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한이 6·29 제2연평해전을 도발한지도 벌써 6년이다. 당시는 햇볕정책이 다른 모든 분야를 압도하던 시기였다.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의 체면을 중시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선제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교전수칙을 하달해 놓았기 때문에,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들의 기습공격에 우리 장병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참수리 357호가 침몰하고, 17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여섯 명의 장병이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다..
국가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참으로 중요한 직무를 소홀히해온 나라일지도 모른다. 전사자 유해발굴이나 납북자 송환에 큰 성의를 보이지 않은 나라, 참전용사들이 죽어서 묻힐 곳이 부족한 나라, 전쟁에 나가 전사한 사람보다 민주화 시위에서 희생된 사람이 더 대우를 받는 나라, 그런 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찬물을 마시는 데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다.
2002년에도 그랬다. 정부는 나라의 경계선이고 주권선이며 생명선인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는데 열과 성의를 다하지 않았다.장병들이 억울하게 전사한 다음날 정부는 금강산 유람선을 출항시켰고, 대통령은 조문도 생략한 채 월드컵을 참관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으며, 고위 공직자들은 “햇볕정책을 계속한다”고 천명했다. .이후에도 정부는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고 번듯한 추념행사 한번 거행하지 않았고, 이런 정부를 바라보면서 유족들의 가슴은 피멍으로 얼룩져야 했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군통수권자가 나서서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국민은 귀를 의심해야 했다. 체제가 다른 두 개의 주권국 사이의 군사경계선은 당연이 주권선이라는 법적인 해석을 들이댈 필요도 없다. 서해어장의 경제적 가치는 논할 필요조차 없다. NLL이 남하하면 이미 북한군의 야포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수도서울의 옆구리마저 전략적으로 취약하게 되고 인천공항과 인천항이 압박받게 된다. 굳이 이런 계산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영토선이란 후세만대가 살아야 할 나라의 경계선이기 때문에, 잠깐동안 스쳐 지나가는 정권이 마음대로 허물어도 되는 선이 아니다. 1970-80년대 중국과 소련이 우수리강의 손바닥만한 섬 하나를 놓고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까지 유혈분쟁을 벌인 것은 그네들이 바보들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게다가 제3 연평해전이 발발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북한이 서해 NLL의 무력화 시도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북한이 내부문제로 위기에 빠질 경우 외부도발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 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또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한의 ‘기싸움’도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모르는 시기이다. 지난 3월 북한은 김태영 합참의장 발언에 대한 시비를 필두로 한차례 ‘이명박 정부 때리기’에 나섰었다. 관영 텔레비전이 “불지뢰에는 불벼락으로 그리고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맞설것”이라는 논평을 내보내는 동안 노동신문은 이명박 정부를 ‘역도(逆徒)’로 비난하고 ‘비핵·개방·3000’ 정책에 대해서도 ‘대결과 전쟁을 추구하는 반통일 선언’으로 폄하했었다. 한국의 대북정책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기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향후 서해평화를 위해 한국에게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서해의 평화적 공동이용을 위한 남북 대화의 창구는 언제나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 둘째, 그럼에도 북한이 현재의 경계선을 준수한다는 보장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셋째, 상호간 경계선 준수가 보장된다면 한국은 등가성에 따른 상호주의에 집착할 필요 없이 대폭적인 대북양보를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서해에서의 군사력 우위를 유지해야 하고, 도발에는 언제나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군사력의 우위와 단호한 대응은 북한으로 하여금 상호 주권선 존중과 상호호혜적 협력으로 나오게 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다.
북한은 ‘동족’과 ‘주적’이라는 두 얼굴을 가진 존재이다. 그래서 한국의 대북정책은 ‘동족간 화해협력’과 ‘주적에 대한 안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로 굴러가야 한다. 동족간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것은 언제나 필요한 일이지만, 안보라는 대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2007 남북정상선언’의 제5항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공동어로구역, 평화수역 등의 설치’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도 민족의 공동번영을 기약하는 내용이지만 서해상에서의 상호 주권선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듣기 좋은 꽃노래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화해협력의 수레바퀴가 돌아가고 있는 중에도 다른 어디에선가에는 안보의 수레바퀴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어야 한다.
윤영하 소령, 한상국 상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그리고 박동혁 병장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나라의 생명선을 지키다가 숨진 애국자이다. 정부가 제 할일을 다하지 않는 중에도 고고히 안보역군으로서 소임을 다하다가 차디찬 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순국자들이다. 우리 국민은 서해바다에 뿌려진 이들의 고귀한 피를 잊지 않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