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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님의 5일장을 마친 후 3일째 되던 2009년 2월 22일 주일이었다. 이 날은 전국의 모든 성당들이 김 추기경님을 위한 추모미사를 드리는 날이었다. 나는 교차하는 감정을 안고 성남 단대동 성당에 들어섰다. 내가 믿는 신앙세계의 큰 어른께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셨다는 슬픔이 너무 컸지만, 김 추기경님께서 사회에 그토록 아름다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천주교인으로서 벅찬 자부심도 함께 느끼고 있었다. 나는 추모미사를 통해 김 추기경님을 위해 진한 기도를 올려야겠다고 다짐하면서 11시 교중미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교중미사를 드리면서 내 가슴은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지고 말았다. 이상헌 플로렌시오 주임 신부님은 미사 중에 김 추기경님에 대한 애기를 일체 하지 않으셨다. 너무나 의아스러웠다. 미사를 시작하면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으셨음은 물론 강론에서도 김 추기경님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그러더니 마지막 강복을 주시기 직전 주보를 한 손으로 치켜들고서 너무나 충격적인 발언을 하셨다. “주보 위쪽에 사진이 있지요?” “이분은 이제 갔습니다. 이제 새로운 추기경님을 모셔야 합니다. 이 사회와 교회가 소통이 잘되게 할 수 있는 분을 모시게 해달라고 기도 많이 하십시오...이분 이제 갔습니다." 적어도 내가 듣기에는 김수환 추기경님은 사회와 교회가 소통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 분이니 잘 돌아가셨다는 뉘앙스였다. 충격이었다. 플로렌시오 신부님이 김수환 추기경님께 무슨 개인감정을 가졌는지는 내가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인도하는 사제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많은 생각들이 뇌리에 들어왔다. 플로렌시오 신부님은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신 후 모든 방송과 언론매제들이 추모기사를 쏟아낸 것을 보지 못하셨다는 말인가? 명동성당 일대를 뒤덮었던 거대한 추모의 물결도 보지 못하셨다는 것인가? 천주교인과 비교인을 가리지 않고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줄을 섰던 문상행렬도 보지 않으셨는가? 열 사람 중에 아홉이 김 추기경님을 존경한다고 답했다는 KBS 뉴스도 듣지 못하셨단 말인가? 마지막 가시면서도 신체의 일부를 기증하신 김 추기경님을 기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천주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소식도 모르신단 말인가? 이런 분을 두고 교회와 사회 간의 소통을 가로막았다고 한다면, 플로렌시오 신부님이 말하는 사회와 교회 간의 소통은 도데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가슴이 써늘해지는 것을 느끼던 중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차, 그렇구나. 정의구현사제단인가 보구나.” 미사를 마치고 다른 신자들에게 물어봤더니, “보나마나 뻔하지 않느냐” 라는 대답이었다. 정구사 사제가 아니겠느냐 라는 것이었다. “좌파 신부들이 설쳐대는 것을 보면 천주교에는 사상이 이상한 신부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는 교우도 있었다. 나는 물론 플로렌시오 신부님이 정구사의 일원인지 아닌지를 알지 못하며, 알아볼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그 단체에 속했거나 동조하는 사제들이 아니면 김수환 추기경님을 비하할 수 없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정구사 사제들이라고 해서 “돌아가셨습니다”라는 표현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참으로 겁나는 세상이다. 천주교 평신도로 생활하기도 무서운 세상이다. 정구사 신부님들이 김 추기경님을 미워했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2007년 7월인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에도 이상헌 플로렌시오 신부님은 강론시간에 참으로 무서운 말씀을 하셨다. 당시는 미군기지가 이전해갈 대추리에서 정구사 소속 문규현 신부가 반정부 데모를 주도하고 있을 때였다. 그날 청년미사를 집전하시던 플로렌시오 신부님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대추리에 가보았더니, 죽창과 쇠파이프가 경찰과 맞서 옥신각신 하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 미국 사람 하나가 팔짱을 끼고 웃으며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를 보는 순간 권총이 있었다면 그 미국 사람을 쏴 죽이고 싶었습니다....” 글쎄다. 적어도 나는 이 땅에 한미동맹이 존속하고 미군이 주둔하는 이유는 이 나라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고 한국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 사건들도 많았음을 기억한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주둔한다든가 기지를 이전한다든가 하는 문제는 국익의 향배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며, 여전히 국민의 다수가 미군주둔의 불가피성을 이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좌익세력들과 ‘진보’로 위장한 좌익세력들이 극렬한 친미ㆍ반미 데모를 주도해왔으며, 정의구현사제단도 이 대열에 동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플로렌시오 신부님이 청년들을 상대로 그런 강론을 하시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세상일을 잘 알지 못하는 평범한 주부이다. 나랏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미군기지가 어떻게 바뀌는지, 남북관계가 어떻게 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등은 나 같은 사람에겐 너무 어려운 주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정구사 소속이든 아니든 성제를 집전하는 사제님들이라면 돌아가신 추기경님을 놓고 능멸적인 말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정구사가 국민 대다수가 존경하는 김 추기경님을 미워한다면 그 자체로 천주교적인 단체라 할 수 없으며, 고인이 되신 천주교의 큰 어른을 향해 “이제 갔습니다”라고 말 할 정도라면 천주교의 사제라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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