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영화는 1967년 미국에서 제작되었으며, 1930년대 대공황기에 은행강도 행각을 일삼다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 보니 파커(페이 더나웨이 분)와 클라이드 배로우(워런 비티 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들이 이처럼 내일의 희망이 없는 막장인생을 살았다는 점에서 한국어 제목이 지어진듯 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불행한 막장 인생에서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이 명제는 유효합니다. 사탄이 하느님께 귀의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장 많이 하고, 가장 잘 먹히는 유혹이 무언지 아십니까? “인생 조급하게 서둘 것 없어! 내일 하자!”입니다. 그러나 내일이 모래가 되고 모래가 1년이 되고 1년이 10년이 되고 결국은 자신의 영혼을 영영 구원하지 못한채 일생을 마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구원은 바로 지금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습니다!

오늘 복음(루카 12,13-21)에서 어리석은 한 부자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그는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어들이자 곳간을 헐어내고 더 큰 것을 지어 그기에 많은 곡식과 재물을 모아두고 인생을 즐길 계획을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바로 그날밤 그에게 말씀하십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밤에 네 목슴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한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예수님은 이 부자를 일컬어 “자신은 부유하지만 하느님 앞에서는 전혀 부유하지 못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부자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을 겁니다. 내가 인생을 충분히 즐기고 먼훗날 늙으막에 자선을 행하여 하늘나라에 보화를 쌓겠노라고.... 그러나 죽음은 밤고양이처럼 어느 순간에 찾아옵니다. 등잔불에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어리석은 다섯 처녀처럼, 신랑이 왔을 때 마중나가지 못한 처녀처럼, 우리도 준비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이제 갓 서른의 젊은 나이에 유럽과 조국인 중국서 인생 최고점까지 오른 전도 유망하며 아름다운 용모를 가졌던 여교수, 위지안이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느낀 바를 쓴 책입니다. 1979년 출생,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 유학한 뒤 돌아와 푸단대학(베이징대학, 칭화대학과 더불어 중국 3대 유명대학이자 세계 100대 대학)에서 교수 임용. 숲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 숲 프로젝트를 정부에 제안하고 중국정부는 이를 노르웨이 정부에 제안하는 등 성사단계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2009년 갑작스럽게 유방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습니다. 위지안은 2011년 4월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영혼은 세상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뭔가를 잡기 위해서는 아주 먼 곳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믿으며, 십중팔구 그런 믿음이란 것이 ‘턱도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끝끝내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혹은 모든게 끝난 뒤에야 그보다 훨씬 값진 일을 지나쳐버렸음을 후회하곤 합니
다.

그녀는 인생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었습니다. 돌이 되지 않은 아들을 시댁에 맡긴 후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인생의 꿈을 모두 이룬 후 아들에게 사랑을 쏟아 부으며 못다한 어머니 역할을 하면 행복을 되찾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이 불행한 여인을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위지안은 말기암 판정을 받은 후 시어머니에게 맡긴 아들을 찾아와서 가슴에 안았습니다. 그녀는 아들에게 우유를 먹이며 행복을 되찾았습니다.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하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에. 

위지안은 삶의 끝에 서서 자신이 알게 된 것, 즉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삶을 대하는 긍정과 희망, 가족에 대한 사랑, 살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떠났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이와 같습니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 우리와 함께 걸어가시며 우리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신다는 것을 우리가 지금 이순간에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원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자비하심을 믿고 하느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지체없이 하느님의 품에 안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응답하고 바로 이순간 성당에 가서 하느님을 맞이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어리석은 어느 부자의 비극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5. 8. 3. 연중 제18주일 아침에 김원율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