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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역량으로 천암함 비극 극복해야
‘천암함 침몰 사태 전망과 우리의 대응방향’
김태우 미카엘 (삼성동본당)
 

지난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고는 한국해군 사상 최대의 참사였습니다. 금쪽같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들과 생때같은 남편을 잃은 아내들의 절규가 온 하늘에 메아리쳤지만, 그들은 결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772함 응답하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호명된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사랑하는 부하를 잃은 상관들이 생환을 애원했지만 그들은 이 애절한 명령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조국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푸른 바다에 바치고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생환을 바랬던 온 국민의 가슴에 피멍을 남긴 채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어린 아들딸들을 뒤로한 채 순식간에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어찌 하겠습니까. 이제부터라도 남은 과제들을 식별하여 하나하나 수행해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그들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로 보낸 조국에게 남겨진 엄중한 숙제입니다.

 

남겨진 다섯 가지 과제

당연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첫 과제는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며, 관건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수준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과제는 희생된 분들을 예우하는 일입니다. 여기에는 천안함의 승조원뿐 아니라 구조임무 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와 해군을 돕다가 희생당한 우리어민들과 외국인 어민들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천안함 사태를 다룬 언론의 보도자세를 성찰하는 것은 세 번째 과제입니다. 위기를 맞이하여 국민의 알권리에 부응하는 우리 언론의 임무는 실로 막중하지만, 그럼에도 언론은 보호받아야 할 군사기밀들이 무분별하게 노출하고 지나치게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내용들을 보도했다는 세간의 지적들을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 번째 과제는 규명된 원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일입니다. 우리 스스로의 잘못으로 판명된다면, 재발방지 조치들과 함께 엄중한 책임추궁이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특정세력의 군사적 도발인 것으로 밝혀진다면 적절하고 단호한 대응조치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결단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과제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리의 안보체계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국방선진화를 앞당기는 일입니다.

이렇듯 남겨진 과제들은 많고 무겁습니다. 우리는 이것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적 역량입니다. 기다릴 때와 나설 때를 알고 격려해야할 상대와 질타해야할 상대를 구분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세계 13위 경제력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보여야 하는 역량입니다. 그것이 쉼 없이 대한민국의 약점을 노리는 세력에게 보여주어야 할 우리의 모습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위기를 맞이하여 국론이 분열되고 내부다툼을 벌인다면 이는 천안함의 참담한 모습처럼 나라를 동강내는 일입니다. 그것이 곧 적들이 원하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납덩이처럼 무거운 심정으로 조사결과 기다려야

우선, 원인규명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기다리는 국민이 되어야 합니다. 합동조사단이 ‘외부폭발에 의한 침몰’이라는 잠정결론을 내린 상태이어서 용의세력이 존재하지만, 최종 결론이 나기 전까지 단정적 언행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 용의세력을 비호하고 나서는 것도 온당하지 않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저들과는 달리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증거를 가지고 말하는 법치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정부는 객관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국의 전문가들까지 조사에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은 국방당국이나 해군에 대해 질책을 가할 시기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딸자식이 모진 놈을 만나 성폭행을 당했다면, 부모는 당연히 자식의 건강을 먼저 걱정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조심성이 부족했다는 꾸중은 나중의 일입니다. 지금은 사건수습에 정신이 없는 군을 성원해야 합니다. 잘잘못을 따질 기회는 나중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건 이후부터 억측과 음모설이 난무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눈과 귀를 의심해야 했습니다. “천안함 침몰은 북한을 몰아붙이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부의 자작극이다.” “미국이 어뢰를 발사했다” “한주호 준위는 북한의 소행으로 위장하기 위해 어뢰 파편을 바다 속에 뿌리는 작업을 하다가 사망했다.” 인터넷 공간에 이런 글들을 뿌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과연 우리 국민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런 말들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과연 우리 국민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십 명의 고귀한 생명과 수천 억짜리 군함을 스스로 수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주변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대한민국의 비극입니다.

제대로 된 나라일수록 위기 시에는 정당들도 정쟁을 멈추고 국민은 정부를 중심으로 뭉치는 법입니다. 2001년 9.11 테러공격을 당했을 때 미국 국민도 그랬습니다. 정부의 안보태세를 질책하기보다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1981년 랑군 폭파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보다 못사는 버마도 그랬습니다. 우리는 북한 공작원 두 명을 체포해놓고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버마 당국을 원망하면서 북한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을까 조바심을 냈습니다. 버마 당국이 자체 조사를 벌이는 동안 일체 침묵하면서 우리의 애간장은 타들어갔지만, 조사가 끝나자 버마는 확실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버마는 북한에 대한 국가승인을 취소하고 두 공작원에게 사형을 언도했는데, 이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였습니다.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지금은 납덩이처럼 무거운 심정으로 묵묵히 조사를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국민이 유족 돕는 일에 나서야

희생된 분들을 예우하는 일과 관련해서는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결코 모든 죽음이 동일하지 않습니다. 나라를 지키다 숨진 장병들의 목숨값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다가 사망한 사람들의 그것보다는 값진 법입니다. 프랑스만 해도 그렇습니다. 전쟁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죽음이 가장 높은 예우를 받으며, 그 중에서도 나치 치하에서 레지스탕스 운동을 벌이다 전사한 장병들이 으뜸입니다.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우리가 제대로 된 나라라면 시국사건으로 숨진 분들보다는 나라를 지키다 숨진 분들이 더 높은 예우를 받아야 하며, 사회투쟁을 벌이다가 부상당한 사람들보다는 베트남전쟁에서 고엽제 환자가 되어 돌아온 장병들이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당장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면, 어찌해야 합니까. 국가가 예산사정 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천안함의 영웅들을 원하는 만큼 대우할 수 없다면,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이 나서서 희생된 해군장병들과 구조대원들 그리고 해군을 돕다가 실종된 어민들을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하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국민이 나서서 성금을 모으고 범국가적인 추모열기를 불러 일으켜야 합니다. 여기에는 큰 손과 고사리 손의 구분이 없습니다. 그것이 천안함 참사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키는 길입니다.

 

지도자들의 고뇌 이해해야

원인이 규명된 이후의 대응조치에 대해서도 국민의 공감대가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우려했던 대로 특정세력에 의한 어뢰공격 등으로 판명되는 경우, 최고 결정권자들은 즉음보다 더한 고심 속으로 빠져들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선, 그들에게는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기습사건, 울진삼척 무장게릴라 침투 사건, 랑군 폭파사건,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등 그들이 저지르는 숱한 도발들을 참고만 살아온 대한민국이지만, 이제 더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약한 상황을 무한정 허용한다면 상호호혜적인 남북관계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군사대응을 포함한 모든 대응조치들은 우리의 의지와 선택의 문제일 뿐 능력의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의 지도자들에게는 힘들게 이룩한 번영과 안정을 지켜내야 하는 의무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어떤 대응조치를 결정하든 국민은 두 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그들의 고뇌를 이해하고, 그 결정을 중심으로 합심해야 합니다.

지도자들이 내리는 결정이 무엇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로 하여금 후회하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높은 비용을 물도록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도발을 당할수록 온 국민이 하나가 되고 친북세력들이 설 땅이 좁아진다면, 그것이 도발자들이 치러야 하는 가장 높은 비용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쉼 없이 대한민국의 약점을 노리는 적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우리의 모습입니다.

국가안보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마지막 과제인 안보체계를 점검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와 전문가들의 영역에 속하지만, 이 역시 납세자 국민의 민주역량을 바탕으로 수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해상에서의 해군의 임무를 평가하는 일에서부터 정부와 군의 보고체제를 포함한 각종 위기관리 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일을 거쳐 당면한 안보위협을 재평가하고 국방재원 투자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실로 많은 세부과제들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진지한 논의와 고심을 거쳐야 함이 당연하며, 논의의 일부는 국민과 공유해야 합니다. 납세자인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것이 한정된 국방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길이자 국방선진화의 길입니다.

따지고 보면 정부가 추진하려는 국방선진화라는 것은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닙니다. 낭비요인의 제거를 통한 국방예산의 효율화, 배타적 요인의 배제를 통한 국민의 군대 건설, 군내부의 차별요소 해소를 통한 군의 일체화. 당면 위협에 대처하는 최적의 군사력 건설, 미래 위협에 대비하는 군사력 추구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 마디로 축약한다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적의 군사력을 추구하는 것이 국방선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국방개혁 2020」에 대한 재검토도 있어야 할 것이며, 특히 줄이고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북간 군사대치가 지속되고 북한군이 7-10년을 복무하는 상황에서 인구추세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군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것은 국가안보의 기본을 흔드는 발상이었습니다. 복무기간을 24개월로 환원하고 가산점 제도를 부활시키는 것은 안보기반 구축을 위한 기본적 조치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정밀한 안보수요를 계산하지 않고 병력 감축목표나 육군사단 숫자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이에 맞추어나가는 방식도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국방예산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민주역량을 가진 국민이라면 안보가 포풀리즘 정치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요컨대, 천안함 사건은 국민의 건전한 안보의식을 되살리고 국방선진화를 앞당기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선진한국의 모습 보여주어야 할 때

이렇듯 우리에게는 수많은 과제들이 남아있지만, 지금은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는 노력이 경주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위기에 뭉치는 국민적 역량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처칠 수상은 정치인으로서는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해 2차대전이 끝나고 실시된 선거에서 낙선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국민은 전쟁 동안 처칠 수상을 중심으로 뭉쳤습니다. 미국도 그랬습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수천 명이 사망했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은 오히려 단결했습니다. 일본군에 의해 침몰된 아리조나호는 1,177명의 장병들의 유골을 안고 역사 박물관이 되어 바다 속에 보존되고 있습니다. 9.11 테러공격을 당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희생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1천 명 이상의 유해를 찾지 못했고 사전에 정보를 입수했으면서도 공격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미국 국민은 부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쳤습니다. 또한 제대로 된 나라일수록 전쟁영웅들을 잊지 않습니다. 미국은 한국전쟁이 끝난지 60년이 되는 지금에도 전사자들의 유골을 수습하여 신원을 밝힌 뒤 유족에게 인도하는 사업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습니다. 이미 수십억 원의 성금이 걷히고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우리국민의 역량을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얼마전 수백만 명의 ‘붉은 악마’들이 외치는 함성소리가 세계에 메아리치는 것을 목도하면서, 대한민국의 영파워를 실감하고 나라의 미래를 낙관했습니다. 지금은 온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외칠 때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하늘에서 별이 되어 조국을 굽어볼 것입니다.

큰일을 당할수록 국민이 합심하는 나라, 국민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때를 알고 추상같은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 무엇인지를 아는 나라, 국민이 질타해야 할 대상과 격려해야 할 대상을 구분하는 나라, 나라를 위해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함에 있어 여야의 구분이나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구분이 없는 나라, 언론 스스로가 국민의 국가안보와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알고 비전문가 국민과 공유해야 할 정보와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할 정보를 구분하는 나라, 위기를 당할수록 정치권이 정파적 이해를 떠나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합심하는 나라...이런 것들이 이 시기에 적들과 세계에 보여주어야 할 선진한국의 모습입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많이 땄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한국국방연구원인 필자가 2010년 4월 23일 안보전략연구소,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자유기업원 공동주최 긴급 시국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입력날짜 : 2010-04-24 (22:35), 조회수 :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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