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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건 크건 무슨 모임이 있을 때면 누군가가 속주머니에서 뿌시럭거리며 무엇인가 적은 것을 꺼내 들고 읽어준다. 그게 요즘 세태의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이를테면 이렇게 시작한다. 「UN 사무총장에 입후보한 한국의 외무장관은 미국이 이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잘 봐달라는 뜻으로 풍산 개와 진돗개를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그랬더니 부시가 그렇게 좋아했다. 그래서 내친 김에 한국 외무장관은 덧붙여 말했다. 〈우리나라에 개처럼 잘 짓는 사람이 또 있는데 그 사람도 여기에 얹어 주면 어떻겠느냐. 갖겠느냐〉고 물었다. 그 말을 듣자 부시가 얼굴 색을 변하며 〈그런 뜻이라면 이 풍산개와 진돗개도 다 도로 가져가라. 난 안 갖겠다.〉고 말했다더라.」 는 따위 검은 우스개가 적혀 있게 마련이다. 비슷한 것으로는 독도 이야기도 있었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하도 독도를 갖고 싶어 해서 한국에서는 그의 임기가 끝나는 것을 계기로 독도를 그들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에게 그 말을 전했다. 〈독도를 일본에게 주겠소. 주는데 한가지 조건이 있소. 독도에 얹어서 우리나라에 있는 아무개도 줄 터인즉 가져가시오. 〉 했더니 고이즈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그건 싫다. 그게 조건이라면 독도 안 가져도 좋다. 없던 일로 하자.〉했다더라.」 며칠 전에는 80을 바라보는 나이를 지닌 한 선배가 모임에 나타나서 무엇인가를 한 장씩 나눠주었다. A4용지였다. 인터넷에서 옮겨 온 것인 모양이다. 「딸=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아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며느리=가까이하기에는 너무나도 먼 당신.」 나오느니 푸른 기와집 시리즈만 새록새록 들었던 우리의 귀에 이런 우스개는 오히려 신선하다. 아들을 못 낳는다고 설움을 받던 며느리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았다. 아들 선호 사상만은 절대 불변일 것 같았던 세월을 산 우리에게 「딸이 더 좋다」는 말이 이렇게 상식이 되어 정착해 버린 일도 신기하다. 그런 프린트 종이를 받아 들었던 다른 동창이 이런 말도 했다. 『잘난 아들은 나라가 갖고, 돈 잘 버는 아들은 장모가 갖고 백수 아들은 엄마 차지란다. 』 고 말했다. 아들은 키워 놓아보았자 며느리 좋은 일이나 시키고 그 며느리의 부모에게나 잘한다는 뜻이다. 시집이라면 너무 지겨워서 〈시〉자가 든 음식도 싫어서 시금치도 먹기 싫다는 것이 며느리들의 말이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이제는 너무 낡은 버전이라고 한다. 요즘은 〈시〉로 시작되는 〈시청〉도 보기가 싫어서 딴 길로 돌아서 간다고 한다. 역사상 처음 맞는 인터넷 세상이라 이렇게 난무하는 검은 우스개들이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인터넷 세상은 우리만 맞은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나라들도 인터넷 천국이 되었고 눈만 뜨면 인터넷 검색부터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유난히 우리만 이렇게 난무하는 검은 우스개로 세월을 지새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유독 〈아무개〉에 관한 것이 한도 끝도 없이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이라는 것이 듣고 보면 『누군지 잘 만들었네. 아주 딱 들어맞는데!』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내용들이다. 〈아무개〉가 너무 스스로 천박한 말장난이 심하고, 하는 짓마다 실망스럽고, 그 코드에 얽혀 있는 비슷한 무리들이 너무 혐오스런 나머지 이런 양상이 된 것이라고 진단하는 사람들도 많다. 정보화 시대를 맞으면서 그 시대를 선도(先導)한다는 자부심에 차 있는 우리가 그 능력을 이렇게 한심한 부작용으로 타락시키는 일이 싫다. 게다가 이런 정신의 집단적 황폐화 작용은 사회 안에 자리를 잡고 오래 가게 마련이다. 권력자나 힘을 가진 사람을 농락하는 재미는 보다 새로운 것을 요구하며 상승하는 속성도 있다. 그런 일이 아주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최근에 아주 영향력 없는 한 매체에 옛날 신문기자 동료 한사람이 칼럼을 썼다. 거기에 이런 구절을 남겨 은퇴한 언론인들 사이에 회자된 적이 있다. 「아무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한 대통령. 아무나 대통령으로 뽑아놓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한 대통령.」 그런 대통령 시대를 보내며 우리에게 남겨진 황폐한 정신의 유산이 참으로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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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날짜 : 2006-11-15 (19:59), 조회수 : 2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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