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말씀을 왜곡한 간교한 뱀

성경에서 보면 처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증언한 것은 사람이 아닌 뱀이었습니다. 창세기 3장 1절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뱀은 주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들짐승가운데에서 가장 간교하였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 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 ‘

들짐승 가운데에서 가장 영리하고 간교한 뱀이 하느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러나 뱀은 교묘하게 하느님의 말씀을 비틀어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도 열매를 따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정말이냐?’ 라고 물음으로써 하느님에 대한 여자의 의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먹어도 된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열매를 따먹어서는 안 된다. 그 열매를 따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여자가 뱀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우리는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어도 된다. 그러나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 열매만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고 대답합니다. 여기에서 하와 역시 하느님의 말씀을 왜곡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의 열매를 먹지마라’고만 말씀하셨지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 고 말씀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인간이 원죄를 저질렀던 첫째 이유는 바로 하느님 말씀을 왜곡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날 교회에서 하느님 말씀을 왜곡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일부 정치사제들은 강론대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수난, 죽음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하면서 하느님을 특정 계층의 사람들 편에 세우는 해방신학의 교리를 은연중에 신자들에게 주입시키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강생 구속은 인류의 보편적인 구원을 위한 것이었지 특정 그룹의 사람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예수님께서 세리와 창녀를 가까이 하시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구원하셨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당시 세리와 창녀는 비록 바리사이 등의 계층으로부터 멸시를 받았을지언정 가난한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걸핏하면 ‘유신회귀’, ‘독재정치’와 같이 현 정부에 대하여 거짓 이미지를 덧칠하는 인간들은 창세기에서 인간의 원조를 원죄로 이끌었던 간교한 뱀과 같은 사탄의 무리들입니다.

불순종을 꼬드기는 뱀과 같은 사탄의 무리

금단의 열매를 먹으면 죽는다는 하와의 말에 뱀이 대답합니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는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뱀은 하느님의 상을 왜곡하였으며, 인간의 마음속에 불신과 의혹을 불러일으켜 인간사회에 죽음을 불러왔습니다. 자신의 힘과 권능을 누구와도 나누려 하지 않는 탐욕스러운 하느님으로 하느님의 이미지를 거짓되게 하였습니다. 뱀의 말 ‘하느님처럼 된다.’는 말은 하느님에 대한 인간의 불순종을 꼬드겼습니다. 뱀은 ‘하느님께 순종해서는 결코 하느님처럼 될 수 없다.’ 고 하면서 인간의 거역을 유혹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정치사제들은 국가란 불의한 존재라고 몰아가면서 사람들에게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불순종을 유혹합니다. 2015년 1월과 2월 매일미사 책의 ‘오늘의 묵상’을 집필하였던 박기호 신부는 인간의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면서 하느님의 소유인 토지에 소유의 금을 그은 것은 국가라는 합법적인 폭력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1899항에서는 국가의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인간의 도덕적 차원이 요구하는 권위는 하느님에게서 나온다. “누구나 자기를 지배하는 권위에 복종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지 않은 권위는 하나도 없고 세상의 모든 권위는 다 하느님께서 세워 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권위를 거역하면 하느님께서 세워 주신 것을 거스르는 자가 되고 거스르는 사람은 심판을 받게 됩니다.” (로마서 13, 1-2)’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또한 국가가 공동선을 위하여 공권력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부 역시 공동선의 증진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복지와 성장의 조화를 꾀하면서 국민 생활의 향상과 더불어 소득 수준을 어느 정도 평준화하게 하기 위하여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핏하면 현 정부에 대하여 부자, 기득권 정당이란 낙인을 찍어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에 대한 불순종과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천주교 사제들이 있습니다. 인간의 양심에 따라야 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면서 무조건 정부에 순종할 것인가? 하는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면서 국가에 대한 반역을 부추기는 인간들이야 말로 창세기에 원조들을 원죄로 이끌었던 사탄의 후예입니다.

하느님, 그리고 예언자가 되고자 하는 인간의 교만함

여자가 지선악과를 보았을 때 먹음직스럽고 소담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슬기롭게 해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여자가 열매하나를 따서 자기가 먹고 하나를 남편에게 주었습니다. 인간의 원죄를 구성하는 두 번째 요인은 바로 인간이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는 교만함이었습니다. 스스로 하느님이 되고자 하는 인간들은 자신들이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고 판단합니다.

지난 2월 7일 대수천 피정에서 정하권 몬시뇰님이 특별강론을 해주신 내용에는 신부들 중에는 스스로 하느님이 되고자 하는 신부들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인간의 교만이 왜 이와 같이 높은가 하는 점을 살펴볼 때 바로 인간의 원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교만으로 인하여 스스로 하느님이 되고자 하였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또한 하느님 말씀과 관계없이 스스로 예언자가 되고자 하는 성직자들이 있습니다.

구약의 예언서 18권을 읽어보면 대체로 왕국의 멸망과 유배 시기, 그리고 유배 이후, 유다 민족의 고난의 시기에 예언자들이 나타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모스 예언자나 호세아 예언자는 북이스라엘에 대한 주님의 심판을 예고하였고, 이사야, 예레미아, 미카, 스바니야, 하바쿡 같은 예언자들은 우상숭배에 빠진 유다에 대하여 왕국의 멸망을 경고하였습니다. 또한 유배시기에는 하느님의 사랑을 유대 민족에게 일깨어준 위로자로서의 예언자가 있었으며 그들이 에제키엘, 바룩, 오바드야 예언자였습니다. 유배 이후에는 하까이, 즈카르야, 말라키 등의 예언자들이 성전의 재건과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유다 민족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러나 그 시대에 거짓 예언자 역시 헤아릴 수 없이 출현하였음도 역사적 사실입니다.

참된 예언자의 조건으로서는 우선 그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언자는 하느님의 말씀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로 인해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신명기 18장 22절에는 ‘예언자가 주님의 이름으로 말하였는데 그 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는 주님께서 하신 말이 아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예언자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였고 백성으로부터 존경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에도 예언자를 자처하는 사제들이 있습니다. 신명기 18장 20절에는 ‘내가 말하라고 명령하지도 않은 것을 주제넘게 내 이름으로 말하는 예언자가 있다면 그는 죽어야 한다.’ 는 말이 있습니다. 만약 하느님으로부터 듣지도 않았으면서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감히 입에 올린다면 그는 죽어야 한다는 것이 신명기의 가르침입니다.

예레미아 예언자는 칼데아 인들에 의하여 예루살렘이 멸망할 것을 예언하였들 때 거짓 예언자 때문에 곤경에 처하여 목숨까지도 위협받았습니다. 예레미아 예언자는 당시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하는 바빌론 제국에 끝까지 맞서기 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항복하라고 유다의 마지막 임금 치드키야에게 권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거짓 예언자 하난야는 “만군의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바빌론 임금의 멍에를 부수겠다’고 말씀하신다.”고 거짓 증언하였습니다. 그러나 거짓 예언자의 말에 속아 예레미아 예언자의 권고를 거부하였던 치드키야 임금은 두 아들이 자신이 보는 앞에서 죽음을 당하고 자신은 두눈이 파헤쳐져 청동사슬에 묶여 바빌론으로 끌려가는 처참한 형벌을 받았습니다.

예언자는 당시 예언자를 양성하는 학원에서 끊임없이 공부하여 예언자가 되는 것이며 누구보다 현실적인 감각과 국제정세에 밝은 사람이었습니다. 예언자가 어느날 갑자기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미래에 대한 예언을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평신도는 각자 자기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연구를 쌓은 전문가이며 안보나 경제 분야에서 성직자보다 훨씬 예측에 능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예언과 하느님 말씀의 해석은 반드시 성직자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일부 사제들은 자신들이 예언자적 직분을 수행한다면서 한물간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신학을 근거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착하여 사회를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회적 약자와 기득권자 등의 이분법으로 몰고 갑니다. 그러면서 정치사제들은 일부 반국가 전문시위꾼들을 사회의 소외되고 약한 자로 호도하면서 끊임없이 분탕질을 치고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 한진 중공업 사태, 강정마을에서 정부와 맞서는 이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이 아니라 사회불안을 부추기는 반정부 극렬세력들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북한을 옹호하면서 대한민국의 군사시설이나 중요사업은 결사적으로 반대합니다. 이러한 인간들이야말로 유대 말기의 거짓 예언자들처럼 진실을 감추고 사람들을 속이는 무리입니다.

선과 악의 이분법과 편가르기

인간이 선과 악을 과도하게 구별하며 분별심을 갖는 것이 교만과 죄악임을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합니다. 오늘날 정의를 외치면서 길거리에서 시국미사를 드리는 일부 정치사제들을 보면 모든 것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본다면 선과 악으로 구분될 수 없는 가치중립적이며 회색지대에 속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가장 뛰어난 다양성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똑같은 재능, 성실, 건강, 체력을 지니지는 않는다.’ (레오 13세 교황 회칙 ‘새로운 사태’ 13항) 건강 상태에 따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도 있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중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하다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은 동정과 자선을 베푸는 사람도 있고 생활에 지치고 바빠서 생각만큼 가난한 사람에 대하여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보다 충실하게 실천하고 보다 덜 실천한다는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이들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편가르기’를 즐겨 하고 세상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기를 좋아하는 무리는 가난한 사람이 어렵고 고통에 처해 있는 것을 전적으로 부자의 탐욕과 사회의 구조악으로 돌리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시기심과 증오심을 부채질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배고픈 사람들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배아픈 사람들을 위한 정부’였습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세계적인 호황으로 강남에 집값이 뛰자 엄청난 세금공세를 가하여 상대적으로 집값이 오르지 않은 강북의 배아픈 사람들을 달랬습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전 세계의 집값이 뛰어도 강남의 집값은 뛰면 안된다.’ ‘하늘이 무너져도 강남의 집값만은 잡겠다.’고 하면서 종합부동산세를 매겼습니다. 예컨대 아파트값이 5억에서 8억으로 뛰면 차액 3억의 평가이익에 대하여 세금을 징수하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터무니없는 세금을 매겼습니다. 그래서 건설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건설 현장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빈민들이 오히려 극심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죄악

선조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께서 금하신 열매를 따먹고 갑자기 그들이 벌거벗은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저녁 산들바람속에 동산을 거니는 소리를 듣고 두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동산 나무사이에 숨었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이들을 부르십니다. ‘너 어디 있느냐?’ 그때 남자가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인 것이 부끄러워 숨었습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하느님이 ‘누가 너에게 알몸이라고 일러주더냐? 내가 너에게 따먹지 말라고 명령한 그 나무 열매를 따먹었느냐?’ 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고 답합니다. 주 하느님께서 여자에게 ‘너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하고 물으시자 여자는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고 대답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모든 것이 나의 탓이 아니라 남의 탓으로 돌리는 비겁함과 책임회피를 봅니다. 이 또한 인간이 저지른 원죄입니다. 아담은 ‘책임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왜 저런 여자를 창조하셔서 저까지 곤궁에 빠트렸습니까?’라고 생각하며 하느님께 오히려 책임을 돌리고자 하였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한 몸이었습니다. 그러나 죄악으로 인해서 한 몸이었던 사이에 금이 가고 일치가 깨어졌습니다. 인간사회의 죄악, 시기심, 증오심, 단죄와 심판이 인간사회의 일치를 해치고 인간과 인간의 단절을 가져왔습니다.

죄는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상을 파괴하는 존재입니다. 창세기에서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죄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나무는 속죄와 용서, 구원을 가져왔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처럼 되고자 할 때 죄가 이 세상에 퍼졌습니다. 그러나 한없는 겸손으로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어 세상에 내려오셨을 때 세상에 구원이 왔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지만 사탄의 시기심으로 인간사회에 죽음이 들어왔다고 하였습니다. 지혜서 2장에서 보면 하느님은 인간을 자신의 본성대로 창조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본성은 분명 한없는 사랑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탄의 시기심이 세상에 들어옴으로써 인간은 하느님의 본성, 사랑을 잃어버렸습니다. 인간은 원죄에 대한 하느님의 벌로써 낙원에서 쫓겨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의 교만과 탐욕으로 인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하고 낙원에서 제 발로 걸어 나간 것입니다. 이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초래하였던 비극이었습니다.

인간이 낙원을 거부하는 것은 마음속의 원망과 시기심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하느님께서 자신의 독생 성자를 보내셔서 수난하고 죽게 하심으로써 인간에게 낙원을 되찾아 주셨습니다. 걸핏하면 강론대에서 기득권층을 들먹이면서 분열을 조장하는 신부님을 보면 ‘하느님이 인간의 모습을 취하셔서 세상에 강림하신 것이 이 세상의 분열을 조장하고 형제 상호간에 미움과 시기심을 심기위하여 오신 것입니까?’라고 묻고 싶어집니다.

우리는 생전에 김수환 추기경께서 ‘내 탓이오’ 운동을 전개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혼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의 원죄는 어디에 있습니까? 불교에서는 수행을 하면 그때에 모든 것은 남의 잘못이 아니라 나의 업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때에 비로소 마음의 눈이 열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원망과 증오심이 사라진다고 설법합니다.

지금 세월호 비극 1주년이 다가오지만 아직도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물론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이처럼 비참하게 죽어간 것은 사회의 탓이 큽니다. 그리고 비겁한 선장과 선원들, 구조에 태만하였던 해양경찰 등 모든 요인이 있지만 결국 사회가 정직하게 돌아가지 않게끔 방치하고 태만하였던 우리 모두의 책임이 큽니다. 그런데 사고가 터지자 광우병 데모 당시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던 전문적인 시위꾼들이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서 대통령을 욕하고 공무원을 욕하고 특별법을 만들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고 하면서 온갖 생떼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 40주년 기념미사와 학술대회가 벌어진 명동성당에서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라는 유인물이 배포되었는데 그 안에는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시 의문의 7시간을 보냈다’,  ‘세월호 소유주가 국정원이다’, ‘미국 잠수함의 훈련 중 오폭으로 세월호가 가라앉았다.’는 등 온갖 유언비어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성서의 처음인 창세기에 일어난 인간의 원죄와 연관되어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왜곡한 마귀의 유혹, 인간의 교만, 지선악과를 따먹고 선악을 구분하게 된 인간의 시기심, 편가르기와 같은 인간의 원죄가 인간사회의 비극과 참상을 초래하였습니다. 인간의 원죄로 인하여 땅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고 인간은 땀을 흘려야 소출을 얻어 생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지런한 사람은 열심히 노력하여 많은 소출을 거둘 것이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적은 소출을 거둘 수밖에 없으므로 가난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불평등은 인간사회의 필연이요 원죄의 결과입니다.

인간의 원죄는 처음 아담과 하와라는 시조의 개인의 죄로 시작되었습니다만, 이 죄는 가족의 일원인 형제간의 시기심으로 확대됩니다. 하느님의 애정을 받지 못한 형 카인은 시기심으로 동생 아벨을 살해합니다. 이 시기심은 인간의 원죄 중 가장 근원적이고 파괴적인 감정입니다. 오늘 날 우리 사회가 혼란과 파괴적인 입장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이처럼 계층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인간의 시기심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일부 사제들이 이들 가난한 사람들의 시기심과 증오심을 부채질하면서 온갖 선동을 일삼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미사의 도구적 집전자에 불과합니다

사제는 하느님 말씀을 있는 그대로 전해야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헌장’에서도 규정되어 있습니다만, 사제는 미사의 도구적 집전자에 불과합니다. 미사의 원 집전자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사제는 하느님께서 부시는 퉁소에 불과합니다. 사제라는 퉁소는 하느님이 부시는 대로 곡조와 가락을 내어야 합니다. 그러나 만약 사제라는 퉁소의 속이 자신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면 하느님이 부시는 대로 곡조와 가락을 낼 수 없습니다.

사제는 이와 같이 미사의 주인공이 아니라 미사의 봉사자입니다. 신자들이 사제를 통하여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를 통하여 우리에게 오시는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사제는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기 위하여 자신의 개인적 의사를 표현하기 위하여 미사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미사는 그 특성 상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하는 것이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물이 될 수 없습니다. 사제는 미사를 드림에 있어 자신의 사적인 의사나 견해가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해야 합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회칙 ‘사랑의 성사’ 46항에는 다음과 같이 미사 강론의 중요성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강론은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더 깊이 이해하게끔 도움으로써 그들의 삶에서 열매를 맺게끔 해야 합니다. 따라서 사제들은 성경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충실이 준비하여야 하며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강론은 피해야 합니다. 특히 강론자들은 그가 하는 강론을 통하여 하느님 말씀의 선포가 성사거행 및 공동체의 생활과 밀접히 연관되도록 하며 이에 따라 하느님의 말씀이 참으로 교회의 활력과 버팀이 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최근 천주교회 내에 많은 갈등과 분열이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신부들이 자신이 미사성제의 도구임을 잊고 스스로 미사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데 그 연유가 있습니다. 이른바 ‘시국미사’라는 것이 그러한 갈등의 연원입니다.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183항 중 다음과 같은 구절을 들어 자신의 독선적이고 편파적인 정치적 주장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종교는 국가사회제도의 안녕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지 말라고 그 누구에게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누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나 콜카타의 데레사 복자의 메시지가 들리지 않도록 이를 성당 안에 가두어 버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중략)  정의가 모든 정치의 목적이며 고유한 판단기준이라면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

‘복음의 기쁨’에서 교황님은 교회의 안락함과 청결함에만 머물지 말고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나 콜카타의 데레사 복자처럼 비록 상처받고 더러워지더라도 가난한 사람들과 같이 하는 빈한한 삶을 택하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교황님의 권고 어디에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반국가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정진석 추기경님은 거짓 예언자들이 자신의 욕심 때문에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으며 염수정 추기경님은 신자들이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만큼 정의감이 없어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도 강정마을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도적 권고 ‘복음의 기쁨’ 49항에서 하신 말씀이 걸려 있습니다. “저는 안락한 교회보다는 거리에서 상처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더 좋아합니다.” 이 말씀은 수많은 형제자매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맺는 친교에서 위로와 빛을 받지 못하고 힘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말씀이 49항의 뒤에 나오듯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신앙공동체가 되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길거리에서 국가의 주요 안보국책사업인 해군기지 건설을 끝간데없이 반대하면서 생명•평화미사라는 명목의 시국미사를 하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2013년 9월 16일 성 마르타의 집 미사 강론에서 교황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A good Christian actively participates in politics and prays that politicians may love their people and serve them with humility. ‘좋은 그리스도인은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하여 정치인이 국민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겸손으로 봉사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어서 루카 복음 7장 카파르나움에서 예수님께서 만나신 로마의 백인대장이야기가 소개됩니다. 백인대장은 자신의 노예를 사랑하여 예수님께 치유해주시도록 청합니다. 그는 ‘저는 주님을 제 지붕아래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주십시오’ 라고 청하여 예수님께서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고 칭찬하십니다. 그러면서 교황님은 정치인들이 이 백인대장처럼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겸손함을 갖도록 기도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2014년 1월 6일 수원교구 기산성당에서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미사라는 것을 하면서 플래카드에 교황님의 말씀을 앞뒤 생략하고 ‘좋은 천주교인은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라는 글을 써 붙였습니다. 교황님은 ‘정치인을 위하여 기도하라’ 하셨지 ‘대통령 물러가라’ 데모하라고 이런 말씀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우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치 강론을 하시는 신부님과 교리적으로 논쟁하실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신부라면 신자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지금 이 나라는 입가진 사람은 누구나 한마디씩 하는 민주주의 세상입니다. 신부님 아니라도 이런 문제에 개입하여 투쟁하는 사람은 차고도 넘칩니다. 신자들은 신부님 말씀에서 그리스도의 시선과 향기를 느끼기 위하여 교회를 찾습니다. 제발 향기롭지 않은 정치투쟁적인 언동은 삼가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