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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을 생각하며...
송정숙 글라라 (서초동성당)
  30년 동안 내 집일을 보아주는 아줌마―내 손자들은 작은 할머니라고 부른다―가 겨울 추위가 간단하지 않은 날 아침 11시쯤 퍼렇게 언 몸으로 들어왔다. 얼기는 했지만 얼굴은 이상하게 기쁨에 찬 표정이었다.
 『명동성당에 다녀왔어요. 새벽 5시에 갔다가…』
 그 시간에야 오는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잠이 깊이 들면 깨지 못할까봐 날밤을 새우고 갔는데도 줄이 길어서 그 시간에야 올 수 있었노라고 했다.
 그 사람은 천주교 신자도 아니다. 나는 그 순간, 신문마다, 방송마다 다뤄대니까 이 사람까지 덩달아 이런 고생을 실천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걸 느꼈는지 그는
 『…언젠가 (종교를)믿게 되면 거기로 가리라 생각하고 있었고, 그건 추기경 님 때문이었는데…. 떠나시는 길 뵙고 싶어서…』하고 대답했다. 어눌한 편인 그의 대답을 들으며 나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정작 천주교 신자인 나는 하지 못한 일을 한 그가 고맙고 부끄러웠다.
 그는 그렇게 가서 뵙고 오니까 너무 좋았다며 덧붙였다.
 
 그의 남편은 버섯 재배를 하느라고 시골에 가 있다. 명동을 온통 싸 안 듯이 길디긴 줄에 끼어 서서 발 밑부터 찬 기운이 올라오는 새벽에 추위를 견디며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노라고 했다. 그랬더니
 『바로 이런 문자가 되돌아오데요. 「당신은 좋겠네요. 나도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잘 뵙고 와요.」하고. 그 사람이 나한테 경어를 다 쓰고….추기경님 덕에…』
 
 한번도 말은 안 했지만 그도 추기경 님을 좋아했다면서 그런 문자를 보낸 남편이 퍽이나 좋았던 모양이다. 그 부부가 그렇게 오사바사하는 좋은 사이도 아니었는데 아닌게 아니라 신기한 일이다.
 김 수환 추기경 님의 이 끝간데 없는 공에 또 한번 옷깃을 여미게 하는 숙연함을 느꼈다.
 
 그 분이, 오래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을 때부터 뵈러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마침내 돌아가셨다는 소식과 함께 문상 행렬이 온 나라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며 날마다 놀라운 일이 벌어지자 나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서기가 엄두가 나지 않았고 『나도…』하며 따라나서는 일이 좀 뭣해서 마음 속으로만 빌다 말았다.
 
 언젠가 나는 어느 잡지에서 의뢰를 받아 그 분과의 인터뷰를 했었다. 그 때 나는 그분에게 여쭈어 본 일이 있었다. 그렇게도 절제와 금기가 많은 사제(司祭)의 길을 선택하면서 세속의 일 중 단념하기가 가장 아쉬운 일은 무엇이었느냐고.
  그러자 눈이 가느다래지면서 웃음을 머금는 그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서슴지 않고
 『장게(장가)가는 일.』하셨다.
 
 이쁜 색시한테 장게가는 일만은 꼭 한번 하고싶었는데 그걸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오래 망설이게 되더라고 말하시던 그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유일신 사상이 완고한 기독교 때문에 역사상 숱하게 일어났고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갈등에 대해서 묻는 내 질문에 그분은 아주 선선하게 대답하셨다.
 
 『…사람들이 가진 모든 종교에 대해서 나는 존중합니다. 또 절에 가면 부처님 앞에서 적어도 나는 모자를 벗고 표경(表敬)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인류에게 다녀간 모든 성인은 다 훌륭한 분이므로 그 분들이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이룬 공을 나는 존경하며 인정합니다.』라는 뜻의 말을 간결하고 정성스럽게 답하셨던 것이다.
 
 그분을 인터뷰며 토론회의 질문자 등을 통해 이렇게 저렇게 꽤 여러 번 만나 뵈었던 기억이 내게는 있지만 스스로가 사람에 대한 기억력이 젬병아라 남들도 그럴 것이라는 지레짐작이 강하다. 게다가 추기경 님이야 얼마나 많은 분이 따르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시는 분인가. 그런 분이 만날 때마다 다정하게 나를 아는척해 주시는 것은 그 분의 사랑 넘치고 인자한 품성 때문이지 이쪽을 기억하시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나는 지레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가톨릭 행사가 있는 자리에 참석하여 그 분을 뵙게 되었을 때도, 언제나 그렇듯이 그분 주변을 에워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인사를 드리는 일은 하지 못했다.
  어차피 나를 기억하실 리는 없고 하니 한쪽에 조용히 있다가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식이 시작되고 단상에 자리가 있으신 그 분은 내 쪽을 보시며 옆에 앉은 다른 주교 님과 귓속말 같은 것을 주고 받으셨다. 그러자 나는 송구스런 생각이 들었다. 총기가 좋은 분이니까 어쩌면 좀 시간이 흘렀어도 나를 기억하시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식이 끝나자 부랴부랴 다가가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단상에서 귓속말을 나누던 주교께서 곁에서 말을 거들었다.
 『아까 추기경 님께서 언론인을 지냈고 정부 직을 지낸 아무개인 것 같은데, 라고 하시더니 맞으시구만…』
 여러 해 동안 못 뵀는데도 정확히 기억하시는 그분의 총기를 의심하고 지레 짐작으로 불경을 저지른 내 불손과 촌스러움이 부끄러워, 무안하고 창피했다.
 
 뵌 적도 없고 천주교 신자도 아니면서 겨울 새벽을 무릅쓰고 여러 시간을 떨다가, 가시는 그 분을 먼 발치로나마 뵙고 온 것만으로도 커다란 은혜를 입고 온 우리 집 「작은 할머니」는 얼마나 훌륭한가.
  선종하시고도 그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베풂을 하시는 분이 그 분임을 알아보는 「작은 할머니」의 인품이 은혜를 받은 것이리라.
 
 산더미처럼 쌓인 그분의 성스럽고 아름다운 행적을 날마다 놀라움으로 만나면서도, 『이쁜 색시한테 장게 가고 싶었던』마음을 들려주시던 투명하고 수줍은 그 분의 표정에 대한 기억만은 나를 미소머금게 하며 보석처럼 은밀히 박혀 있다, 은혜가 되어.
 
 『가신 곳에서 평안하소서.』
 
입력날짜 : 2009-04-01 (19:42), 조회수 :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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