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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김원율 안드레아 (반포1동)
 

어떤 대기업의 광고에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세속적인 가치를 지상(至上)의 것으로 여기며, 1등지상주의로 무자비한 경쟁을 부추긴다고 폄훼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기업간의 경쟁에서 남보다 한발앞서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기술선점의 이점, 기술특허에 의한 배타적 사용권을 가짐으로써, 시장 경쟁에서 절대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기술개발에서 1등을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기업의 사활(死活)이 걸린 중대한 일입니다. 

 

그러나 신앙의 세계는 다릅니다. 하느님은 2등뿐 아니라 100등, 꼴등까지도 기억하십니다. 심지어 예수님께서는 첫째가 꼴찌되고 꼴찌가 첫째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현세에서는 어벙하고 빠리빠리하지 못해 남에게 푸대접을 받았던 사람도, 저 세상에서는 우리의 주님 그리스도께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서두에 2등에 대하여 이처럼 말을 꺼낸 것은 오늘 11월 30일 축일을 맞는 안드레아 사도를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안드레아 사도는 차석의 수호성인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안드레아 사도는 제일 먼저 예수님을 만났고 자신의 형 시몬 베드로를 예수님께 데려가 예수님께 소개시킨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후 예수님의 사랑, 그리고 이로 인한 스포트라이트는 그의 형 베드로가 독점하다싶이 하였습니다. 

 

시몬 베드로는 예수님으로부터 교회의 수장, 수석사도로서의 지위를 받았으며 예수님께서는 시몬을 베드로라 명명하면서 이 반석위에 교회를 세우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자리, 야이로의 딸을 살리실 때,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실 때,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흘리시며 기도하실 때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항시 데리고 다니셨습니다. 안드레아 성인이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서운함, 질투심, 분노의 감정이 그의 내면을 지배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안드레아 성인의 위대한 점이 드러납니다. 그는 조용하고 침착하였으며 성격은 신중하고 나서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의 눈에 뜨이지 않는 2인자의 자리에 만족하고 분수를 지킬 줄 안다면 이 세상은 훨씬 편하고 살기좋은 사회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보면 사람들이 전부 일등을 해야하고 일류대를 가야하고 정치인은 모두 대통령을 해야하고 전부 오야붕(우두머리)을 하고싶어 안달하니 이 사회가 무한경쟁, 무한탐욕, 무한질시, 무한갈등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2인자의 자리를 지키셨던 겸손함의 표본으로 세례자 요한을 들 수 있습니다. 그의 제자가 와서 “스승님, 사람들이 전부 강 저편으로 건너가서 전에 스승님이 세례를 주셨던 나자렛 사람에게 가고 있습니다.”고 하였을 때 세레자 요한은 어떻게 처신하였습니까? ‘어디서 나자렛 촌놈이 와서 내 밥그릇을 빼았고 내 ‘나와바리’를 몽땅 가져가버리는가?’하고 분기탱천하여 예수님을 비난하였습니까? 

 

세레자 요한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라는 천상의 지위를 가진 분이라는 것을 아는 영적(靈的)인 눈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분은 커져야 하고 나는 작아져아 한다.”면서 겸손되이 몸을 낮추었습니다. 심지어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다.”고 한껏 몸을 낮추었습니다. 

 

소화데레사 성녀의 이야기를 여러분은 아실 것입니다. 소화데레사는 장미나 백합의 뛰어난 아름다움도 하느님 앞에서 빛을 발하지만 그렇다고 오랑캐꽃이나 들국화의 순박함이 뭍이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영적으로 뛰어난 힘을 내뿜는 사람이나, 조용하며 미약한 힘을 내뿜는 사람들 모두 하느님은 사랑하십니다. 

 

앞서에서 말씀드렸지만 안드레아 성인은 차석의 수호성인이라고 일컬어집니다. 성인께서는 형 시몬에 비하여 예수님의 특별한 사랑도 받지못하셨지만 묵묵히 자신의 본분을 수행하셨고 용감하게 순교하셨습니다. 전 서울대교구장이셨던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도 언제나 조용하며 침묵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양들을 돌보셨던, 어찌보면 안드레아 성인을 많이 닮은 주교님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는 언제나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용기와 겸손함을 지녀야 합니다. 헤로데는 70세의 나이에도 자신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두살 이하의 젖먹이를 살해하는 잔인무도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이처럼 탐욕과 집착은 위험합니다. 안드레아 성인의 겸손을 배운다면 우리는 하느님 나라에서 꼴찌가 첫째 되는 영광을 입을 것입니다. 

 

(2025. 11. 30. 성 안드레아 사도의 축일에 김원율 안드레아) 


입력날짜 : 2025-12-13 (15:03), 조회수 :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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