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하루전 및 당일 말씀의 전례 제1독서는 구약의 룻기 전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판관이 다스리던 시대, 유다에 기근이 들어 베들레헴에 살던 엘리멜렉이라는 사람이 모압지방에 나그네 살이를 하려고 아내 나오미와 두 아들과 함께 길을 떠나게 됩니다. 그곳에서 아내와 두 아들을 남겨두고 그는 죽게 됩니다. 두 아들은 나그네살이하는 땅에서 부인을 맞아들였는데, 형의 부인은 오르파, 동생의 부인은 룻(Ruth)이라는 모압 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아들도 타국에서 병들어 죽고 나오미와 두 며느리만 남게 됩니다.
나오미는 유다 지방의 기근이 끊겼다는 소식을 듣고 모압 지방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두 며느리를 부릅니다. “자, 각자 제 어머니 집으로 돌아가거라. 너희가 나에게 해 준 것처럼 주님께서 너희에게 자애를 베푸시기를 바란다.” 그러자 그들은 소리높여 울며 시어머니에게 매달립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어머님과 함께 어머님의 겨레에게 돌아가렵니다.” 그러나 나오미는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너희는 아직 젊으니 새로이 남편을 구할 수 있다. 돌아가거라!” 당시 농경사회에서 남자의 노동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나오미는 그녀들을 걱정하고 진심으로 그들 앞날의 행복을 위하여 모압의 친정으로 돌아가 새출발할 것을 권고한 것입니다. 오르파는 서럽게 울며 시어머니와 작별을 고하고 고향 친정어머니에게 돌아갑니다.
그러나 손아래 동서 룻은 나오미를 떠나 고향에 돌아가기를 끝내 거부하며 시어머니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며 매달립니다. 참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구약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집니다.
“어머님을 두고 돌아가라고 저를 다그치지 마십시오. 어머님 가시는 곳으로 저도 가고 어머님 머무시는 곳에 저도 머물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저의 겨레요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 어머님께서 숨을 거두시는 곳에서 저도 죽어 거기에 묻히렵니다. 주님께 맹세하건대 오직 죽음만이 저와 어머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습니다.” (룻기 1, 16-17)
마태오 복음1장에 아브라함에서 예수님에 이르기까지 42대에 걸친 예수님의 족보가 펼쳐집니다. 원래 족보는 남성 중심으로 기술되지만 이 족보에는 여성이 5명 나옵니다. (타마르, 밧세바, 라합, 룻, 마리아) 그런데 어째서 룻이 말씀이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족보에 등장하는 것일까요? 아브라함에서 다윗까지 14대, 예수님까지는 42대이며 예수님은 다윗의 29대 자손이십니다. 그리고 룻은 바로 다윗의 증조할머니가 됩니다.
베들레헴에 돌아온 룻은 남의 밭에서 떨어진 농작물을 주으며 지극정성으로 시어머니 나오미를 봉양합니다. 이에 감동한 나오미의 친척 보아즈가 룻의 구원자(고엘)가 되어 룻과 혼인하게 되며 이 둘사이에는 오벳이라는 아들이 탄생합니다. 룻은 아들을 낳아 나오미에게 안겨주었고, 그녀는 늙으막에 양육자가 되어 아기를 품에 안게되는 행복을 맛봅니다. 그리고 오벳은 이사이를 낳고 이사이가 아들을 낳으니, 그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다윗 성왕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큰 교훈을 얻습니다. 어찌하여 룻은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인의 여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오미에게 “어머니의 하느님이 저의 하느님입니다.”라는 신앙고백을 하게 된 걸까요. 이에는 나오미가 시어머니로서 하느님의 사랑을 며느리에게 베풀었다는 사실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신앙인이라면서 말따로, 행동따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왕왕 “저 친구가 믿는 하느늼, 나는 믿고 싶지 않아.”라는 비난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자네의 하느님이 나의 하느님일세.”라는 말을 친구가 할 수 있을까요? 룻은 하느님을 전혀 알지 못하는 이방인의 여인이었음에도 시어머니의 실천적인 사랑에 감동하여 시어머니와 헤어지는 것을 거부하고 끝까지 지극봉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마침내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다윗 성왕의 증조모가 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우리 역시 말뿐인 신앙이 아니라 실천적인 사랑을 펼침으로써 나오미가 이방인 여인인 룻을 감동시켰듯이 신앙을 갖지 못한 외인을 감동시키고 또한 외인으로하여금 진실된 신앙인이 되게 할 수 있습니다.
2025. 8. 23. 토요일 아침에 김원율 안드레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