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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산 쇠고기 수입을 가지고 「효순이, 미선이」처럼 이용해서 「촛불정국」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음모가 검은 연기를 뿜으며 피어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인터넷에 넘나드는 「怪談(괴담)」이 가히 獵奇的(엽기적)이다. 그가 이런 대응을 할 수는 없었을까 조금만 철이 든 사람이라면 이 허무맹랑한 소문들이 얼마나 근거 없고 惡意的(악의적)인 것인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날마다 북 치고 장구 치며 신이 나서 이런 괴담정국을 선동하는 북한의 태도와, 정권을 잃은 좌파 세력의 정치적 난동이 합작하여 그 너울을 쓰고 날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어쩌다가 새 정권의 인물들은 이런 서툴고 무능한 정국을 운영하는지 속이 상한다. 더욱 치미는 분노를 감당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철없는 10대들이 촛불을 들고 길로 나서게 하는 야비하고 간교한 술수의 배후 세력이다. 이 사단에 올라타서 잇속을 챙기려는 야당의 태도는 또 얼마나 可憎(가증)한가. 그 중에도 환멸스런 것은 보수를 표방해 온 이회창씨다. 反美(반미)정서를 재조직해서 친북 세력과 합세하여 권력을 놓친 분풀이를 하려고 꾀하는 세력에 의해 이 괴담 정국은 증폭되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어이없고 나라를 해치는 세력에 의한 조작이고 확산인가를 적어도 그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이 정국을, 그가 가진 정치적 노여움에 대한 분풀이와 말초적 잇속 챙기기에 좋은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것은 그가 가진 襟度(금도)와 자존심으로는 차마 허락하지 않는 사태일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 금도와 자존심을 내던지고 있는 것 같다. 그가 그를 그토록 궁지에 몰고 마침내 헤어날 수 없는 실패의 함정 속으로 몰아넣었던 세력과 합세하여, 신명이 나서 어깃장을 놓는 일은 실망스럽다. 『여당이 이 정국을 추스리는 능력이 너무 서툴렀다. 그렇기는 하지만, 당면한 국가 경제적 사태를 이런 혼미로 모는 세력은 잘못되었다.』 그가 이런 대응을 할 수는 없었을까.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전날의 그분이라면 그랬어야 옳다. 『내가 알고 있던 그분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기억나는 일이 있다. 지난 번 大選(대선) 때, 그가 약속을 뒤엎고 느닷없이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지난날의 의리와 인연의 도리를 생각해서 그 캠프에 나가 보좌를 하다가 돌아온 옛 장관 출신의 사람이 있다. 돌아온 뒤 그가 한 말이 생각난다. 『그 분이 우리가 알던 분이 이제는 아닙디다. 나는 도리를 생각해서 할 만큼 했으니 다시는 그 근처에 가지는 않겠지만 이미 우리가 알던 그분이라기에는 그 노추한 욕심이 좀 심한 것 같습디다.』 그는 쓸쓸하고 서글퍼하는 얼굴로 그런 말을 했다. 『내가 알고 있던 그분이 아니다.』란 말이 얼마나 서글프고 슬픈 일인지를 나는 안다. 한참 전에 돌아가신 소설가 O씨는 나의 문학적 은사였다. 그분은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마지막 李朝人(이조인)」같은 풍모를 지닌 분이었다. 오늘날 전해지는 조선조에 사셨던 선비의 초상화가 있다. 결곡해 보이면서 내공이 강한 인내와 깊은 사고의 흔적이 보이는 선비의 모습이다. 작가 O씨는 그런 분위기의 분이었다. 시정의 상스런 행동 같은 것은 차마 하지 못하고, 더욱이나 문단에서 벌어지는 파벌과 경쟁 같은 것의 혼미한 알력에서는 어느 편에도 들지 않으며 마지막 거중 조정이나 조화로운 마무리를 맡아 하시던 분이다. 소박하고도 아름답고 기교에 치우치지 않는 문학작품으로 증류수 같은 맑음을 유지하던 분이었다. 우리에게 문학잡지가 불모의 상태였을 때 그분은, 그 시대로서는 많지 않던 기업의 오너가 문학잡지를 용기 낼 수 있게 설득한 분이다. 그리하여 오늘까지 이어지는 가장 권위 있는 문학잡지를 탄생케 한 분이다. 이 O선생님의 깊고 훈향이 나는 인격을 알던 그 기업의 오너가 문학잡지를 결심했고 기업이 존명을 유지하는 한 이 문학잡지는 이어가라는 유언을 남기게도 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분은 그렇게 주변에 속 깊은 신뢰를 잉태시킨 분이다. 이 괘씸한 사기꾼 소행을 좀 해결하라 인사 차릴 줄 모르는 제자건만 문득 보고 싶으면 광화문 한복판 혼잡한 도심으로 찾아오시던 분이어서 그럴 때마다 면목이 없던 분이었고 그래서 더욱 존경을 느끼던, 그런 선생님이었다. 그런 분이지만 그 분은 중한 병환을 얻어 큰 수술을 받는 일을 겪었고, 그밖에도 난처하고 어려운 일을 주변 때문에 겪기도 했다. 그렇게 한동안이 지나고 났을 때였다. 어느 날 그분이 신문사로 찾아 오셨다. 그런데 그 때의 그 분은 예전과는 좀 다르셨다. 『요즘은 젊은이를 나많은 사람이 찾아보고 문안 드려야 하는 세월이라니까…. 보고 싶어서 왔다.』라며 인자한 웃음을 건네고 담백하게 다녀가시던 그런 모습이 아니셨다. 무엇보다도 전에 없이 노기에 차고 굳어진 얼굴이셔서 딴 사람 같았다. 그리고 아주 날이 선 듯한 표정으로 「용건」을 꺼내셨다. 「용건」이란 이런 것이었다. 오래 전부터 어떤 출판사가 무단히 당신의 작품을 전재하고 아무런 인세도 저작권료도 내지 않는 것은 물론 두고두고 같은 책을 내면서 오랫동안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괘씸한 사기꾼 소행을 좀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자네가 신문사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니까 자네가 나서면 가들이 좀 떨 것이다』라는 것이 그날의 그분 마무리 말씀이었다. 듣고 보니 아닌게 아니라 크게 잘못된 일이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 때는 70년대였고 지적재산권 문제가 대두되어 있던 시절이었다.— 그런 해적 출판사가 아직도 존재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의분을 느꼈고 선선히 그 분의 주문을 맡기로 했다. 옛날의 그분이라면... 그리고 나서 다음날로 즉각 출판사를 연결하고 우선 그분이 억울해하시는 사실의 진상을 알자고 했다. 그랬더니 출판사 대표라는 사람이 전화를 놓고 바로 찾아왔다. 증빙 서류까지 들고 허위단심 달려온 출판사 대표가 하는 말은 선생님의 이야기와 영 달랐다. 그 일은 여러 해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세상이 정돈되지 않은 시절이었기도 했고, 출판사라고 차리긴 했지만 맨주먹으로 시작한 일이어서 손쉽게 손댄 것이 남의 재산을 도용하여 책을 내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지은 죄」였는데 작가 O씨의 항의를 받고 그것이 법정문제로까지 가려는 위협을 받았다. 그래서 찾아가 여러 번 사죄하고 합의금을 드리고 다음부터의 예우를 약속하고 이른바 완벽한 합의를 보았다. 그가 들고 온 증빙자료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최근에 와서 웬 일인지 별안간 그분의 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합의하며 작성한 문서며 법적 효력이 있는 증거서류들을 내놓고 이의를 제기했더니 그분은 그로부터 온갖 억지 이유를 들며 찾아와 따지고 사람을 보내곤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날에 체결된 합의내용이나 조건이 다소 손해를 느끼는 일일지라도 끝낸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출판사 대표는 말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런 말을 듣고 나는 너무 놀라웠다. 무엇보다도 한번 합의 본 일을 이런 식으로 번복하고 소급해서 다시 내놓으라고 우기시는 일 따위를 그 분에게서 나는 상상할 수가 없다. 그보다 더한 손해와 부당한 일을 겪으셨더라도 관대하게 넘어갈 분이다, 옛날의 그분이라면. 그런데 이런 막무가내한 일을 벌인다는 것은 그 분답지 않다. 출판사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엄한 명령을 주시고 가신 이튿날 선생님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독촉 겸한 연락이 왔다. 그래서 그것이 벌써 결론 난 일이라고 말하는 출판사의 주장을 전하면서 그 일은 더 거론할 일이 못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대단히 언짢아하시며, 신문 기자라는 사람이 그런 부정을 바로잡지도 못하고 그러고도 제자랄 수가 있느냐고 많이 역정을 내고 수화기를 탁 끊으셨다. 그런 태도야말로 일찍이 몰랐던 놀라운 변화였다. 나는 매우 우울하고 쓸쓸했다 그런 일이 놀라워서 알아보았더니 그 분의 그런 변모는 시작된 지 꽤 되었고 그 일로 주변에서는 좀 걱정을 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관련해 의논해 본 모든 사람의 이야기는 『옛날의 그 분이 아닌 것 같다』는 결론으로 모아졌다. 정신으로 육신으로 어려움을 많이 치러내시고 나서 인격에 커다란 변화가 온 것 같다는 이야기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듣고 나니 나는 매우 우울하고 쓸쓸했다. 선생님은 그렇게 지내시다가 많이 못 사시고 가셨다. 그러나 선생님 가시고 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나의 우울하고 쓸쓸한 마음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르러 우연히 어떤 일화 하나를 전해 들었다.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아주 저명한 한 변호사에게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그는 평생 아주 선한 일을 많이 하고 특히 어려운 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무료 변론을 맡아주곤 해서 많은 사람이 그를 존경하며 그에게 의존했고, 그런 행적이 널리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말년에 이르러 그런 평생의 선한 행동이 변했다. 변해도 많이 변해서 지난 날 베푼 일을 보상받아야 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고 더러는 아주 난처한 추궁도 당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다음 그 사람이 세상을 떴다. 그 사람의 장례식이 있던 자리에서 그 사람의 정신과 주치의였던 사람이 일부러 등단하여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고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돌아간 분은 사실은 어느 어느 시기부터 정신과적으로는 질환을 앓으셨다. 그 질환은 뇌의 아주 부분적인 곳의 손상으로 일어나는 것인데 후천적인 교양과 후천적인 교육이나 지식에 의해서 쌓아진 인격이나 품격을 관리하는 능력이 쇠퇴하는 질환이다. 고인은 진작부터 경미하게 시작한 그 증세가 점점 중증이 되어 말년에는 좀 심해졌었다. 그러니 혹시 고인이 보인 옛날과 다른 어떤 태도 때문에 놀라고 노여운 일을 당하셨던 분이 있다면 그것은 그분이 앓던 질환의 결과로 일어났던 일이다. 그러므로 그 분에게서 받은 그런 종류의 상처나 섭섭함을 지닌 분들은 그것이 질환에 의해서 나타났던 증상이었음을 알아주시고 고인에게 느꼈던 감정적 유감을 잊거나 바꿔 주시기 바란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병명과 증상을 명료하고도 구체적으로 그리고 간절히 소개하는 바람에 장례식 자리가 숙연해졌고 새삼스런 슬픔을 누르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소개받고서 비로소 스승 O선생님에 대한 우울하고 쓸쓸한 나의 기억이 치유되는 지경을 맛보았다. 명증하고 맑아서 그 분에게서 문학을 수업할 수 있었던 일의 소중함을 오래 누렸는데 마침내는 그것을 잃었던 나의 상실감도 그 후 위로받을 수 있었다. 『아 그 분은 편챦으셨었구나』 『아 그 분은 편찮으셨었구나.』싶어 새삼스럽게 가슴이 아프고 연민이 치솟는 경험을 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변모는 참으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올 수도 있고, 짐작할 수 없이 많은 가닥의 손상으로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지난 세월에 본 손해가 억울하고 분해져서 그런 과거의 손해를 되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증세의 질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누구라도 그런 질환에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은, 변모해 버린 사람에 대한 실망과 환멸에서 스스로 위로 받기 위한 아주 궁색한 방편인지 모르겠다. 촛불시위에 대한 미련이 강한 세력에 의해 휘둘리는 정국의 혼미가 걱정스럽다. 그런 한 쪽에서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어떤 음모의 연기가 마음을 너무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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