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2월 29일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2,41-52)에서 성모님은 예루살렘에서 잃으셨던 예수님을 사흘 동안 찾아 헤매시던 끝에 드디어 성전에서 예수님을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셨습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찾아헤매시던 ‘그 사흘’은 참으로 근심, 걱정, 불안, 초조의 연속으로 고통과 절망의 시간이었을 겁니다. 이 사건은 성모칠고(聖母七苦)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성모님은 이 사건에서 느낀 마음의 고통이 크셨습니다. 구약과 신약을 통하여 이 사흘이라는 기간은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적잖은 함의(含意)를 갖고 있습니다.

신앙의 선조, 아브라함에게는 나이 백세에 얻은 이사악이 자신의 생명보다 귀중한 존재였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브라함에게 청천벽력(靑天霹靂)과도 같은 주님의 말씀이 떨어집니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사악을 데리고 모리야 땅으로 가거라. 그곳, 내가 일러주는 산에서 이사악을 제물로 바쳐라.”고 하느님이 말씀하십니다.(창세기 22,2) 그리하여 아브라함은 주님께서 지시하신 모리야 땅까지 사흘을 걸어가 이사악을 하느님께 바치려고 합니다. ‘그 사흘’ 동안 아브라함의 심정은 말할 수 없는 비통함과 지극한 슬픔으로 마음이 무너져내렸을 겁니다. 지엄(至嚴)하신 주님의 영을 거절하지 못하나 자신의 분신(分身)과도 같은 이사악을 희생제물로 바쳐야한다고 생각하니 하느님이 한없이 원망스러웠을 것입니다. 

모리야의 산에 도달했을 때 이사악은 아브라함에게 묻습니다. “아버지, 불과 장작은 여기 있는데 번제물로 바칠 양은 어디 있습니까?” 아브라함은 “번제물로 바칠 양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실 거란다.” (야훼 이레)라고 대답합니다.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려고 하는 순간, 주님의 천사가 아브라함의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손을 대지 마라”고 이릅니다. 다음 순간 아브라함의 눈에 덤불에 걸린 숫양 한마리가 들어옵니다. 그리하여 아들 대신 그 숫양을 번제물로 바치고 그 곳의 이름을 ‘야훼 이레’로 합니다. (창세기 22,14)

아브라함은 이때, “너는 너의 외아들마저 나를 위해 바치려고 하였으니 너는 복을 받아 너의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한껏 번성하게 될 것이다.”는 하느님의 맹세를 듣게 됩니다. 그 사흘의 엄청난 고통, 좌절과 절망은 이렇게 하느님께서 그의 후손을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번성하게 해주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으로 해피 엔딩으로 끝나게 됩니다. (창세기 22,17)

예수님은 예루살렘에서 유다인들에 의하여 수난을 당하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사흘 후에 죽음을 이기고 다시 부활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사흘’동안 예수님을 그토록 따르던 제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그들은 예수님께서 이 세상의 임금이 되어 오실 때 각자 어느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암투를 벌일 정도로 세상의 권세와 명예에 연연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자 ‘이제는 볼장 다보았다’. ‘나부터 살고보자’는 심정으로 절망과 극도의 두려움으로 각자도생하였습니다. 예수님이 사흘동안 저승에 가계셨듯이 제자들에게도 사흘은 어둠, 절망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그들이 사흘 후 예수님이 부활하셔서 그들에게 나타나시자 그들의 절망은 희망으로, 슬픔은 환희로, 두려움은 용기로, 불신은 믿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으로부터 성령을 받아 용약(勇躍)하여 일어섰고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 세계 인구 80억의 4분의 1이 예수님을 메시아로, 나의 주님으로 고백하게 되는 기적의 원천이 됩니다. 

요나는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로 가서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할 것임을 선포하라’고 하신 주님의 명을 어기고 도망치다가 거대한 물고기의 뱃속에서 사흘 밤 낮을 지내고 세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는 이민족에게도 구원의 길이 열려있다는 하느님의 의지를 요나 예언서의 비유로 드러내신 것입니다. 또한 물고기 뱃속에서 요나가 사흘을 지낸 것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후, 사흘 만에 부활하심의 예표였습니다. 물고기의 뱃속은 답답함과 침묵, 암흑의 거대한 동굴이었을 겁니다. 예수님은 표징을 요구하는 당대의 불신자, 바리사이들과 사두가이들에게 요나의 표징밖에 너희에게 보여줄 것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마태 16, 4) 그리고 후일 십자가에서 돌아가신지 사흘만에 부활하셨습니다. 

우리는 ‘그 사흘’과 같은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우리 생애에서 수없이 겪고 있습니다. 불안, 초조, 걱정과 근심으로 잠 못이루는 밤이 수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고통의 순간을 극복하고 넘어섰을 때 성모님처럼, 아브라함처럼,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우리에게 큰 축복과 영광이 함께 할 것입니다. 수많은 걱정과 생각을 이기는 방법으로 여기에 오웅진 사도요한 신부님의 말씀을 소개합니다. 신부님은 꽃동네를 설립하여 수많은 행려병자, 고아, 과부 등을 수용하여 세계적인 보호시설로 일구셨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질시와 모함으로 꽃동네는 큰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좌파 정부와 결탁한 정의구현사제단 신부의 끝없는 음해로 후원자가 수십분의 1로 감소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도 겪었으나 다시 일어나셨습니다. 다음은 꽃동네 병원의 벽에 걸려있는 오웅진 신부님의 말씀입니다.

“수많은 생각과 걱정보다 순간의 믿음으로 기도하면 해답이 나온다.” 

- 사랑과 순명안에서, 꽃동네 창설자 오웅진 요한 신부 -

(2024.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