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서에서 (탈출기 3,13-20)에서 타지 않는 떨기나무에서 발현하신 하느님은 하느님의 이름을 묻는 모세에게 “나는 현존자이다.”라고 대답하십니다. 이를 영어 원문으로 보면 “I am who I am.” 이 됩니다. I am 의 am은 불완전 자동사이며 who I am이 보어의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뒤의 I am에 나오는 am은 완전자동사로서 exist와 같은 뜻이고 was나 will be가 아닌 현재시제로 쓰였으므로 ‘나는 (현재에) 존재한다’는 뜻을 지닙니다. 

‘현존자’는 하느님을 뜻하며 하느님은 영원히 현존하십니다. 즉 하느님은 완벽한 현존재이십니다. (안셀름 그륀 ‘삶의 기술’ 85쪽) 하느님은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하시며 과거, 미래가 아니라 지금 현재에 계시는 분입니다. 모세에게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가서 ‘현존자( “I AM”)께서 너를 보내셨다.’고 말하여라.”고 야훼 하느님은 말씀하셨습니다. (탈출 3,14)

2005년 9월에 펴낸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펴낸 성경은 1992년 한국천주교회 창립 200주년을 기념하여 펴낸 「신약성서」(분도출판사)보다 퇴보한 느낌을 받습니다. 하느님은 현존자이시며 당연히 국어의 문법에 맞출 것이 아니라 신학적 의미에 충실하게 번역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현존자를 ‘있는 나’로 의미도 불분명하게 번역하였고 그후 시제를 혼동하여 번역한 것이 많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에게 하신 현존약속(I am with you always until the end of the age.) “나는 세상 종말까지 어느 날이나 항상 여러분과 함께 있습니다.”(200주년 신약성서)라는 말이 “나는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마태 28,20)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나는 있습니다”(200주년 신약성서) 라고 (Before Abraham was born, I AM) 번역되어야 할 부분이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로 번역되어 있습니다.(요한 8,58)

불완전 자동사 “나는 ···이다” (I am ···)는 그리스어 ‘에고 에이미’에 해당하며, 이는 요한복음 전반에 걸쳐 7번 나옵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6,48), 세상의 빛(8,12), 양들의 문(10,7), 착한 목자(10,11), 생명이요 부활(11,25), 길이요 진리요 생명(14,6), 포도나무(15,5) 이렇게 7번 자신을 계시하십니다. 

또한 눈여겨 볼 사항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계시하면서 야훼 하느님께서 스스로를 모세에게 계시하셨던 단어를 쓰셨다는 점입니다. 하느님께서 스스로를 “I AM”이라고 칭하시며 “’I AM(현존자)’께서 너를 보내셨다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일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내가 그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죄업 속에서 죽을 것입니다.”라고 이르셨습니다. (요한 8,24) (200주년 신약성서) 여기에서 영어원문은 “If you do not believe that I AM, you will die in your sins.” 여기에서 분명 예수님은 자신을 일컬어 “I AM”이라고 하셨습니다. 요한 복음13장 19절에서도 자신을 ‘내가 그이라는 것’ (you may believe that I AM.) 이라는 대목에서도 영어원문에 (저는 라틴어나 히브리어를 모르니 영어원문을 대조하여 읽었습니다.) “I AM”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는 하느님이 자신을 “현존자”라고 계시한 것과 같은 차원의 계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05년 주교회의 발간의 성경은 이를 두고 “내가 나임을 믿지 않으면” 식으로 번역하였습니다. 철수가 철수이지 영희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번역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한 웃기는 것은 2005년 주교회의 발간의 성경이 예수님이 대화중에 전부 반말로 하시는 겁니다. 종교최고회의 의원인 바리사이 니코데모와의 대화에서 “너는 이스라엘의 스승이면서 그런 것도 모르느냐?”고 하셨습니다. 또 수난 중에 당대 최고의 권력자 로마 총독은 예수님께 존대어를 쓰고 예수님은 심문하는 빌라도 총독에게 반말로 답합니다. 제가 다른 성경을 보아도 예수님이 모든 대화를 반말로 하는 것은 2005년 주교회의 성경이 유일합니다. 예수님이 30세에 공생활을 시작하셨는데 12년동안 하혈하는 부인에게 하신 말씀이 충격적입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이를 200주년 신약성서는 다음과 같이 번역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딸이여, 그대의 믿음이 그대를 구원하였소. 평안히 가시요.” 

전임 교황이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나자렛 예수’라는 책을 펴시면서 서문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이 책은 로마 주교의 교도권과 관계가 없으며 모든 성도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습니다.” 

저도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말씀에 힘입어 평신도의 얕은 성경지식으로 성경을 읽으면서 드는 의문사항을 개진한 것이니 이글을 읽는 성직자나 교우께서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2025.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