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부활 이후 세 번째로 제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티베리아스는 갈릴레아 호수의 남쪽 연안에 위치한 도시의 이름으로 헤로데 안티파스가 로마황제의 이름을 따서 건설한 도시입니다. 티베리아스에 접한 갈릴레아 호수를 티베리아스 호수로 불렀음은 황제를 숭배하는 뜻이 있습니다.  

요한은 그의 묵시록에서 자신을 신(神)으로 여기고 개인숭배를 강요하는 로마황제를 바빌론의 대탕녀에 비유할 정도로까지 증오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요한이 갈릴레아 호수를 티베리아스 호수로 불렀음은 무슨 의미일까요? 티베리아스 호수 이름이 내포하고 있는 것은 제자들이 사도로서의 사명을 잊고 욕망의 호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상징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처음 만난 순간 예수님으로부터 “너는 사람낚는 어부가 될 것이다”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이후 과거 예수님으로부터 들었던 말씀을 잊고 일상의 어부 일에 매달렸던 것입니다. 

제자들은 그물을 왼 쪽으로 내렸으나 밤새도록 아무 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아침 무렵 예수님이 나타나셨으나 그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물을 오른쪽으로 내리면 고기가 잡힐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에서 그물을 왼쪽으로 내린 것은 헛된 욕망에 빠져 갈채와 명성에 현혹되는 삶, 거짓과 위선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음은 세상의 명예와 재물을 추구하는 삶을 사는 자에게 어떤 영적 열매도 맺을 수 없음을 뜻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물을 오른쪽으로 내리라고 하신 것은 부활의 삶, 사랑과 겸손의 삶을 살아야 함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제자들은 그물을 오른쪽으로 내려 큰 고기를 153마리나 잡았습니다. 100과 50과 3이라는 숫자는 각자 뜻하는 바가 있습니다. 100은 꽉 찬 숫자입니다. 100이라는 숫자가 뜻하는 바는 교회의 믿음이 백방(百方)으로, 온누리로 퍼져나갈 것임을 예언하신 것입니다. 온누리의 온은 100이라는 뜻의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예수님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믿음이 충만한 자의 마음의 밭에 뿌려진 씨앗은 백배의 열매를 맺으리라고 가르치셨습니다. 50은 50년마다 대희년을 선포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억압으로부터 해방, 죄로부터 풀려남을 뜻하며 희망을 나타냅니다. 3은 사랑이신 성부, 성자, 성령의 3위일체를 뜻합니다. 

그물은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를 뜻하며 그물이 가득 찼음에도 찢어지지 않음은 교회가 주님 안에서 영원할 것임을 뜻합니다. 제자들이 베드로와 함께 그물을 끌어 올림은 교회의 수위권을 지닌 베드로와 더불어 사도로부터 교회가 이어져 내려올 것임을 뜻합니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같이 빵과 물고기를 드신 것은 예수님께서 영적으로 부활하신 것이 아니라 육신으로 부활하셨음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부활하신 것은 환상(幻像)이 아닙니다. 이 아침 식사에서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식사공동체 즉 성찬례 공동체를 형성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아침을 드신 이후 베드로에게 ‘내 양을 돌보아라’는 말씀을 세차레에 걸쳐 하실 때 ‘베드로’(교회의 반석)라는 이름 대신 ‘요한의 아들, 시몬아’라고 부르신 것은 무슨 뜻이었을까요? 이는 세속의 호수에서 그물질하며 옛날의 사명을 잊어버린 요한의 아들 시몬에게 옛날의 베드로로 돌아가라는 명령이셨습니다. 베드로는 이후 목숨을 건 복음의 선교와 로마에서의 순교로, 로마의 첫 주교 즉 초대교황이 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2025년 5월 4일 부활제3주일 아침에 김원율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