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07년 2월 15일자 테마진단
완전 핵폐기 아직 멀었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월 8일-1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5차 6자회담 3단계 회담은 북한의 ‘핵폐쇄’와 ‘대북 지원’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을 도출하고 폐막되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2·13 핵타결은 ‘감동받을’ 수준은 아니지만 의미있는 재출발로서는 손색이 없다. 이란 핵문제와 북핵 문제를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한 숨을 돌릴 여지를 얻었다. 하지만 도처에 ‘지뢰밭’이 도사리고 있다.
합의문은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치와 여타국들이 취할 상응조치를 구분하고 있다. 북한이 60일 이내 취해야 할 조치는 영변 핵시설 폐쇄, IAEA 사찰요원 복귀 등이며, 여타국은 관계정상화를 위한 대화, 테러지원국 해제 및 대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를 위한 조치, 중유 5만톤 상당 긴급 에너지 지원 등을 이행하기로 되어 있다. 이어서 북한은 ‘모든 핵프로그램과 핵시설의 불능화(disabling)’ 조치를 그리고 여타국은 누계 중유 100만톤 상당 경제·에너지 지원을 제공하게 되어 있다. 후속 협상을 위해서는 5개 실무그룹을 운영하게 된다.
한국에게 있어 이번 합의는 우선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2003년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 이후 북한이 제약없이 플루토늄과 핵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의 핵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한국 안보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된다. 둘째, 작년 핵실험 이후 냉각되었던 남북관계에 숨통을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겨진 과제들
그럼에도 이번 합의는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공언한 핵무기와 플루토늄의 행방을 규명하지 않았고,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우라늄 농축를 다루지 않았으며, 길주군의 핵실험 시설에 대한 언급도 생략되어 있다. 북한이 기만하기로 작정한다면 합의 분위기를 틈타 보유 중인 플루토늄으로 새로운 핵무기를 만들거나 핵무기의 소형화 또는 탑재능력 개발에 시간을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NPT 복귀 및 사찰협정 체결에 관한 의무조항도 보이지 않는다. 제2조 1항의 “IAEA와의 합의에 따라 사찰요원 복귀”라는 표현은 북한-IAEA 합의가 이루어져야만 사찰관이 복귀한다는 뜻이며, 사찰이 이루어지더라도 합의의 이행을 검증하는 것일 뿐 NPT 회원국으로서 받는 핵사찰은 아니다.
미·북간 의견 충돌이 우려되는 대목들도 있다. ‘폐쇄,’ ‘불능화’ 등이 의미하는 조치사항과 절차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없다면 제네바 핵합의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핵폐기 일정에 관해서도 미·북 입장차이는 현격하다. 미국은 전체를 핵폐기를 위한 연결된 과정으로 보고 각 단계들이 신속하게 이어지기를 희망하겠지만 북한은 매 단계마다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얻어내려 할 공산이 크다.
이에 더하여 한국에게는 대북지원의 원칙, 속도, 규모 등을 정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합의의사록이 명시한 “평등과 형평의 원칙에 기초한 대북지원 참여”는 그 자체로 불분명한 측면이 있으며, 게다가 일본은 ‘납치문제 해결 이전 지원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후속합의들을 통해 이견을 제거하고 이행을 보장하는 일, 신속하게 일본을 대북지원에 동참시키는 일 등은 결코 간단한 과제가 아니다.
성급한 낙관무드는 금물
일부 미국인들은 평양정부와 핵협상을 벌이는 것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번번이 미끼만 따먹고 사라지는 ‘검은 물고기(black-fish)를 낚시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이번 합의가 의미있는 진전임에도 불구하고 경계심을 풀지 않아야 함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아직은 미·북이 기본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기는 이르다. 미국이 북한 체제를 불용하는 생각을 버린 것으로 보기도 어렵고, 북한이 핵보유 전략과 기존의 대남전략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할 게재도 아니다. 때문에 이번 합의는 부시 행정부의 초조감과 북한의 체제유지 불안감이 합작한 ‘전술적 타결’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핵폐쇄’ 합의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핵폐기’는 별개의 과제로 남는다. 한국으로서는 과거 「남북한 비핵화 공동선언(1992)」이나 「제네바 핵합의(1994)」 때처럼 성급한 낙관론에 빠져 축배부터 드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북핵의 완전한 폐기·해체까지는 멀고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다.
atomkim@kida.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