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의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 주관 시스티나 성전에 5월 8일 흰 연기가 피어올랐고, 미국 시카고 출신의 프레보스토 추기경이 267대 교황으로 등극하였다. 그는 전 세계 14억 가톨릭교도의 수장으로 ‘그리스도의 대리자’라고 불리며 세속적으로는 바티칸 시국(市國)의 국가원수도 겸하게 된다. 교회에서 공식적으로는 로마교구의 주교가 되는 셈이다. 그는 즉위명을 레오14세로 정하였다. 

전임 교황이 즉위명을 프란치스코라고 정한 데 비하여 여러모로 대비가 되는 즉위명이다. 아씨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는 빈자(貧者)의 성인이라고 하여 가난과 청빈의 삶을 살았고 일명 ‘맨발의 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에 따라 교회의 적극적인 가난에의 참여를 강조하였다. 

필자는 고인이 되신 전임 교황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다. 하지만 본인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교도권(敎導權) 측면에서 여러가지 부작용을 일으킨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중 그가 가장 많이 들은 비판은 중국교회에 대한 그의 굴종을 들 수 있디. 중국 애국교회(愛國敎會)의 주교, 공산당이 임명한 2명을 주교로 인정하고 교구를 그들에게 내어주라고 지시한 일을 들 수 있다. 유명한 홍콩의 조셉 첸 추기경은 “그리스도를 중국 공산당에게 팔아먹었다.”고 이를 맹비난하였다. 

그는 해방신학이 태동(胎動)한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이며 공식적으로 해방신학을 인정한 적은 없으나 공산주의에 대해 무지했다는 평을 듣는다. 공산주의자는 피도 눈물도 없으며 그들은 상대가 유화적이고 양보적인 태도를 보이면 이를 철저히 이용해 상대방의 파멸까지 이끌어낸다. 

레오 13세는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인 회칙(回勅)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 1891년 5월 반포)에서 공산주의를 격렬하게 비판하였다. 물론 이에는 당시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에 대한 동정론도 곁들여져 있으나 주류는 어디까지나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새로운 사태’ 회칙을 읽어본 필자의 감상은 1917년 러시아의 공산주의 혁명이 태동하기 한참 전이었음에도 동 회칙이 공산주의의 모순과 폭력성향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통찰력을 지니고 이를 파헤쳤다는 점이다.  

동 회칙 2항은 “무수한 노동자들의 빈곤을 치유하기 위하여 사회주의자들은 부자들에 대한 가난한 이들의 질투를 불러일으키면서 사유재산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하고, 6항에서 이를 공박하였다. “사회주의자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명백하게 정의에 어긋난다. 사유재산권은 인간과 짐승을 구분하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17항 “인간의 다양성이라는 조건에 비추어 볼 때 세상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제거하기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19항 “가장 잘못된 견해는 사회계층간 즉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는 본성상 적대관계에 있으므로 성격상 끊임없이 투쟁하기 마련이라고 내세우는 것이다.”고 말하며 평등을 내세우는 공산주의 주장의 허구성, 투쟁과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가톨릭 교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못박았다. 

그리고 레오13세는 다른 사목(司牧) 서한(書翰)에서 공산주의를 “인간의 골수(骨髓)에까지 침투하여 그 파멸만을 가져오는 치명적 전염병”이라고 정의하였다. 1937년 3월에 비오11세 교황에 의하여 반포된 회칙 “하느님이신 구세주”에서 교회는 “공산주의는 인간에게서 자유를 박탈하고 인간 인격에서 일체의 존엄성을 빼앗으며, 맹목적 충동의 분출을 막는 도덕적 제어를 전부 치워없애고 만다.”고 하여 공산주의를 격렬하게 비난하였다. 

교회는 1891년 레오13세의 첫번째 회칙 ‘새로운 사태’ 이후 일관되게 공산주의, 나아가서는 완화된 형태의 공산주의 이론인 사회주의에 대하여 반대하여 왔다. 이는 회칙 ‘새로운 사태’ 반포 40주년을 기념해 반포한 회칙 ‘사십주년’ (비오 11세, 1931년 5월 반포) 120항에서 “사회주의는 그리스도교에 상반되는 고유한 인간 사회관에 기초하고 있다. 아무도 진정한 가톨릭 신자이면서 동시에 진정한 사회주의자일 수 없다.”고 하여 사회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백히 하였다. 

이러한 흐름이 해방신학의 고장 이르헨티나 출신의 교황 프란치스코 시대에 와서 주춤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신임 교황이 즉위명을 레오14세로 한 것은 공산주의를 용납할 수 없다고 하는 교회의 전통으로 회귀함을 뜻한다 할 것이다.  

(2025.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