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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사제가 정치이데오로기를 강론할 때
-상당수는 인민의 불행, 백성의 궁핍을 가져오는 이데오로기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였다-
임광규 베네딕도 (신관동성당)
 
 
 지난 주 미사의 루카 복음은 “방탕한 생활 끝에 아버지가 준 재산을 탕진한 다음에야 뉘우친 아들을 맞아 들여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베풀면서 근검 절약하여 온 큰 아들에게 함께 기뻐하자고 권유하는 아버지”를 비유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적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죄를 짓고 사는 우리가 뉘우치면 한없는 사랑이신 하느님이 되찾은 아들처럼 기뻐하신다는 사제의 강론을 듣고 교우들은 감동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 예수님의 비유를 “회사에 해를 끼친 직원을 해고하자 노동조합이 반대데모를 하는 사태”에 적용하여, 경영자란 무정(無情)한 부자이며, 경쟁구조의 자본주의란 구조악이라고 규탄하는 강론을 한다면, 이는 복음이 정치이데오로기로 바뀌는 순간이 됩니다.
 
 1790년에 영국 하원의원인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의 젊은 지식인에게 보내는 『프랑스 혁명에 관한 고찰』에서 ;
 “성당 안에서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치유이외에는 다른 소리가 들려서는 안 됩니다. ... 성당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대립과 적개심을 놓아두고 적어도 하루의 휴전은 허용하는 그런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썼습니다.
 
 예수께서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정치이데오로기는 분명 하느님의 것이 아니고, 가이사의 것입니다.
 
 다니엘 베리건이라는 예수회 사제와 필립 베리건이라는 요셉회 사제가 미국에서 활약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형제인데,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면서, “미국의 전쟁범죄를 보고서 비겁하게 침묵하고 있는 가톨릭교회, 다른 기독교교회, 유태회당을 규탄한다. 종교관료제도가 인종을 차별하고, 전쟁에 협력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적대적이라고 확신한다”라는 선언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렇게 가이사의 것으로 들어오면, 열렬한 박수를 치는 지지자들이 따라다니기 마련인데, 이 형제들에게도 열렬한 박수를 치는 지지자들이 있었습니다. 도취되는 분위기 가운데 있었을 것입니다.
 
 이 형제 신부는 1968년에 메릴랜드 케이튼빌이라는 곳의 징병사무소에 들어가서 징병서류를 불태우고서 징역을 살았고, 다니엘 신부와 파문당한 필립 베리건씨는 1980년에는 펜실바니아 킹오브프러시아라는 곳에 있는 무기공장에 들어가서 유도탄두에다가 짐승의 피를 붓고 평화의 기도를 하여 다시 유죄선고를 받았습니다.
 
 "1972년에 『해방신학』을 발표한 구티에레스신부로부터 2007년 3월에 바티칸 교리성성으로부터 교리오류로 경고를 받은 소브리노신부에 이르기 까지, 해방신학자들은 『하느님의 것』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마르크스주의 계급투쟁 이데오로기로 대치(代置)하고 있습니다. 로마의 교리성성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2003년에 우리나라의 어느 사제는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를 포함한 핵 발전에 대하여, 주민의 선두에서 반대투쟁을 하면서 삼보일배의 심볼릭한 고난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하느님의 것인 이웃사랑과 자연사랑이라고 역설하지만, 가이사의 것인 환경운동이데오로기로 진입한 것입니다.
 
 베리건 형제신부는 미군의 베트남참전을 범죄라고 규탄하였지만, 미군이 철수하기를 기다렸던 북부베트남이 1975년에 남부베트남을 짓밟고 들어오자 베트남인민은 재산권을 잃고 언론자유를 잃고 가톨릭신앙을 크게 제한 받는 전체주의의 질곡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망망대해에 나가 빠저 죽거나 해적에게 살해당할 확률이 살아서 안착할 확률보다 높다고 미리 알면서도, 쪽배를 타고 바다로 탈출하는 수백만 명이 베리건 형제같은 사람들을 목숨으로 “노!”라고 규탄하였던 것입니다.
 
 2007년 3월 초순 바티칸 사절이 공산 베트남을 방문하는 동안, 현지의 사제 한분이 “외교수립에 앞서 우리는 자유를 필요로 합니다.”라고 호소하였다고 합니다.
 
 해방신학자들에게는, 고역을 치루고 열심히 일하며 패가도산의 위험을 무릅쓰지 아니하면 불가능한 제조행위와 서비스행위로 소비자를 만족시켜 주는 대가로 재산과 금전을 축적하는 과정도 좋게 보지 않는 것이 논리적이 됩니다. 잘 하는 사람에게 박수를 치고 보상을 해 주는, 잘하기 경쟁의 사회라야 풍요로운 사회로 되어 온 경제역사의 반복되는 교훈에 무지(無知)합니다. 소비자를 만족시켜 주는 사람, 잘 하는 사람을 구조악에 편승하는 자들로 간주하여 혁명의 대상으로 삼고, 게으르고 저축하지 아니하여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자기책임이 아니라 구조악 때문이며 오히려 미래의 사회혁명의 주체라고 칭찬합니다.
 
 이런 논리대로 살아 보고서도, 그 사회가 경제적으로 빈곤하게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기적일 것입니다. 1989년에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이 붕괴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새삼 마르크스주의 계급이론이 빈곤의 논리라는 것을 깨닫게 될 필요가 사실은 없었습니다. 경제의 돌아가는 이치를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간파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환경운동주의자(environmentalists)들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의 재앙을 가져온다고 겁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환경운동주의자들은 그에 대신할 핵 발전에 의한 에너지도 반대하여 서로 모순되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에너지 없는 빈곤의 세상입니다.
 
 강론대에서 하느님의 것을 가르치는 특은(特恩)을 남용하여, 가이사의 것으로 대치(代置)하여 연설하는 사제들은, 그의 의도는 어떻든 상당수가 인민의 불행과 백성의 궁핍을 가져오는 이데오로기의 하수인으로 되었습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서, 에드먼드 버-크는 위 서신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자기에게 속하지 않는 일을 자담(自擔)하려고 자기 고유의 본분을 떠나면, 떠나서 남긴 본분도 무식해지고, 새로 맡은 본분에도 무식합니다.
 그들은 간여하기 좋아서 덤볐지만 그 세상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으며, 그렇게 신념에 차서 선언한 일 모두에 대하여 경험이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중국애국가톨릭협회에 속한 사제들이 가이사의 것에 의하여 붙잡혀 있습니다. 애국가톨릭협회의 주교대표가 가이사의 것인 전국인민대표자회의의 일원으로 참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요사이 미사여구를 붙인 정치이데오로기의 하수인들이 여럿 등장하였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과거사정리위원회입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이 2005. 5. 31.에 공포되었습니다. 과거사위원회 위원에는 정치권력인 대통령이 4명, 국회가 8명을 뽑고, 모양을 내려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장을 끌어 들여 3명을 지명케 하지만, 대통령과 국회 내 다수당은 쉽게 15명중 과반수를 차지할 수가 있습니다.
 
 대학교수 10년 이상, 법률인 종사 10년 이상, 3급 이상 공무원 10년 이상, 역사 사료편찬 10년 이상 자격 중에서, 정치이념세력의 하수인을 선택하는 것은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진실’, ‘화해’, ‘기본’의 미사여구로 포장했으므로, 종교인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도 넣는 것이 구색에 맞는다고 생각해 그런 자격도 넣었습니다. 이들은 물론 재심(再審)절차를 하는 법원도 사법기관도 아닙니다.
 
 물론 인간이 하는 재판에는 수시로 잘못이 있습니다. 그래서 법의 역사는 오판(誤判)의 역사라고도 말합니다. 그러니까 재심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법관에 의한 판결을 대신할 다른 정의의 제도는 없습니다.
 
 재심의 법원도 아닌 이런 위원회를 가지고, 1910년 이후 우리의 파란만장한 1세기를 뒤져서 지나간 대한민국 수립후의 사법재판 중 자기들 정치이데오로기에 맞지 않으면 부정(不正)한 재판으로 만들고, 지나간 인물들을 망신 주겠다는 것입니다. 우선 1974년을 전후한 시기의 특정사건들의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사법제도를 무효화하고, 조롱하는 일이 됩니다. 설사 소수파로서 정직한 설득을 하려고 하는 위원이 있다 하여도 그 표결권이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이 위원회들이 정치이념세력의 하수인이 되는 것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이런 정치이데오로기세력의 작난(作亂)은 그 효과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신문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이 재심 청구가 없는데도 법원답지 않게 자진하여 종전의 판결들 중 뒤집어 줄 만한 판결들을 골라 놓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날 이 나라 이 민족의 고민과 고통 속에서 애쓰다가 실수하거나 타협한 지도자들의 자손들은 조상에 대한 비사법적(非司法的) 명예타살을 막으려고 큰 비용을 치루지만, 사회가 그로 인하여 받을 혜택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100의 성과를 올리고 10의 실수를 하는 것보다, 0의 성과를 올리고 0의 실수를 하려는 시민들이 늘어나서 이 사회의 발전을 저해할 뿐입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법적 안정성』과 『법적 예측가능성』에 해악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에 가톨릭사제가 취임하여 정치적 영향력과 법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 돌려 드리는 사제직을 가지고, 가이사의 것으로 들어 온 것입니다.
 이런 것을 하지 말라고 교회법 제285조 제3항이 금지하고 있는데도, 교황의 제정법에 대한 도전을 감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입력날짜 : 2007-03-23 (20:18), 조회수 :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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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결국 사제는 신자들이 듣기 좋아하는 이야기만 하는 것이 의무라는 말씀이네요. 하느님의 조언을 듣기보다 신자들의 조언을 듣고서 말입니다.  2007-08-31 오후 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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