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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대반전’의 참뜻
김태우 미카엘 (삼성동 성당)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 담당 부원장'
 
 
  7월 30일 미국 지명위원회는 독도에 대한 표기를 다시 ‘한국령’으로 바꾸었다.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한지 일주일 만에 원래의 표기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 ‘독도 대반전’은 부시 대통령의 결단과 지시에 따른 결과였다. 여기에 대해 일본 지도자들은 ‘8월 5-6일 방한을 앞둔 부시 대통령의 외교적 선물’로 폄하하고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면서 애써 태연해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세력’에게 있어 부시 대통령의 조치는 외교적 선물을 훨씬 뛰어넘는 의미를 가진다.
 
  최근 들어 한국의 외교안보 전선에는 여기저기에서 비상이 걸렸었다. 7월 11일 금강산에서는 남한의 관광객이 ‘금지구역’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북한 정규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진상조사를 거부하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아시아안보포럼(ARF)에서 시도된 한국의 외교는 북한의 대응으로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이런 시점에 일본은 독도의 영유권을 교과서에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혀 한국인의 분노를 샀다. 7월 14일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사회교과의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북방영토와 마찬가지’라는 표현으로 사실상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토록 한 것이다.
 
 이런 시점에 7월 22일 미 지명위원회가 독도 표기를 일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경했던 것은 ‘서운함’의 차원을 넘어 한미동맹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었다.
 
 지명위의 말단 관리들로서는 ‘먼 나라의 사소한 문제’로 치부했을지 모르지만, 한미동맹을 국가생존전략의 근간으로 삼아온 ‘대한민국 세력’에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피곤한 ‘대한민국 세력’에겐 원기회복의 계기
 
  이 땅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를 신봉하면서 정치선동에 가까운 오기부림이나 편협한 민족주의보다는 합리성과 공정한 경쟁에 입각하여 다른 나라들과 교류하고 협력해야 부강한 나라를 건설할 수 있다고 믿는 ‘평범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바로 ‘대한민국 세력’이다. 이들은 자원이 없는 한국이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내에서 무역을 해야 하고, 우리의 시장을 열어야 남의 시장에서 전자제품도 팔고 자동차도 팔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부강해야만 북한에 대한 지렛대도 강해지고 국제무대에서의 외교력고 커지며, 독도를 물고 늘어지는 일본을 극복할 수도 있다는 ‘평범한’ 이치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광화문 언저리를 떠돌면서 시위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이제 그만 촛불을 끌 것을 설득하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세력’이 한미동맹을 붙들고 가기를 원하는 이유도 당연히 ‘생존과 번영’이다. 북한은 ‘동족’과 ‘안보위협’이라는 두 얼굴을 가진 존재이기에 한국은 동족을 향한 ‘화해협력’의 수레바퀴도 쉼 없이 굴려야 하지만, 동시에 ‘안보’라는 수레바퀴도 함께 굴려야 한다.
 
 핵을 보유한 북한을 다루기 위해, 경제적 변영을 약속하는 수출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동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평범한 진리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오늘도 ‘대한민국 세력’은 ‘반민족,’ ‘사대주의,’ ‘반통일’ 등 온갖 욕설을 들으면서도 오히려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미 지명위의 ‘주권 미지정’ 표기는 ‘대한민국 세력’을 맥빠지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후진국으로 전락하든 말든 오로지 자신들의 이념과 목적만을 앞세우는 사람들을 설득하느라 이미 진이 빠져버린 ‘대한민국 세력’ 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사건이었다.
 
 이런 시점에 주어진 ‘독도 대반전’은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한국과의 동맹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대전제 하에 한국이 내우회환에 처한 시기에 반미운동가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단이었을 것이지만, ‘대한민국 세력’에게는 새로이 원기를 회복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였다.
 
  미국 스스로가 인정한 한국의 독도 영유권
 
  차제에 미국은 독도 문제가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확실히 새겨둘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일본 군국주의가 한반도에 남긴 상처를 기억하고 있으며, 일본이 아직도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굳이 역사적 유증이나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논할 필요도 없이, 그런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파렴치한 일이자 한국인의 자존심을 뭉개는 일이라는 점을 익히 알고 있다. 그것이 1946년 연합군최고사령부가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님을 못박아준 배경이었을 것이다.
 
  1946년 당시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연합군최고사령부(SCAP)의 통치를 받고 있었고, 연합군최고사령부는 1월 29일자로 하달된 지시령(SCAPIN) 677호의 3조를 통해 “일본 영토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큐슈(九州), 시코쿠(四國) 등 4개 주 섬들과 약 1천개의 주변 작은 섬들로 제한되며, 웃즈로(Utsuryo; 울릉도), 리앙쿠르 롹스(Liancourt Rocks; 독도), 쿠엘파트(Qualpart; 제주도)는 일본 영토에서 제외한다”라고 명시했던 것이다.
 
  이에 더하여 1946년 6월 22일 하달된 SCAPIN-1033호의 제3조 B항은 “일본인의 선박 및 승무원은 금후 북위 37도15분, 동경 131도 53분에 있는 리앙쿠르 롹스의 12해리 이내에 접근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함으로서 일본인의 어업 및 포경업의 허가 구역(‘매카서 라인’)을 설정했다.
 
  이것은 연합국최고사령부가 독도와 그 영해 및 인접수역을 당시 미군정 하의 한국의 영토와 영해로 재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1951년 6월 20일 주한미군의 존 콜터 중장이 장면 국무총리에게 서신을 보내 “미 공군이 리앙쿠르 록스를 훈련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미국이 독도에 대한 한국의 주권을 다시 한번 확인한 증거였다.
 
  이후 미국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일본에 대한 군정통치를 끝냈고, 이 조약으로 일본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최종 승인하고 “제주도와 거문도, 울릉도를 포함한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와 청원 및 청구를 포기”하는데 합의했다.
 
 일본은 이 조약의 내용에서 독도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빠져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지금까지 영유권 문제를 시비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은 급속한 경제재건과 함께 미국의 가장 중요한 아시아 맹방으로 성장한 일본의 거듭되는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단 한번도 일본의 편을 들어준 적은 없었다.
 
 이러한 행동은 독도가 역사적으로 한국의 영토임을 인지하고 있는데 더하여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스스로 피해를 끼친 국가에 대한 파렴치한 행위라는 점을 미국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세력’의 건재를 바란다면 신중하게 다루어야
 
  앞으로도 그렇다. 한국사회의 일각에서는 미국이 일본의 경제적 비중이나 아시아 정책에 있어서의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언젠가는 독도문제와 관련하여 일본의 편을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어떤 연유로든 한국인들의 아픈 과거와 자존심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독도에 대해 일본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그것으로 한미동맹은 벼랑으로 내몰릴 개연성이 높다.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들은 이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갖은 욕을 먹으면서 한미동맹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대한민국 세력’은 존재할 이유를 상실하고 망연자실해 할 것이고, ‘대한민국 세력’은 미국이 한국을 ‘2류 동맹국’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판단할 것이며, 해양세력과의 전략적 제휴를 근간으로 삼아온 이들의 국가생존전략에 일대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압박은 한국으로 하여금 점차 대륙세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생각을 옮겨가게 만들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아시아 동맹구도 전체가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정영 워싱턴 정부가 원하는 바가 아니라면, 미국이 정영 이 땅에 해양세력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 하에서 번영하기를 원하는 ‘대한민국 세력’이 다수로서 건재하기를 원한다면, 독도에 대한 한국의 주권을 인정하고 일본의 억지주장을 파렴치한 행동으로 인식했던 초심(初心)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 문제를 ‘먼 나라의 조그마한 섬에 관한 하찮은 문제’로 치부하고 아무렇게나 다루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시점에 미국이 독도에 대해 무엇인가를 하기를 원한다면 결자해지(結者解之) 원칙에 따라 왜곡된 한일 간의 역사를 바로잡고 부당한 행동을 자제하도록 중재함으로써 두 동맹국 모두를 끌어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어정쩡한 중재보다는 잘못을 저지르는 쪽을 자제시킴으로써 한일 두 나라 국민이 과거를 딛고 화합 속에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할 것이다.
 
 일본은 과거 36년간 잔인하게 한국을 수탈했었지만 아직도 스스로의 과거역사를 부인하고 있다. 일본은 오늘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며, 200해리 경제수역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넓은 바다를 차지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런 일본이 한국의 독도를 탐하는 것은 실로 뻔뻔스러운 행위이다. 미국이 진정 한미일 전략제휴를 이어가지를 원한다면 일본이에 이런 점을 일깨워주어야 할 것이다.
 
  한국에게도 뼈아픈 반성의 계기 되어야
 
  독도를 둘러싼 사태악화와 반전은 한국에게도 뼈아픈 반성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 동안 일본은 “이왕에 한국이 지배하고 있는 섬이므로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지고 간다고 해서 손해를 볼 것이 없다“라는 판단하에 분쟁지역화 노력을 지속해왔다.
 
 일본은 오랫동안 자국에 유리한 고증들을 모으고 국제사회를 향해 로비를 벌였으며, 시마네현은 ‘다케시마의 날’을 지정하기까지 했다. 고이즈미 정권 시절인 2005년 3월 문부과학상은 참의원 문교과학위원회에 나와서 차기 학습지도요령에 독도의 영유권을 명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한국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 왔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일본사회와 정치권은 급속한 우경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민 지지도 급락으로 고심에 빠져있는 후쿠다 정권이 독도 문제로 보수우파 정치인들에 대한 우군화를 시도할 수 있음은 충분히 내다볼 수 있는 일이었다.
 
 온건 외교노선을 표방한 후쿠다 수상이 고이즈미, 아베 전 수상, 차기 수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아소 타로 등 우파 정치인들로부터 압박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중에도 한국에서는 온 국민의 시선이 촛불시위에 맞추어져 있었다.
 
  앞으로도 그렇다. 한일의 상호의존적 경제구조, 한미일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이 일본에 대해 장기적 경제제재나 외교제재를 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는 ‘실효지배’와 ‘유인화(有人化)를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이 독도 주권을 시비할 때마다 상주 경찰력의 증원, 민간인 거주자 증원, 연구시설 건설, 선착장 확충 등 고정 시설물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이와 함께 뒤늦지만 지금부터라도 고증들을 더욱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각종 인터넷 매체를 통한 독도 홍보활동과 국제로비 활동을 강화하는 등 법적 분쟁에 대비해 나가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오늘도 독도는 한일 간의 남겨진 아픈 역사를 간직한 채 그리고 한국인의 자존심을 머금은 채 고고히 동해바다에 떠 있다. 이미 많은 것을 빼앗겼던 한국이 이 독도마저 빼앗길 수는 없다. (끝)
 
입력날짜 : 2008-08-08 (20:39), 조회수 : 3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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