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묵주기도 성월입니다. 묵주기도는 로사리오라고도 하며 이는 장미화관, 장미꽃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입니다. 도미니코 성인(St. Dominicus, 1170~1221)은 13세기 초 로사리오회를 세워 오늘날처럼 묵주기도가 신자들에게 널리 바쳐지게끔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도미니코 성인이 로사리오회를 세우게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하루는 도미니코 성인이 솔레즈로 가는 길을 따라 걷고 있었으며, ‘밤이 되기 전에 수도원으로 돌아가야지’라는 생각으로 성인은 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황혼이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일 무렵 언덕길에 세워진 십자가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를 본 도미니코의 마음은 알 수 없는 신비로움에 가득차면서 그 십자가 앞에 무릅을 꿇고 사랑의 정(情)으로 그 십자가를 끌어안았습니다. 도미니코 성인은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끝없는 사랑에 눈물이 마구 쏟아졌으며 자신과 인간들을 용서해주시기를 기도드리다가 그만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도미니코는 잠결에 다정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기를 부르는 음성을 듣고 잠에서 깨어났으며, 한분의 천사가 그의 잎에 서있었습니다. 천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주님의 종이여, 당신의 기도를 주님께서 들어주시고, 죄인들의 용서를 청하며 흘린 눈물을 축복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이제 로사리오회를 축복하실 것입니다. 나는 로사리오에 관한 장미꽃의 유래와 기원을 알려주러 온 하늘의 천사입니다. 십자가의 피흐르는 제사가 끝나 성모님께서는 당신 아들의 시신을 품에 받아 가슴에 안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장사를 지내려고 시신을 내주십사고 청했더니 성모님께서는 ‘좀 더 기다려주세요. 내 사랑하는 아들을 더보게 내버려두세요. 그의 몹시 상한 머리에서 가시관을 벗겨 집에 가져가서 언제나 지니고 있을 겁니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에게 아픔을 주던 가시관을 조심스레 벗겼습니다. 그런데 제일 깊이 박힌 마지막 가시를 빼낼 때, 성모님은 맥이 탁 풀리고 지극한 괴로움으로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그 깊이 박혀있던 가시 옆에 조그마한 장미꽃이 피어났습니다. 이를 보시자 성모님께서는 용기가 솟고 다시 희망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성모님께서는 온갖 쓰라린 마음을 달랠 수가 있었습니다.”
천사는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성모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의 피로 물든 아름다운 장미꽃이여! 축복을 받고, 사랑과 희망의 보장으로 내 마음위에 고이 쉬어라.’고 말씀하시며 아리마태아의 요셉과 다른 이들에게 무덤에 장사하기 전에 향액을 바르라고 거룩한 시신을 내어주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갈바리아의 장미꽃을 보시며,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오! 나의 사랑하는 이여, 당신 사랑은 내게서 결코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늘에서 당신을 만날 때까지 당신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성체성사 안에서 당신을 차지하겠나이다.’
다음날 사도 요한은 예수님이 온 인류의 어머니로 주신 마리아를 어머니라 부르며, 집에 모셨습니다. 하루는 요한이 성모님에게 물었습니다. ‘어머니, 이 상쾌한 향기는 어디서 나는 겁니까?’ 성모님은 작은 장미꽃을 보여주시면서 ‘이 장미꽃 향기는 예수님의 선물이며 여기서 나는 거란다. 내가 가시관을 벗겨내는 순간, 이 꽃을 피게 하셨단다. 이것을 보면 내게 아들로 주신 분이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과 사랑이 되새겨질 것이다. 그가 말한대로 내일 해뜨기 전, 예수는 부활하실 것이고, 그를 사랑하던 사람들은 위안을 받음 것이다.’ 그 다음날 예언은 실현되었고 예수님의 복음을 들은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말씀과 힘과 진실됨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성모님은 당신 자녀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 뒷심이 되어 주시면서 새로 탄생되는 초대교회와 같이하셨습니다. 그리고 때가 이르자 하느님께서는 성모님을 당신 영광속에 들어오게 하시고 지존하신 분은 마리아를 천상의 모후, 천사들의 모후, 사람들의 모후로 선포하셨습니다.
성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사도들 중에 하나가 마침 없었고, 전교를 마치고 온 후, 존경하올 하느님의 모친의 얼굴이나마 한번 마지막으로 보려고 그 무덤에 가서 무덤문을 열어 젖혔습니다. 보니, 피에 물들지 않은 마리아의 시체니까 썪을 리가 없겠지만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다만 장미꽃들만이 있었을 뿐, 사도들은 이 꽃을 나누어 가지며 생시의 성모님의 덕과 은혜와 어지심을 사모하였습니다. 갈바리아에서 일어났던 일을 잘 알던 그들이라, 이 꽃은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의 상징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천사가 이같은 이야기를 끝내자 별안간 하늘에서 눈부신 광채가 돌고 천상의 모후께서 천상의 별과 함께 후광속에 나타나시어 말씀하셨습니다. “도미니코야, 예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사랑하고자 함은 내 마음을 기쁘게 하는 바이다. 나는 네게 로사리오회를 세우고자 하는 계획에 적극 참여하는 표로 너에게 이 갈바리아의 꽃을 준다. 이 꽃을 믿음있는 자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어라. 그리고 이렇게 말하여라. ‘주께서 사람들에게 주시는 이 꽃들은 그 향기로 그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고 모든 악에서 완치되도록 십자가의 힘으로 강복을 받아, 이 꽃을 자기 집에 꽃는 자는 모든 병의 낳음을 받을 것이다. 마귀와 그 무리들은 이런 곳에 있을 수 없고 오히려 무서워 떨며 도망갈 것이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마아마 다시는 너희 종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이 끝나자 마자, 천상의 모후께서는 천사들의 옹위를 받으며 하늘 높이 오색구름을 끌면서 사라져갔습니다.
도미니코 성인은 말없이 황홀한 마음으로 천상의 모후께서 주신 장미꽃다발을 가슴에 꼭 안았습니다. 이는 결코 꿈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성모님으로부터 친히 받은 축복된 선물을 소중히 간직하고 기쁨에 넘쳐 수도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날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의 하나인 묵주기도가 가톨릭교회에 널리 확산되어 활발히 보급되기까지 도미니코 성인은 지대한 공헌을 하였습니다. 묵주기도는 수세기 동안 도미니코 성인이 민든 수도회의 핵심이었으며, 교황 비오 12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마리아의 묵주는 성 도미니코의 수도회로 하여금 회원들의 삶을 완전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구원을 얻도록 해주기 위한 원리와 토대로 받쳐지게 되었습니다.”
2025. 10. 8. 아침에 김원율 안드레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