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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다!’
김원율 안드레아 (반포1동)
 

제임스 마틴 신부의 저서 “나를 찾아 떠나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미국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 펜실베이나아 대학교 와튼 스쿨을 졸업하고 6년간 GE 재무부서에서 일했으며, 안락하고 행복한 생활이 보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돌연 1988년 예수회에 입회하고 자마이카 등지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하였으며 나중에 신학대학에 진학하여 예수회 소속 신부가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행로를 결정하는 순간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고 미련없이 직장을 사직하였다고 자신의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찾아서 떠났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그는 자신의 의지로 응답한 것입니다. 

 

“나는 내 마음속에 기업세계가 상징하는 많은 것들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분명했다. 매정함, 돈의 예찬과 물욕, 경쟁심 조장, 인간존엄성에 대한 무시, 이런 것들로부터 내 자신이 떠나는 것이었다.” (제임스 마틴 ‘나를 찾아 떠나다’ 191쪽)

 

제임스 마틴 신부가 자신을 찾아 떠났듯이 꽃동네의 병원장 신상현 야고보 수사도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세속적인 성공을 뒤로하고 주님을 찾아 길을 떠났던 사람들 중 한분입니다. 그는 명문 가톨릭의대를 졸업하였지만 1989년 겨울 폭설 속에 음성 꽃동네의 성모상 앞에서 밤새워 기도한 뒤, 주님의 소리에 응답하여 가난하고 소외된 병자를 치료하는 희생의 길을 택했습니다. 

 

오늘은 주님공현 대축일입니다. 주님 공현(公顯)이라 함은 주님께서 모든 민족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 사건입니다. 주님께서는 별빛으로 동방박사 세사람을 베들레헴으로 부르셨고, 그들은 이에 응답하여 동방의 먼나라로부터 선물을 가지고 아기예수를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그리스도교는 계시(啓示)의 종교라고 합니다. 계시란 인간의 노력으로 알 수 없는 진리를 하느님께서 스스로 또는 예언자를 통하여 열어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은총(恩寵)은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초자연적인 도우심을 뜻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외적인 계시와 내적인 은총을 통하여 우리를 구원(救援)으로 부르시고 이끄십니다. 신앙(信仰)이란 계시와 은총을 통한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인간의 자발적인 응답을 뜻합니다. 

 

이스라엘의 신앙 선조 아브라함은 하란에서 자신이 사는 곳에서 떠나라는 하느님의 계시를 받들어 75세의 고령에 길을 떠났습니다. (창세기 12장) 주님께서는 아브라함의 응답에 대해 환시 중에 말씀을 내리시어 그의 후손을 밤하늘의 별처럼 많게 하시어 큰 민족의 아버지가 되게 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창세기 15장)

 

이스라엘 민족은 이집트에 머물면서 신앙 선조 아브라함을 잊고 야훼 하느님을 잊었습니다. 그때 그분은 예언자 모세를 보내셔서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시고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던 약속의 땅으로 떠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민족은 홍해를 건너 기나긴 광야생활의 여정에 접어들었습니다. 

 

광야! 

성경에서 광야는 단순히 황폐한 땅을 넘어 인간이 시험과 시련을 통해 정화되며, 애타게 하느님을 찾게 되는 장소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 탈출 후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전 40년간 광야에서 고통과 시련의 여정을 겪었으나 한편으로 광야에서 하느님을 체험하고 만났습니다. 

 

우리는 내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묵상해보아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 떠나옴으로서 광야에서 야훼 하느님을 체험하고 만났습니다.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면서 이집트를 떠나지 못하고 권력과 재물이라는 파라오의 우상에 빠져있지는 않은지요? 

 

우리는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하여 우리 자신이 광야로 떠날 필요는 없습니다. 내 마음속의 광야를 만들면 됩니다. 마음 속의 광야에서 외로움과 가난한 처지에서 눈물흘리는 사람의 이웃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목마름과 열정으로 주님을 찾으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을 찾아 먼길을 떠났던 동방박사 3인을 뒤따르는 우리의 신앙 여정이 될 것입니다. 

 

(2026. 1. 4. 주님공현 대축일에) 


입력날짜 : 2026-01-06 (02:37), 조회수 :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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