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은 대림제1주일로써 교회전례력으로서 새해의 시작에 해당합니다. 대림이라는 말은 2,000년전 메시아로 오신 아기예수를 기다림과 동시에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루카 21, 25-36)은 예수님께서 재림하실 때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은 두려움으로 까무러칠 것이며 하늘의 악령들은 흔들릴 것이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마지막 심판 때가 아니라 우리에게 곧 닥칠 사심판에 대하여도 끊임없이 대비하여야 합니다. 그리하여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너희는 언제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고 우리에게 이르고 계십니다. (루카 21,36)
대림시기는 은총의 시기요 회개(Metanoir)의 때입니다. 회개란 반드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죄과를 통회한다는 뜻만 가진 것은 아닙니다. 이는 고개를 돌려 인간의 눈이 아니라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메타노이어(Metanoir)의 뜻은 이제까지 나의 이익과 나의 뜻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고 이용하였다면 이제부터 하느님의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것을 뜻합니다. 하느님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이는 영원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한결같고 영원하신 분입니다. 천년도 지나간 어제 같고 한토막 밤과도 같으신 분입니다. (시편 90편) 우리의 생명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이며, (야고보서 4,14) 또한 아침에 푸르렀다가 저녁이면 시들어 말라버리는 풀과 같은 존재입니다. (베드로1서 1,24) 하느님의 영원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사람을 과거의 선입견이나 미래의 나의 이익을 위한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눈으로, 있는 그대로의 상대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스웨덴보리’라는 스웨덴의 물리학자는 살아생전 영혼의 세계, 즉 영계(靈界)를 여행하였으며 그 내용을 ‘위대한 선물’이라는 책에 기록하였습니다．
스웨덴보리는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강생하시고 수난받으시고 부활하신 이유는 오직 인간이 땅위에서 회개하여 하느님의 용서를 청함으로써 맑은 영혼으로 하늘나라로 가게끔 하기 위한 조물주의 자비와 사랑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인간이 육신을 가지고 있는 이 세상에서 진리를 깨우치고 죄를 뉘우쳐 하늘나라에 가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육신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만 회개할 수 있으며 육신을 떠난 영혼이 영혼의 세계에 들어가면 회개하여도 이미 늦습니다.
우리는 복음에서 슬기로운 처녀와 어리석은 처녀의 비유를 알고 있습니다. (마태 25,1-13) 미리 등잔의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처녀는 신랑이 왔을 때 그를 만나러 갈 수 없었습니다. 그때 어리석은 처녀들은 슬기로운 처녀에게 기름을 나누어 줄 것을 청하지만 슬기로운 처녀들로부터 거절당합니다. 이때 복음에서 말하는 기름은 바로 이 세상에서 우리가 쌓은 기도와 선행을 뜻합니다. 우리는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쌓아놓은 선행과 기도만으로 하느님나라에서 그 공덕을 심판받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심판받는 우리에게 선행과 기도를 빌려줄 수 없습니다. 물론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는다는 사도신경의 말씀대로 지상의 교회와 정화중인 연옥 교회, 천상의 교회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연옥 영혼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고 우리의 전대사를 연옥영혼에게 이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심판을 받고 시련중에 있는 영혼이 그 시련을 감면받는 것이지 심판 전에 이를 누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심판을 유보받은 ‘포도원의 무화과나무’같은 존재입니다. (루카 13,6-9 ) 주인이 무화과나무를 베어버리라고 지시하자 포도재배인은 “한해만 기다려주시지요, 주인님. 금년 한해 거름도 주고 잘 관리하겠습니다. 그리고 한해 뒤에도 여전히 열매를 맺지못하면 그때 베어버리시지요.” 라고 주인에게 청합니다. 포도재배인은 우리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신 그리스도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결단의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루카복음 3장 9절은 세례자요한의 다음과 같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찍혀서 불 속에 던져진다.”
우리는 대림시기에 다시 내 영혼의 존재에 대하여 묵상하고 회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며 끊임없이 기도하고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대림시기가 진정한 하느님의 은총의 시간이 되도록 해야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나태하고 내 마음속에 미움과 시기심이 자리하여 하느님이 계셔야 할 자리를 악령에게 내어주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또한 끊임없는 외부의 유혹에 내가 굴복하면서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우리가 다시 내 삶의 모든 중심을 하느님에게 두고 삶의 방향을 진정 하느님께 둔다면 성탄을 앞두고 주님을 기다리는 이 시기가 우리에게 더할 수 없는 은총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2024. 12. 1. 대림1주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