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루카 6,20-23)에서 루카 복음사가는 참행복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 굶주리는 사람들, 지금 우는 사람들을 행복하다고 하셨지만, 우리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부유하고 배불리 먹으며 웃는 사람들을 행복한 사람의 표양(表樣)으로 여기고 있으니까요.
이는 마태오 복음의 진복8단(마태 5,3-11)과 맥을 같이 합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고 설파(說破)하신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사람을 고쳐주시고 기적을 행하는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예수님께 몰려 왔습니다. 예수님은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제자들도 듣는 가운데 오늘 복음의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병들고 힘들며 가난하여 가진 것이 없더라도 마음을 하느님나라에 두면 너희는 행복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우리는 창세기에서 (2,7) ‘하느님이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는 구절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왜 하필이면 금이나 대리석이 아닌, 가장 하찮은 흙먼지로 사람을 만드셨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하찮은 육신에 하느님의 숨결, 즉 하느님의 영이 불어넣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육신에 갖은 애정을 쏟으며 가꾸고 치장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만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영혼이 나태해지고 상처받고 파멸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시간을 행복하게 살려면 맛있는 식당을 가면 됩니다. 하루를 행복하게 살려면 이발관이나 미장원에 가면 되고 한주일을 행복하게 지내고자 한다면 여행을 하면 됩니다. 좋은 곳을 여행하더라도 아마 일주일이 지나면 집에 가고 싶어질 것입니다. 한달을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좋은 집을 사면 됩니다. 가구를 배치하고 집을 치장하면서 한달간은 행복하겠죠. 1년을 행복하게 지내고자 한다면 결혼을 하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헤어지면 못산다고 죽자살자 따라다니는 사람과 결혼하면, 길어야 1년이 행복하지만 그 이후에는 시들해집니다. 만약 그 이상 행복하다면 그 부부는 제 정신이 아니거나, 상대를 영혼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우리가 행복의 필수적인 것이라 여기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우리에게 길고 긴 행복을 주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땅에서 연유하며 육적인 즐거움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가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집은 모두 땅에서 나는 것입니다. 육신은 죽으면 먼지로 돌아갑니다. 노아의 홍수에서 보듯이 물이 땅을 뒤덮어 땅에 속한 것은 결국 멸망합니다. (베드로 2서 3,5-6)
회개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회두(回頭),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보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참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하느님나라로 관심을 돌릴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계십니다. 우리 안에 불어넣어진 하느님의 숨결, 즉 영혼의 존재를 생각하면 우리는 하늘에 관심을 두고 살아야 합니다. 인간은 오욕, 즉 식욕, 성욕, 수면욕, 명예욕, 소유욕 다섯가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욕심을 만족시키는 것, 돈, 높은 지위, 명예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욕망을 채우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욕망의 덫, 육체적인 욕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인간은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참행복은 한시간, 하루, 일주일, 한달, 1년간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영원무궁토록 지속될 것입니다. 참행복이란 바로 영원한 행복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행복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육신의 것 대신에 영적인 것, 하느님나라에 기쁨과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을 들으면서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으로서 믿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달라야 하는 가를 알아야 합니다. 참행복이라 함은 신앙인으로서 우리의 영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참행복의 마음, 맑은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가까이 있는 하느님나라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25. 2. 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