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9시가 지나자 교황님께서는 서소문 성지를 방문하셔서 순교자들에게 헌화하고 순교자들을 위하여 2분가량 기도하신 후 시복식장에 모인 신자들을 위하여 카 퍼레이드를 하셨습니다. 제가 가슴에 깊이 간직할 정도로 감동받은 장면은 교황님께서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신다는 점입니다. 교황님은 퍼레이드를 하는 도중에 아이들을 보시면 지나치지 않으시고 아이들을 끌어안으시고 뺨에 입을 맞추시는 등 귀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였습니다. 

저는 마태오복음 18장 3절에서 4절까지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스스로 자신을 낮추시어 언제나 낮은 곳으로 임하시기를 좋아하셨고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의 벗이 되고자 하셨습니다. 2014년 방문 때에도 음성 꽃동네를 방문하시는 등,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아픔을 같이 하시며 그들을 위로하셨습니다. 

어떤 분은 교황님을 슈퍼 스타라고도 칭하지만 교황님 가시는 곳마다 교황님을 뵙기 위하여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교황님이 출발하시는 날 아침 명동성당 주변의 거리는 마지막으로 교황님의 모습을 뵙기 위하여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고 합니다. 명동 성당 맞은 편 스타박스 커피 샵의 2층 가게는 아침부터 몰려온 사람들로 문열자 말자 이미 사람들로 만석이 되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천진난만한 미소, 스스럼없이 사람을 대하시는 겸손함, 그리고 검소하고 청빈함이 몸에 배여 있으셨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절실히 느끼지만 높은 곳에 올라간 사람이 낮아지고 겸손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릅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그마한 권력만 있어도 어떻게 해서든 이를 이용하고, 자신의 유리한 위치, 세속적인 말로 ‘갑’의 위치에서 남을 짓밟고 교만한 처신을 예외없이 합니다. 최근 파리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천재소녀에 대한 배드민턴 협회장이나 선배선수의 갑질을 보면 체육계의 병페와 부정부패가 극에 달한 듯하여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황님이 세계 가톨릭 13억 신도의 수장이시므로 교황님을 존경하고, 교황님께서 한국까지 오셔서 시복식을 집전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성인과 복자의 나라가 되었다는 것으로만 만족해서 안될 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예수님을 닮은 교황님의 검소함, 청빈함, 겸손과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 작은 차 소울을 타고 5만원 짜리 시계, 낡은 검정구두를 신으신 교황님, 아이에게 입을 맞추시며 조금도 격의없이 친근하게 대하시던 교황님을 우리는 본받아야 합니다. 

오늘 물질적 번영에도 조금도 만족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들,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찌든 우리의 모습에서 벗어나 교황님의 천진난만한 미소와 사랑을 우리가 받아들여 교황님께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2027년 교황님은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시기 위해 또다시 순교자의 땅 대한민국을 찾으실 것입니다. 교황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할 일이지만 우리자신이 교황님을 닮아 청빈하고 겸손한 생활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교황님을 다시 맞이하기 위한 우리의 사명이라 할 것입니다.

2024. 8. 25. 은총의 모후Pr. 주회에서 김원율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