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베드로는 자주 근심에 싸여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물었습니다. “베드로야, 네가 천국에서도 근심에 싸여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왠 일이냐? 내가 이유를 알고 싶구나.” 이에 베드로는 다음과 같이 예수님께 대답하였습니다. “실은 저의 어머님이 아직도 저주받은 곳, 지하의 감옥에서 악인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은 천사로 하여금 베드로의 어머니가 살아 생전에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운 적이 있는지 조사하게 하였습니다. 베드로의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인색하고 남에게 베풀 줄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딱 한번 밭에서 추수하다가 지나가는 거지에게 파를 한단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은 천사를 보내어 베드로의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데리고 오도록 명하였습니다. 천사는 파 한단의 한쪽을 잡고 베드로의 어머니로 하여금 다른 한쪽을 잡게 하여 하늘나라로 데리고 올라왔습니다. 지옥에서 하늘나라까지는 적지 않은 거리이며 조심조심 천사는 베드로의 어머니를 붙잡고 날아 올랐습니다. 그런데 베드로 어머니의 다리를 붙잡고 다른 지옥의 영혼들이 같이 매달려 하늘나라로 향하였습니다. 베드로의 어머니는 그들을 하나하나 인정사정 없이 모두 뿌리쳤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사람이 남아 베드로의 어머니에게 애원하였습니다.
“저도 당신과 함께 하느님이 계신 영광스러운 곳으로 가서 천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끔 해주십시오!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그러나 베드로의 어머니는 거절합니다. “이 파는 내가 선행을 베푼 증거이고 그래서 주님께서 나를 하늘나라로 데려가기 위해 천사를 보냈어. 당신이 어떤 선행도 하지않았으면서 어찌 감히 천국에 오르는 길에 무임승차하려고 해”하면서 그를 뿌리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은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계속해서 영광스러운 하느님의 나라에 자신도 데려가달라고 애원합니다.
이때 이 광경을 보고서 베드로는 어머니에게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쳤습니다. “어머니, 그 사람을 뿌리치지 마세요!” 그러나 베드로의 어머니는 매정하게 어떠한 자비심도 없이 애원하는 지옥의 동반자를 사정없이 뿌리쳤고, 그는 거꾸로 지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때 베드로의 어머니를 데리고 하늘을 나르던 천사는 그만 온몸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하여 그만 파의 줄기를 손에서 놓치고 맙니다. 이리하여 베드로의 어머니 역시 영광스러운 천국의 하늘길에서 다시 지옥으로 거꾸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 설화를 듣는 여러분은 어떠한 생각이 드십니까? 왜 베드로의 어머니는 마지막 영광의 길에서 다시 저주받은 곳으로 떨어졌을까요? 베드로의 어머니는 천국에 들어갈 영혼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심판을 받아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고통과 형벌이 뒤따르는 지옥에 떨어지는 줄 압니다. 그러나 천국은 무한대의 축복과 공감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만약 저승에 간 사람이 남을 축복해주기보다는 질시하고, 공감하기보다는 반대하며, 항시 남의 뒷다리를 붙잡는 품성을 가졌다면 그는 애초에 천국에 들어갈 영혼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스스로 천국문을 뒤로 하고 저주받은 영혼들이 밀집해있는 곳, 축복을 마다하는 곳, 어디일까요? 그렇습니다, 지옥으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회고록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두분의 신부님이 워낙 서로 싸워 이 둘을 화해시키기 위해 추기경님은 노심초사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한분 신부님이 아파서 들어눕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추기경님은 병문안가서 아파 들어누운 신부님께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편의상 두 신부를 A신부, B신부라고 호칭하도록 하겠습니다.
“A신부, 당신 이제 B신부하고 그만 화해하지 그래. 당신이 만약 죽어 하늘나라에 가서 입구에서 B신부를 보게되면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사이좋게 하늘나라에 들어가야 되지 않겠어. 그러니 그만 화해하게.” 그러자 A신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그 XX가 만약 천국문 앞에 서있다면 난 천국에 들기를 포기하고 몸을 돌려 차라리 지옥으로 향하겠습니다.” 그 마음, 상대를 증오하는 마음, 그대로 저승에 갔다면 천국에 들지못했겠지요. 결론은 A신부님이 성직자답게 마지막에 B신부와 화해하고 선종하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후일 B신부와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천국에 들어갔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부유하고 행복해보이는 사람들, 주말이면 자녀의 손을 잡고 좋은 차를 타고 나들이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김없이 마음속으로 그들을 축복해 줍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 부자를 보면 속이 뒤틀리고 눈에 불꽃이 튀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들은 걸핏하면 기득권 계충 운운 하면서 부자를 질시하고 증오의 감정을 드러냅니다. 심지어 부자의 부는 가난한 자를 착취한 것이라며 사회를 갈라치기하고 분열과 갈등을 부추깁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정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나발불고 다닙니다.
이런 사람들이 결국 저 세상에 갔을 때 스스로 천국을 포기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이 늘하던대로 저주받은 곳에서, 영광스러운 하늘나라를 염원하며 위로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의 뒷다리를 잡고, 천년 만년 다른 영혼의 구원을 방해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업보(마음의 습관의 힘)를 버리지 못하며, 이것이 저승에서까지 그들의 행위를 결정짓습니다. 이들은 양푼속의 게처럼 행동합니다. 그래서 항상 남의 뒷다리를 잡고 늘어지는 사람을 Crab Mentality의 소유자라고 부릅니다. 그들은 그것이 정의요, 선(善)입니다. 천국은 무한대의 사랑과 축복, 공감이 행해지는데 반하여, 서로 저주하고 뒷다리 잡으며 아귀다툼하는 곳이 지옥입니다.
우리는 사랑받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오늘 복음의 ‘착한 목자’는 양들을 사랑한 나머지 자기 목숨을 바치기까지 합니다. 제가 본당에서 하찮은 봉사를 하였는데, 주임신부님께서 과분하게도 제1회 ‘착한 목자상’을 주셨습니다. 사랑의 반대는 질투하는 것, 미워하는 것, 남의 뒷다리를 잡는 것입니다. 언제든 남을 축복해주며, 남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들어가는 곳이 천국입니다. 우리는 ‘착한 목자’처럼 사랑이 충만한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2024. 5. 21.)
