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림(待臨)시기의 뜻
대림시기는 ‘주님성탄 대축일’ 전의 4주간을 가리키는 것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주님성탄 대축일을 준비하며 한편으로 재림하실 구세주를 기다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교회 전례력으로서는 대림 1주일이 곧 새해의 첫날입니다. 제가 잘 아는 신부님께서 저에게 대림시기를 맞이하는 우리 신자들의 마음자세에 관하여 글을 써보라는 권고를 하셨습니다. 여러가지 힘든 묵상 끝에 다음과 같이 제 짧은 생각을 정리하여 드립니다.
○ “삶이라는 우유를 그냥 마셔라”
유다인들의 풍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대화 당사자 중 한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눈먼 사람입니다. 눈이 보이는 이가 물었습니다.
“우유 한잔 할래?” 눈먼 이가 대답했습니다.
“우유가 뭔지 설명해줘.” “우유는 하얀 액체야.”
“하얀 게 뭐야?” “하얗다는 것은··· 으음, 예를 들면 백조가 그래.”
“아하, 백조가 뭔데?” “백조? 구부러진 목을 가진 새야.”
“좋아. 그런데 구부러졌다고?” “구부러졌다는 것은···· 내가 팔을 구부릴께 만져봐. 그러면 구부러졌다는 게 뭔지 알거야.” 눈먼 이가 조심스럽게 그 구부러진 팔을 만졌습니다. 그런 다음 그가 말하였습니다. “놀랍군! 드디어 이제 우유가 뭔지 알겠어!”
이처럼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여러분은 우스꽝스럽게 생각되십니까? 눈먼 이는 왜 자꾸만 물음을 제기합니까? 그냥 마시면 될 텐대. 그런데 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여러분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으신가요?
우리는 삶이라는 우유를 그냥 마시지 않고 우유란 구부러진 그 무엇이라는 생각을 하는게 아닐까요? 많은 분들이 삶을 연구하고 수많은 신학자가 삶에 대하여 논하였지만 결론은 오직 하나입니다. 우리는 이론과 설명으로 삶을 이해하려기 보다는 삶이라는 우유를 마심으로써 이해하여야 합니다. 삶의 본질은 다음과 같은 예수님의 말씀 속에 있습니다.
○ “깨어있으라!”
대림제 1주일의 복음은 사람의 아들의 재림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노아의 홍수 때에도 사람들은 종말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먹고 마시고 시집가고 장가들고 하였습니다. 소돔의 멸망 때에도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사고 팔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 롯이 소돔을 떠난 그날에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모두 멸망하였습니다. 여기서 예수님께서 말씀하고자 하신 핵심은 무엇이었습니까? “깨어있으라!”였습니다.
예수님 말씀의 요지는 항시 깨어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나약하고 언제나 죄를 짓기 쉬운 원죄의 경향이 있습니다. 깨어서 기도해야 합니다. 자신은 깨끗하며 열심인 신자라고 자만하지 않아야 합니다. 항시 겸손한 태도를 갖고 마음의 더러운 때를 씻어내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그러할 때 우리의 마음 안에 아기예수님이 오실 것입니다.
또한 아기예수는 울긋불긋한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속에, 아름답게 금종이로 장식하고 푸근한 담요 위에 누워있는 아기예수의 인형 속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과 함께 기쁨과 환희, 화려한 성탄파티 안에서 아기예수를 맞이하는 꿈에 부풀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기예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아기 예수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곳에 계십니다. 추운 겨울에 동전 한닢을 주십사고 엎드려 떨고 있는 불쌍한 거지들, 외로움에 떨고 가난에 찌든 우리의 이웃이 바로 아기예수의 존재입니다.
제가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구교구의 한 신부님이 이스라엘 예루살렘으로 본당 신자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갔습니다. 그들은 십자가의 길 14처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묵상하였습니다. 그들이 이윽고 예루살렘 통곡의 벽앞에 다다랐을 때입니다.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보이는 여인이 처연한 모습을 하고 비쩍 마른 손을 내밀며 동정을 구했습니다. 그러나 십여명의 신자 중 아무도 단돈 1불도 그여인에게 동정하며 적선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신부님은 그 돈이 얼마나 그 여인에게 도움이 될지 그런 거는 뒤로 하고서라도 신자들의 그 메마른 마음에 분노하였습니다. 예수님 수난의 고통을 함께 하고, 우리의 죄때문에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에 대해, 우리의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바로 그 여인에게 1불이라도 건네는 그 마음 속에 있는 것입니다. 그날 숙소에 돌아오신 신부님은 당장 짐싸서 돌아가자고 신자들에게 소리쳤습니다. 그제야 신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대림시기, 우리는 주님의 오심을 성탄절 축제의 화려함 속에서 기다라는 것이 아니라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이웃을 생각하는 대림(待臨)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2025년 12월 7일 대림제2주일 아침에 김원율 안드레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