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 오늘은 성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학자 기념일입니다. 두 분은 4세기에 크게 유행하였던 아리우스 이단에 맞서 정통교리를 수호하였던 성인입니다. 아리우스 이단은 성자에 대하여 성부와 본질이 같은 하느님이 아니라 피조물이며 시기적으로 성부보다도 뒤에 태어났고 성부의 종속적인 위치에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주장은 성자의 탁월함에 힘입은 은유적인 표현일 뿐이며 이 표현이 예수의 신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일견하여 생각하면 아리우스이단에도 유일신이라는 관점에서 삼위일체와 같은 머리 아픈 설명보다는 아리우스의 설이 우리에게 쉽게 느껴지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아리우스의 주장이 이단일 수밖에 없는 것은 아리우스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그리스도교의 모든 교리가 허물어지며 그리스도교의 신앙은 그냥 유다이즘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삼위일체, 동정녀의 그리스도 잉태, 하느님이 사람으로 오셔서 인류를 구원한 강생구속도 믿을 교리에서 삭제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이 인간을 사랑하셔서 자신의 아드님을 보내신 것이 아니라 예수라는 한 인간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다가 희생된 것밖에 되지 않으며, 예수는 그냥 위대한 스승으로 남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교의 전제인 부활 신앙도 인간으로 오신 예수에게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창세기에서부터 성경이 하느님의 인간 구원의 역사라고 말씀하신 구약의 전개도 다시 써야 할지 모릅니다.

 

기원후 30년 4월 7일 예수는 십자가상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사흘째 되는 날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제일 먼저 부활의 모습을 보이셨고 그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30년 5월 오순절의 성령강림으로 인하여 제자들은 용약하여 떨쳐 일어나 복음을 전합니다. 기원후 33년경 마침내 부활하신 예수는 바오로 사도에게 나타나 대회심을 일으키심으로써 부활의 증인은 이어졌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원래 유대 율법의 지극한 신봉자였으며 바리사이 중에서도 근본주의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그리스도교인을 체포하기 위하여 다마스카스로 가는 도중에 부활하신 예수를 만난 후 삶이 완전히 바뀝니다. 오늘 날 그리스도 교인들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성경 구절중 하나인 갈라티아 서 2장 20절 ‘이제는 내 안에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사십니다’라는 고백처럼 이후 바오로 사도는 평생을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선포하였습니다. 이를 위하여 멀고먼 이방인 지역으로 목숨을 건 여행을 세 차례나 하면서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바탕을 쌓았습니다. 개신교, 동방 정교회를 합치면 세계 70억 인구의 3분의 1이 오늘날 예수님을 자신의 구세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리스도교의 세계적인 종교화에는 초기 사도들의 목숨을 건 전교와 오늘 기념일을 맞은 바실리오 성인과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같이 이단에 맞서 싸웠던 교부, 학자들의 열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의 부활로 인하여 예수라는 역사적 인물이 믿음의 예수로 승화되었으며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예수의 합일이 이루어졌습니다. 예수님의 생애와 부활은 전설이나 신화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입니다. 예수의 부활은 그리스도 신앙의 대 전제이며 모든 것 위에 있는 신앙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기원후 381년 그리스도교는 니케아 콘스탄티노풀리스 신경을 제정하여 예수님을 하느님과 같은 존재로 선포하였습니다. 성자를 빛에서 나신 빛, 참 하느님에게서 나신 참 하느님으로서 창조되지 않고 나셨음을 선포함으로써 예수님이 하느님이심을 선포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셨을 때 우리자신의 부활의 예형(豫形)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오신 것은 하느님의 은총 속에 살고 있음은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늘나라의 상속자가 될 것임을 우리에게 알려주시려고 오신 것입니다. 우리 역시 그리스도의 부활에 동참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어 하늘나라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육신을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부활을 기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시간을 넘어 영원한 존재로 우리 안에 계십니다.

 

아리우스 이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도 마산교구의 모 신부님은 ‘예수는 정말 부활하였는가’라는 책에서 예수님 부활의 역사성을 부정하였습니다. 제발 사제들이 신자의 믿음을 흔들면서 자신의 현실참여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예수님을 역사적 예수, 나사렛의 혁명가로 자리매김하는 이단이 더 이상 우리 교회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히브리서 11장 1절의 말씀을 여기에서 되새겨 봅니다.

Faith is the realization of what is hoped for and evidence of what is unseen.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의 실현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입니다.

 

(2018. 1. 2. 성 대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기념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