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루카 10,38-42)에서 예수님은 마르타와 마리아의 접대를 받으십니다. 마르타는 예수님을 영접하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지만 마리아는 주님 발치에 앉아 예수님 말씀을 듣습니다. 우리가 그분을 영접하는데는 그분 말씀을 듣는 것이 세속적인 관심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 이 복음 속에 담겨있습니다. 이는 루카복음 12장 22절에서 31절까지의 말씀의 전조(前兆)입니다. 

세상걱정과 하느님의 나라

예수님은 루카복음 12장의 말씀에서 제자에게 이 세상의 일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를 걱정하지 말라고 타이르십니다. 까마귀(24절)와 나리꽃(27절)까지 돌보시는 하느님께서 그보다 훨씬 귀한 예수님의 제자들을 버리실 리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섭리에 온전히 의탁하여 먹고 마시고 입는 걱정으로부터 자유를 누리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여러분은 그분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먼저 찾으시오. 그러면 세상의 것들도 모두 곁들여서 받을 것입니다”고 이르셨습니다.(루카 12,31)

그러므로 마리아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은 하느님 나라를 구(求)하고 하느님 나라의 의로움을 찾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행하면 나머지, 이 세상의 것들은 곁들여 얻게될 것이라고 루카 복음사가는 말합니다. 

영혼과 육신이 구하는 바

오늘 복음의 구절은 우리의 육신과 영혼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육신이 바라는 것은 먹고 마시는 것, 입는 것 등 잡다하며 모든 번뇌에 연결되어있으나 정작 필요한 것은 우리의 영혼을 살지게 하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그 좋은 몫을 택한 것입니다. 오늘 들에 피었다가 내일이면 아궁이에 던져지는 풀도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니 하물며 들에 핀 꽃보다 훨씬 귀한,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에게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잘 해주시겠습니까? 

모든 것을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십시오. 그보다 더한 것을 바라는 것은 인간의 탐욕이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인간의 탐욕은 불행에 연결되며 이는 남보다 더 화려한 삶을 살고, 더 고귀한 명예를 누리려 하고, 더욱 높은 자리에서 대접받기 원하기 때문입니다. 

“너희들 작은 양떼야,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 나라를 너희에게 기꺼이 주기로 하셨다.”(루카 12,32) 이는 예수님께서 12제자에게 하신 말씀이므로 당시 예수님의 공동체는 ‘작은 양떼’에 불과하였을 것입니다. 이에는 지금의 미약한 현실과 엄청난 미래의 대조가 드러납니다. 바로 하느님의 나라가 그들에게 주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콜로새서 3장 2절은 “여러분은 천상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지상에 있는 것을 생각하지 마십시오”라고 했습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을 우리는 마음 속에 간직해야 합니다.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며 오늘의 괴로움은 오늘로 끝날 것입니다. 

마르타와 마리아의 행적

마르타와 마리아는 예루살렘에서 요르단강쪽으로 3km정도 떨어진 베타니아에서 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요한 복음에서 이들의 오빠가 죽었을 때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친구 라자로가 잠들었다” (11,11)고 하셨고, 마르타와 마리아는 예수님을 붙들고 오빠가 죽었다는 것을 알리며 울었고 예수님도 눈물을 흘리셨습니다.(요한 11,35) 예수님이 눈물을 흘리신 것은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이의 멸망을 예고하시면서 우신 것을 제외하면 이 사례(事例)가 유일합니다. 

이처럼 이들 자매에 대한 예수님의 정은 각별하였습니다. 이들 자매외에 예수님의 사랑을 받았던 여인으로서 ‘부활의 첫 증인(證人)’ 마리아 막달레나가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은 비할 데 없었으며, 마르타, 마리아, 마리아 막달레나는 모두 가톨릭교회의 성인 품에 올랐습니다. 특히 마리아 막달레나의 경우 2016년 6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기념일이 의무축일로 격상됨으로써 12사도와 같은 대우를 교회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의 축일은 이틀 뒤인 7월 22일입니다. 

이들 성녀들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무한히 사랑하였습니다. 베타니아의 마리아는 예수님의 수난에 앞서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예수님 발에 발라드립니다.(요한 12,3) 그녀는 그전에도 주님께 향유를 붓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그분의 발을 닦아드렸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요한 11,2) 이는 바리사이 시몬의 집에서 예수님께서 죄많은 여자를 용서하는 장면과 일치합니다.(루카 7,36-38) 루카 복음사가는 한 죄 많은 여자가 예수님께서 바리사이 시몬의 집에 있다는 것을 알고 예수님을 찾아와서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닦고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고 기록했습니다. 그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이 여자는 큰 사랑을 보였으므로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전승에 의하면 마르타와 마리아는 오빠 라자로와 함께 예수님 사후 프랑스 마르세이유로 건너가 죽을 때까지 산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마리아는 프로방스 지방의 숲속 성 보메(St. Baume)동굴에서 30년 은수생활을 한 후 선종했다고 합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사도요한과 함께 성모님을 모시고 에페소에서 살며 예수님 부활의 복음을 전교하였고 그곳에서 선종하였습니다. 

(2025.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