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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의 위대함, 철부지에게 나타나시는 하느님
김원율 안드레아 (반포1동)
 
오늘 복음(마태 11,25-27)에서 예수님은 “아버지, 지혜롭다는 자에게는 모습을 감추시고 철부지에게 드러내 보이시니 감사드립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철부지’란 단순하고 전진난만한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그리스도 탄생의 밤에 천사들이 나타난 대상은 당대 최고의 학식이나 신앙에서 남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아니았습니다. 바로 천진난만한 목등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매일미사 ‘오늘의 묵상’은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고 싶나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단순해지는 것입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 대학동기 중 한명이 초등학생 시절 국어 작문시간만 되면 머리를 싸맸습니다. 글을 쓰긴 써야 되겠는데 도대체 무얼 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다음과 같이 써서 제출했습니다. 

“나는 글쓰기가 싫다. 선생님이 글을 쓰라고 하시는데 도대체 무얼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작문시간이 제일 싫다.” 다음 시간에 선생님이 제 친구를 앞에 나오라고 호명하였습니다. 이 친구는 겁이 나서 앞으로 나갔는데, 선생님께 맞을 걸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작문지를 주시며 읽으라고 하셨고, 그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자기 글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읽고 난 다음 선생님 반응은 예상 외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 자기 생각을 꾸미지 않고 그냥 쓰는 것이 제일 잘 쓰는 것이다”라고 칭찬하셨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글재주를 보신 것이 아니라 친구의 천진난만한 동심(童心)을 보셨던 것입니다. 그 친구는 상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거친 뒤 뒤늦게 시인이 되었습니다. 

‘천진난만하다’는 말을 영어로 ‘simple’이라고 합니다. 천진난만함과 단순함은 동의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천지난만한 어린이와 같게 되지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불교에서는 비워있음(空), 단순함이 수행에서 요구됩니다. 한 스님이 스승에게 “부처가 무엇입니까?”하고 물었습니다. 스승은 ‘즉심시불(卽心是佛)’, 즉 마음이 부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단순하고 고지식한 제자는 이를 짚신이 부처라고 잘 못 알아들었습니다. 그는 3년간 이를 화두로 삼아 매일 일상에서 먹거나 일하거나 “짚신이 부처라니 이것이 무슨 뜻인가?”라고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는 스승에게 따져 묻지도 않았고 자신의 수행방식에 대하여 추호의 의심도 갖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어느날 언덕에서 나무를 해서 내려오다 바위에 발을 찧게 되었습니다. 지게 위 나무가 머리위로 쏟아지고 짚신 한 짝이 멀리 날아갔습니다. 순간 그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날아간 짚신과 그의 마음이 완전히 하나의 우주가 된 것입니다. 그때 그는 그의 본성을 보았습니다. 

저는 작년에 ‘마리아 막달레나의 노래’라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어느날 독자 한분이 저에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여성 독자였는데 그분은 과거 창녀였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창녀였던 분이 위대한 성녀가 되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는데, 성녀가 창녀가 아니라고 밝히는 내용에 대해서는 다소 섭섭해하는 감정을 가진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해드렸습니다. 

“성녀가 창녀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처럼 육안(肉眼)으로, 사람의 겉모습만을 보시지 않으십니다. 심안(心眼)과 영안(靈眼), 곧 마음의 눈과 영혼의 눈으로 사람의 마음 속과 영혼의 순수함을 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대에 학식과 신앙에서 뛰어나고, 죄인들과 어울릴 수 없다며 백학(白鶴)처럼 고고하게 처신했던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보다, 비천한 죄인으로 핍박받고 사람 취급도 받지못했던 창녀를 더욱 순수하고 선한 존재로 여기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위선적이고 교만한 바리사이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7월 22일은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의 축일입니다. 성녀는 주님을 목숨보다 사랑했고 십자가에서 예수님의 발을 붙잡고 한없이 흘린 눈물은 하늘나라의 천사를 깨웠고 천주성부를 감동시켰습니다.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찬란한 모습으로 마리아 막달레나 앞에 나타나심으로써 인류가 4천년동안 기다려온 구원의 대 서사시(敍事詩)가 펼쳐지게 된 것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의 단순하고 지극한 사랑이 인간 구원의 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성녀의 참다운 모습을 알리기 위하여 10년 세월동안 책을 구상하고 혼신의 노력으로 써내려갔습니다. 발간 후 염수정 추기경님, 김환수 본당 주임신부님,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님, 정종휴 전 바티칸 대사님께서 제 책에 찬사를 보내시며 추천의 말씀을 써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24. 7. 17.)


입력날짜 : 2024-08-26 (23:42), 조회수 :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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