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캐나다에서 G-20 회의에 참석 중이던 이명박・오바마 대통령은 별도의 정상회담을 갖고 전작권과 관련한 중요한 합의를 전격 발표했다. 2012년 4월 17일부로 예정된 전작권 분리와 연합사 해체를 2015년 12월1일까지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이로서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과 연합사 문제에 관해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보건대, 전작권은 노무현 정부가 분리를 들고 나왔던 2005~6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슈였다. 당시 노무현 정부와 지지자들은 “전작권이 없는 나라는 주권이 없는 나라”라는 논리를 앞세우고 막무가내로 분리를 추진했다. 양국 국방장관이 2012년 부로 연합사를 해체하고 전작권을 분리한다는 합의서에 서명한 것은 2007년 2월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 합의를 재고해야 하는 이유들은 수두룩했다. 첫째, 공정한 찬반논의 없이 강행된 분리 결정은 애초부터 정당성을 결여했다. 당시 반대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은 직간접적으로 침묵하라는 권고를 받아야 했고, 일부 언론 또한 일방적으로 찬성논리만을 전파했다. “전작권을 돌려받아 국가자존심과 주권을 회복하자”라는 논리는 일부 젊은이들의 폐부를 찔렀고, 이들이 지배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신중론자들은 간단하게 ‘반통일 사대주의’로 매도되었다. 국회 동의도 없었고 국무회의 의결도 없었다.
빗나간 ‘북한위협 감소’ 예상
둘째, 노무현 정부가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던 ‘북한위협 감소’라는 전제도 빗나가고 있었다.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 수년간 수개의 육군사단을 증편하고 수백 대의 탱크와 수백 문의 야포를 늘렸으며, 7만 명의 특수작전부대를 증강했다. 핵문제도 악화되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2009년 두 번째 핵실험을 강행했고, 지금은 수소폭탄 프로그램까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다 천안함 피격사태는 한국이 다양한 비대칭적 위협에 노출되어 있음을 여지없이 증명했다.
셋째, 2012년은 결코 적절한 분리 시점이 아니었다. 2012년은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등 4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거나 지도부가 바뀌는 해이며, 북한이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해이기도 하여 동북아 안보정세가 매우 불투명한 시기일 수 있다. 이 시기에 전작권이 분리된다면, 중국과 북한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공세적인 대한반도 정책을 추구할 수 있으며, 북한 또한 미국이 북핵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더욱 핵무기에 집착할 것이다.
모든 것에 앞서, 노무현 정부의 전작권 분리 주장들은 처음부터 허점 투성이었다. ‘국가자존심’이니 ‘군사주권’이나 하는 것부터가 그랬다. NATO에서도 전쟁시 미군 장성이 사령관을 맡게 되어 있지만 국가자존심이나 주권을 들먹인 유럽국은 없다. 설령 자존심에 손상이 간다고 해도 그렇다. 전쟁 발발시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결코 자존심 차원에서 논할 사안이 아니다. “한국군이 크게 성장했으므로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라는 주장도 부적절한 것이었다. 독자능력의 충분성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검증할 수 없으며, 세계 최강・최첨단인 미군의 시스템을 대북억제에 활용할 수 있을 때까지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실용주의적 접근이다. “전작권이 전환되지 않는 한 한국군은 홀로서기를 위한 모멘텀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얼핏 애국적인 것으로 들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억제에 도움이 되어온 전작권 공유체제나 연합사를 탓해서는 안 된다. 한국군이 미군을 믿고 홀로서시 준비를 소홀히 해왔다면 이는 한국군 스스로의 문제일 뿐이다.
연합사는 사실상 재동개입 장치
“전작권이 분리된 상태에서도 전쟁발발시 미군이 올 것이며, 지휘협력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더욱 문제가 있었다. 내외 정세들을 종합할 때 한반도 전쟁시 미국이 과연 지상군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심사가 되어 있는 마당에 사실상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장치나 다름없는 연합사를 해체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2인3각’의 군사협조센터 체제가 ‘2인2각’의 연합사 체제 못지않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은 도무지 말이 되지를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전작권 분리와 연합사 해체 시기를 3년 7개월간 연기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물론, 분리 시점을 2015년으로 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때에도 여전히 안보정세가 혼란스럽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지만, 이는 그때에 가서 다시 다룰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어쨌든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문제에 관 한 소임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의 과제가 만만치 않다. 애초부터 ‘미국 주도 전작권 공유체제’는 무한정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으로서는 좀 더 많은 준비기간을 가지게 된 만큼 철저하게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하며, 지휘협조 연습 등을 통해 전작권 분리 이후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작권 문제가 정치이슈로 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합의의 대가로 많은 것을 양보하기로 약속하지 않았는가 라는 목소리들이 있지만, 한 마디로 부질없다. 분리 시기를 조정한 것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했기 때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향후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좀 더 많은 협력을 제공하게 되더라도 이 역시 필요에 따른 것이다. 일방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던 동맹시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국이 성장한 만큼 대접을 받는 동맹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당연히, 거기에 부응하는 기여를 해야 한다. 그것이 쌍무동맹의 기본정신이자 한국이 다급할 때 달려와서 피를 흘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거이다. (필자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