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림주일도 3주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우리는 조금 있으면 아기예수의 탄생을 맞이하게 됩니다. 대림시기의 복음에 항시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 세례자 요한입니다. 그는 “당신은 누구요?”하고 묻는 사제들과 레위인들에게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단지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주님의 길을 곧게 내기 위하여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고 겸손되이 자신을 낮추었습니다. (요한 1,19-24)
또한 대림제2주일 복음말씀에서는 세례자 요한이 이사야 예언서의 말을 인용하면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합니다. 이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루카 3, 3-6) 세례자 요한은 철저하게 광야에서 금욕적인 생활을 합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도 요르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성령의 인도에 의하여 광야에서 40일간 단식을 하십니다.
세례자 요한은 왜 낙타 털옷을 입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면서 광야에서 살았을까요? 왜 예수님은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광야에서 단식하셨을까요? 광야란 어떤 곳입니까? 그곳은 황량하고 메마른 곳이며 뜨거운 햇살이 내려 쪼이지만 풍부한 열매, 풍족한 삶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결핍의 상징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풍족한 가운데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메마르고 고통에 잠겨 있을 때, 비로소 마음속에 주님을 만나게 됩니다. 살기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 때, 살아남기 위하여 오직 하느님께 의지할 수밖에 없을 때 우리는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광야는 인간이 살 수 없는 황량한 곳이지만 하느님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목마름이 있는 곳입니다. 또한 그분을 향한 뜨거운 갈망이 솟아나는 곳이며, 이로인해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은혜로운 곳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찾아가기 위하여 일부러 광야로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내 마음 속에 광야를 만들면 됩니다. 육신의 고통과 마음의 메마름으로 인해 고통받을 때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바로 그때 우리는 하느님을 내 마음속에서 만나게 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 마음이 조급해지고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또한 더 이상 세상에서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도 없고 나에게 애정과 관심을 갖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이 때가 바로 ‘내 마음속의 광야’를 만나는 시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내 마음의 광야에서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세상 누구도 나에게 따뜻함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비관과 비통에 잠겨 있을 때 하느님만은 유일하게 나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분의 자녀로서 맞아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헛된 욕망이 떨어져 나간 그 텅 빈 자리를 채워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은 바로 아버지이신 우리 주 하느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내 마음의 광야에서 하느님이 계신 따뜻한 햇볕이 쏟아지는 들판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햇볕 속에서 하느님에 대한 나의 그리움이 조용히 내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우리는 아기예수를 기다리는 마음속에서 기쁨이 샘처럼 솟아오름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아기예수를 기다리는 내 마음속에 기쁨이 전혀 없다면 이는 우리가 아직도 세상의 욕망에 뒤덮여서 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아기예수를 맞아들이기 위하여 내 마음이 광야로 나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 12. 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