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루카 21,5-19)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성전의 파괴를 예고하십니다. 그리고 “그때가 성경에 기록된 모든 말씀이 이루어지는 징벌의 날이다.”(루카 21,22)고 말씀하시며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하십니다. 오늘 제1독서의 말라키 예언자, 이사야 예언자, 요엘 예언자, 스바니야 예언자, 즈카리야 예언자 등이 주님의 날에 예루살렘에 대한 징벌을 예언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의 멸망에 뒤이어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마르 13,24-27, 루카 21,25-28)에 세상의 종말이 닥칠 것을 예고하셨습니다. 그러나 성경을 주의깊게 읽어보면 그 시기에 대해서 마르코 복음과 루카 복음은 차이가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서는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는 재난이 일어날 때, ‘그 무렵’ 해와 달이 어두워 지고 별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등(마르 13,24-25),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마르 13,30) 세상의 종말이 닥칠 것을 예언하십니다. 이에 반하여 마르코 복음보다 10년가량 늦은, 기원후 80년에 집필된 루카 복음에서는 예루살렘의 멸망에 이어 이민족의 폭력과 지배가 계속되며, (루카 21,24) 이후 사람의 아들의 날에 세상의 종말이 닥칠 것으로 예고하셨습니다. (루카 21,25-28)
종말의 때가 늦게 오든, 급박하게 오든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항시 깨어 있으라”고 이르신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그 날과 시간은 하늘의 천사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신다.”(마르 13,32)고 말씀하시며 제자들에게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4-36)고 말씀하셨습니다.
종말을 말할 때 우리는 4말, 죽음과 심판, 천당과 지옥을 생각합니다. 11월은 죽음을 묵상하는 위령성월입니다. 세상의 종말에 앞서 우리는 이미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호스피스 운동의 창시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라는 분은 말기암등으로 3개월, 6개월 등 급박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람들 수백명을 면담한 후 그들의 마음이 변화하는 과정을 DABDA라는 단어로 설명하였습니다.
첫째, Denial 즉 부정(否定)입니다. ‘나에게 이런 병이 생겼을 리가 없어.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건강하였는데’라고 생각하며 병을 부정합니다. 둘째, Anger 즉 분노(憤怒)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죽을 병에 걸렸단 말인가’하고 분노합니다. 셋째, Bargain 즉 하느님과 흥정합니다. ‘하느님, 이 병을 낫게 해주시면 여생을 하느님께 봉사하면서 살겠습니다.’라며 지금까지 찾지 않던 하느님께 애절하게 매달립니다. 넷째 Desperation, 포기와 체념의 과정입니다. 그럼에도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음을 깨닫고 체념합니다. 다섯째 Acceptance, 마지막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합니다. 이처럼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람은 생명에 대한 집착과 삶에 대한 간절한 애착, 다가오는 심판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나 우리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은 앞으로 3개월, 3년 혹은 30년을 더 살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여러분이 영원히 육신을 지닌 채 살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은 어리석은 부자의 예(루카 12,16-21)에서와 같이 하느님께서 오늘 저녁에도 여러분의 목숨을 가져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루카와 마르코는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 곧 ‘주님의 날’에 대하여 시간적인 차이가 있음을 나타냈습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주님의 날’이 언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십니까? 1,000년뒤 세상 종말 후에 주님의 날이 도래한다고 생각하십니끼? 제가 답을 드리겠습니다.
‘주님의 날’은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주님의 날은 지금 현재 나의 삶에 따라 ‘멸망의 날’이 될 수도 있고 ‘구원의 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기억하십시오. 지금 나의 삶이 주님의 날, 심판의 날에 멸망이냐 구원이냐를 결정합니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라는 말씀 뒤에 이르신 예수님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루카 21,33)
(2025. 11. 16. 연중 제33주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