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도원에서 젊은 수도자가 수도원장에게 고뇌에 가득찬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의인은 이 세상에서 온갖 고통을 겪고 죽을 때도 고난 속에 죽어가는 데 악인은 이 세상에서 온갖 영화를 누리면서 위세을 부리며 삽니다. 하느님이 진정 공정하신지요?” 

수도원장은 자애로운 표정으로 젊은 수도자를 보며 대답합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인식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분이시며 우리는 그분의 심오한 뜻을 알 수 없다. 하느님의 뜻을 알고 싶다면 지혜서 3장 1절에서 9절까지 읽어보도록 하여라.” 

9월은 순교자 성월이며 9월 20일은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순교자들 대축일입니다. 이날 매일미사 제1독서의 말씀이 바로 수도원장이 말한 지혜서 3장 1절에서 9절까지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 지혜서 3장 1절에서 9절까지의 말씀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다.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 그들은 단련을 조금 받은 뒤 은혜를 크게 얻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시험하시고, 그들이 당신께 맞갖은 이들임을 아셨기 때문이다. 그분께서는 용광로 속의 금처럼 그들을 시험하시고, 번제물처럼 그들을 받아들이셨다. 

그분께서 그들을 찾아오실 때에 그들은 빛을 내고 그루터기들만 남은 밭의 불꽃처럼 퍼져 나갈 것이다. 그들은 민족들을 통치하고 백성들을 지배할 것이며, 주님께서는 그들을 영원히 다스리실 것이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속에 살 것이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의 거룩한 이들에게 주어지고, 그분께서는 선택하신 이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참으로 선량하고 믿음이 깊은 사람들이 너무나 어렵게 살고 또 양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악한 사람이 부와 명예를 누리며 잘 사는 것을 볼 때  분노를 느끼고 하느님의 섭리가 과연 세상을 다스리는지 의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섣불리 판단하여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은 초월적인 분이시며 우리가 생각하는 차원의 어떤 생각으로 이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믿음의 선조, 순교자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었으며 얼마나 비참하게 죽어갔습니까? 그러나 그들은 지금 순교성인으로, 또는 복자위에 오르셔서 우리 신자들의 존경을 받으며 영원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신앙의 자유와 번영된 한국 천주교회는 바로 이 분들의 고난과 순교의 은총으로 인하여 가능하였습니다. 비록 그들은 당시 사람들의 눈에 벌을 받고 파멸 속에 죽어간 것처럼 보였겠지만 지금 순교 성인들은 하느님 곁에서 평안을 누리고 계십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섭리하심이요 하느님의 뜻이었습니다. 비록 지금 나의 삶이 힘들고 팍팍하게 느껴질지언정 이 시련 속에 하느님의 섭리하심이 있고 하느님의 은총이 있음을 깨닫고 우리는 믿음을 더욱 굳게 지켜가야 할 것입니다.  

(2024.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