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약속
오늘 복음(마태 28,16-20)에서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갈릴레아에서 제자들에게 발현하시어 몇가지 말씀을 이르신 후 숭천하셨습니다. 첫번째 말씀은 ‘전권선언’(마태 28,18)으로서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는 말씀입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순간부터 온누리의 통치권을 아버지로부터 위임받았음을 뜻합니다. 또한 제자들에게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28,19-20ㄱ; 전도명령)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현존약속)고 제자들에게 약속하셨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요,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 영원토록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약속으로 우리의 신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주님의 약속입니다.
현존의 진정한 뜻
하느님은 영원하신 분이십니다. 여기서 영원이란 뜻은 무엇일까요? 이는 단지 무한대로 시간이 지속됨을 뜻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과거, 현재, 미래를 살고 계신 분이 아니라 모든 것이 현재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으면 하느님처럼 시간을 초월해서 영원한 존재가 됩니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듯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속에서 피조물, 즉 생물과 무생물을 만드셔서 여기저기에 배치하신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까지 만드신 분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을 따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존재가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영원한 삶을 말할 때, ‘하느님의 현존’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깨닫아야 하며, 이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부활의 삶
하느님이 육화하셔서 이 세상에 강생하신 진정한 뜻은 무엇입니까? 지금 우리는 시간 속에 살고 있습니다. 신앙이라 함은 시간속에서 영원을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계시하신 종말, 그분이 약속하신 종말의 미래를 지금 이 순간에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믿음을 가지는 것은 이미 현세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깨닫고 영원의 존재가 됨을 뜻합니다. 우리가 미사에서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를 받아 모시는 것은 우리의 육신이 부활의 희망을 간직한 영원불멸의 존재가 되어가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부활의 삶을 앞당겨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현존이 말하는 깊은 뜻입니다.
(2025. 10. 19. 연중 제29주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