 비자금 조성, 개발논리로 인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주 노동자들, 새터민,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4대강사업 등”을 고쳐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52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 54줄의 담화문 속에는, “특히 기아와 인권유린으로 고통 받는 북한 동포들의 현실에 대하여 안타까워하며, 북한 정권의 회개를 촉구합니다.”라는 “2줄”이 들어 있습니다.

“북한 정권의 회개를 촉구합니다.”라는 문구를 쓰신 것은, 그래도 종전의 북한인권에 관한 교회의 글들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입니다.

 

북한을 탈출한 동포들 중 100명을 인터뷰한 대한변호사협회의 2008년 2010년 북한인권보고서는, 정상적인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인간에 대한 짐승 같은 학대와 살육이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범수용소의 사실을 생생히 전해 주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인터뷰에서 대부분이 “기독교를 믿으면 정치범수용소행이고 총살이다”라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갔다가 잡힌 젊은이가 중국에서 기독교에 접했다는 것이 발각되어 총살되었다.” “유치원원장을 지낸 노파가 보위부원에게 하나님을 욕되게 하지는 마시오 라고 말했다가 갇힌 곳에서 죽어나갔다.”는 사실을 인터뷰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한 탈북자는 “10살 때 자기 엄마가 십자성호를 그으면서 아멘 하는 것을 몰래 보았으나, 모자간에 서로 그 말을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거의 모두가 기아와 죽음과 두려움의 일상적 생존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그런 생존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되었던 경험이 몸에 따라 다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서 8년 넘게 복역한 알렉산드르 포드라비네크(현 러시아 엑스프레스 흐로니카 紙 편집장)가 1999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한에는 인권이 전무하다.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인권부재의 장소이다. 아마 히틀러나 스탈린도 혀를 내두를 것이다.”

 

북한지역에서 신음하고 있는 동포 특히 정치범수용소에서 짐승대접을 받고 있는 동포들에게, “52줄 대 2줄”은 균형 잡힌 글도 아니고, 예의도 아닙니다.

평양과 덕원과 함흥에 관할을 가지고 있는 한국 천주교회가 인권주일을 표방하고서 이렇게 하면, 북에서 신음하는 동포들은 더 비참해 집니다.

 

여러 교구의 주보들을 보았습니다.

대구교구 주보에서는 이번 인권주일에 “세례자 요한이 전하는 인간의 권리”라는 제목으로 근로자회관을 관장하시는 신부님께서, “인권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말합니다.”라는 서두로 시작하여, “자학, 자살, 낙태, 살인, 약탈, 감금, 억압, 고문, 차별, 경제논리로 인권을 파괴하는 모습”을 지적하는 글을 쓰시고, “회개하라는 세례자 요한의 목소리가 들리십니까?”로 매듭을 짓고 있습니다.

대전교구 주보에는 노인사목을 담당하시는 신부님께서, “노인의 주거보장”을 주제로, “주택이 노인의 안전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고, 경제적 보장의 효과를 높여주며, 사회적 지위와 정체감을 나타내고, 신체적 경제적 독립과 사생활의 자유를 확보해 주고, 노인을 수발하는 가족 등 에게 편리성을 제공해 줌으로, 주택수요와 공급을 민간차원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복지국가의 기본이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쓰고 계십니다.

다른 교구 주보들에서도 인권주일에 위 주교님 담화문이외에 북한인권에 관하여 문제 삼은 곳이 별로 없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한국에도 개선해야 할 인권문제가 많습니다.

포근하게 따뜻한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둘러보고 편안하게 말하는 것도 누가 시비하지 않습니다. 세월이 이다지 태평세월이라고 낙관적으로 본다고 비난 받을 이유는 따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몇 백 년을 두고, 폭군의 억압을 참다 참다 못해 수많은 용사들이 자유와 인간존엄의 대의를 위하여 피를 흘려 목숨 바쳐가며 쌓아 온 인권의 대의(人權의 大義)를, 이렇게 안이하게 풀이하고 나열하는 것은 인권의 본질을 모르는 것입니다.

세계 어디에서 생을 영위하든지, 조물주인 하느님의 은총을 입은 인민들 누구라도 그 자유와 존엄성이 짓밟힐 때에는, 그 가장 무겁고 가장 심각한 곳에서부터 교회가 분개하고 슬퍼하고 함께 고통스러워해야 합니다.

적어도 교회의 인권기념일은, 평범한 사람들의 인권헌장이나 인권기념일 못지않아야 합니다.

고통에 대면(對面)하는 체험과 같은 내용을 서로 함께 알아서 나누고, 아직 모르는 분들이 생생한 교육을 받는 날이어야 합니다.

더구나 가깝게는 40킬로미터에서 멀어야 600킬로미터 안에 살고 있는 북한동포들이 겪고 있는 처참한 인권유린을, 대중매체는 물론 탈북자들로부터 직접 듣고 보고 읽고 있으면서도, “52 대 2”의 균형감각으로 쓰면, 신자들 특히 나이 어린 다음세대는 앞으로 “52 대 2”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동포에 대한 사랑의 부족이 됩니다.

(2010년 12월 6일)


입력날짜 : 2010-12-06 (15:39), 조회수 :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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